"밥 먹다가도 투구폼 연습, 많이 힘들었을 것"…132승 레전드 매형 장원준의 은퇴, 뜨거운 박수 보냈다

김민경 기자 2023. 10. 2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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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건우(왼쪽)와 장원준 ⓒ 두산 베어스
▲ 박건우(왼쪽)와 장원준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밥 먹다가, 아기 보다가 말고 갑자기 일어나서 투구 폼 연습하고 그런 형을 보면서 너무 안쓰럽다가도 한편으로는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느끼기도 했다."

NC 다이노스 외야수 박건우(33)가 은퇴를 선언한 매형 장원준(38)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두산 베어스는 28일 "최근 장원준이 구단에 현역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알렸다. 장원준은 올 시즌을 마친 뒤 유니폼을 벗기로 마음을 먹었고, 최근 선수단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박건우는 일찍이 장원준의 은퇴 결심을 알고 있었다. 박건우와 장원준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두산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었고, 장원준이 2017년 박건우의 둘째 누나와 결혼하면서 가족이 됐다. 장원준은 같은 야구인인 박건우에게 올 시즌을 치르면서 선수 생활 지속 여부를 두고 꾸준히 고민을 이야기해 왔다.

박건우는 스포티비뉴스에 "그만두기 전에 시즌 중에도 매형의 마음을 많이 들었다.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진짜 열심히 훈련하는 걸 나도 아니까. 누나 집에 가끔 가면 앉아 있다가도 갑자기 거울 보고 섀도 모션을 한다. 걸어가다가도 섀도 피칭을 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다.

유니폼을 벗을 각오를 한 만큼 이제는 홀가분하게 마운드에서 내려오길 바랐다. 박건우는 "누구보다 제일 옆에서 봐온 사람이 나와 누나다. 좋았던 시간도 힘들었던 시간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밥 먹다가도 투구 폼을 연습하는 그런 형을 보면서 너무 안쓰럽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느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제는 제2의 인생을 형이나 나나 같이 공유하면서 힘들 때 더 도움이 되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 정말 고생했다"고 덧붙였다.

누나를 위하는 마음으로 당부하는 말을 덧붙였다. 박건우는 "이제는 아이들 돌보는 것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누나한테 더 잘해 달라"고 말하며 웃었다.

▲ 장원준 ⓒ곽혜미 기자
▲ 박건우(왼쪽)와 장원준 ⓒ 두산 베어스

장원준은 2015년 두산과 4년 84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하고 2017년까지 대체 불가 좌완 에이스로 활약했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인 2008년부터 2017년까지 8년 연속 10승을 달성하며 '장꾸준'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다 2018년부터 끝 모를 슬럼프에 빠졌다. 2018년 24경기에서 3승7패, 평균자책점 9.92로 부진한 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67경기에 등판하면서 단 1승도 수확하지 못해 마음고생이 심했다. 2021년부터는 불펜으로 전향해 어떻게든 선수 생활을 이어 가고자 했으나 마음처럼 결과가 따라주질 않았다.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던 장원준은 올해는 진짜 마지막이란 마음가짐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이승엽 감독이 지난해 10월 부임하면서 장원준에게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해보라"고 당부하며 일단 한 시즌 더 뛸 기회를 줬다.

장원준은 올 시즌 11경기(구원 1경기)에 등판해 3승5패, 41이닝, 평균자책점 5.27을 기록했다. 선발진에 구멍이 났을 때 대체선발투수로 빈자리를 채우는 임무를 잘 수행해줬다. 투심패스트볼을 새로 장착해 변화를 주는 등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꿈에 그리던 130승 고지를 밟을 수 있었고, 지난 17일 SSG 랜더스와 시즌 최종전에 선발 등판해 KBO 역대 9번째로 2000이닝 고지를 밟았다. 프로 통산 성적은 446경기, 132승119패, 1세이브, 14홀드, 2000이닝, 평균자책점 4.28이다.

장원준은 "FA 계약으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하게 해주시고, 부상으로 힘들 때 기회를 더 주신 박정원 구단주님께 감사드린다. 개인적으로 세웠던 마지막 목표들을 이뤘기 때문에 후련한 마음"이라며 "이승엽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동료들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마지막까지 박수를 받고 떠날 수 있는 것은 전부 ‘팀 베어스’ 덕분이다. 부족했던 내게 엄청난 힘이 됐던 팬들의 함성을 평생 잊지 않겠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 박건우 ⓒ곽혜미 기자
▲ NC 다이노스 박건우 ⓒ NC 다이노스

한편 박건우는 현재 NC의 가을 돌풍을 이끄는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NC는 5위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3위 SSG와 준플레이오프까지 포스트시즌 4경기를 치르는 동안 4전 전승을 기록했다. 박건우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NC와 6년 100억원 FA 계약을 체결하며 이적했고, 올해 처음 NC에서 가을야구를 치르고 있다. 올해 포스트시즌 타율 0.438(16타수 7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박건우는 "(구)창모도 없고, 페디도 없었으니까. 우리 할 것만 하자고 선수들끼리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인데, 그렇게 마음을 먹고 하니까 오히려 조금 더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 솔직히 우리도 이유를 잘 모르겠어서 (박)민우랑 '우리가 어떻게 이기는 걸까' 이야기한 적도 많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NC는 오는 30일부터 2위 kt 위즈와 플레이오프에 돌입한다. 준플레이오프와 마찬가지로 5전3선승제로 치러진다. 정규시즌 뒤 휴식을 취했던 에이스 에릭 페디가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등판이 가능해지면서 돌풍에 더 힘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가 버티는 kt의 마운드 높이가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NC는 앞선 시리즈에서 보여준 화력을 이어 가고자 한다.

박건우는 NC의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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