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준이 형, 오래오래 해먹어요” 양의지 바람은 미완성…광현종 이어 좌완 NO.3 ‘찬란했던 20년’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원준이 형, 오래오래 해먹어요…”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36)가 5월23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서 배터리 호흡을 맞춘 좌완 장원준(38)의 KBO리그 통산 130승을 합작한 뒤 내놓았던 얘기다. 2018-2019 FA 시장에서 NC 다이노스와 4년 125억원 계약을 맺고 창원 생활을 하느라 장원준과의 재회가 반갑고 특별했다.
장원준이 129승에서 130승으로 넘어가는데 무려 5년이 걸렸다. 129승이 2018년 5월5일 잠실 LG전이었다. 즉, 장원준의 방황은 두산 역사에서 양의지가 잠시 없던 시절과 일치한다. 올 시즌 장원준은 돌아온 양의지의 도움을 받아 의미 있는 현역 마지막 시즌을 장식했다.
양의지와 장원준은 두산의 전성기를 함께한 영혼의 배터리였다. 장원준이 2014-2015 4년 80억원 FA 계약으로 잠실에 입성했고, 두산에서도 ‘장꾸준’모드를 이어간 건 양의지의 조력도 컸다. 그래서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꽤 애틋했다.
양의지의 “오래오래 해먹어요”는, 장원준을 향한 진심이었다. 결과적으로 장원준은 양의지의 바람에 부응하지 못했다. 양의지가 돌아온 뒤 1년만에 유니폼을 벗게 됐다. 두산은 28일 장원준의 은퇴를 발표했다. 두산의 정규시즌 최종전이던 17일 인천 SSG랜더스전(4⅓이닝 7피안타 2탈삼진 3볼넷 5실점-패전)이 현역 마지막 등판이었다.
양의지의 바람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장원준은 충분히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FA 계약 당시 투수 최고액 계약이었다. 2015년 30경기서 12승12패 평균자책점 4.08, 2016년 27경기서 15승6패 평균자책점 3.32, 2017년 29경기서 14승9패 평균자책점 3.14. 두산왕조의 중심이었고, 역대 두산 외부 FA 성공 사례로 역사책에 남았다.
장원준은 2004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데뷔하고 한동안 제구 기복이 심한 유망주였다. 그러나 2008년 26경기서 12승10패 평균자책점 3.53을 찍으면서 포텐셜을 터트렸다. 이후 2017년까지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따냈다.
비록 2018년부터 방황의 세월이 길었지만, 장원준은 현역 마지막까지 투심을 장착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 안간 힘을 썼다. FA 계약이 끝난 뒤 계속 자격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존심 회복을 위해 노력했고, 올해 11경기서 3승5패 평균자책점 5.27로 만족하며 유니폼을 벗었다.
광현종에 이어 NO.3다. 통산 132승은 양현종(168승, KIA 타이거즈), 김광현(158승, SSG 랜더스)에 이어 좌완 통산 최다승 3위다. 은퇴투수들을 포함해도 최다승 9위다. 통산 2000이닝으로 9위이자 송진우(3003이닝), 양현종(2332⅓이닝), 김광현(2015⅓이닝)에 이어 좌완 4위다. 이밖에 통산 1385탈삼진으로 11위이자 송진우(2048K), 양현종(1947K), 김광현(1728K), 차우찬(1413K)에 이어 좌완 5위다.
이만하면 충분히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찬란한 20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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