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탈당 혹은 합리당… ‘이준석·유승민 신당’의 파괴력은?

송채경화 기자 2023. 10. 2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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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이준석 신당’ 지지 응답 17.7%, 민주당에 대한 파괴력 더 커
연대 가능성 열어놓은 ‘세 번째 권력’에 대한 이준석의 대답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여권발 신당 창당론이 분출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김기현 2기 지도부’ 아래 혁신위원회를 꾸리며 쇄신을 다짐하지만 정치권의 기대는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23년 10월24일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나와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임명된 것에 대해 “여러 가지로 고민을 하다가 안 되니까 결국은 기상천외한 발상(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고전하는 사이 정치권은 ‘윤석열 신당’과 ‘유승민·이준석 신당’ 가능성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폭발력 잃은 ‘윤석열 신당’

‘윤석열 신당’은 윤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는 김한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을 중심으로 창당 가능성이 언급돼왔다. 다만 김 위원장이 10월23일 “신당 창당은 생각해본 일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은 뒤 관심이 조금씩 잦아드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여전히 살아 있는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외곽에서 대통령을 지지하던 사람들이 곧장 국민의힘에 입당해 공천받기 어려우니 중간 단계로 신당을 만든 뒤 국민의힘과 합당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설계만 그려주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하락세인 상황에서 윤석열 신당이 얼마나 탄력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거기에 인물이 얼마나 붙겠나. 4월 총선 승리가 점점 멀어지는 상태에서 오히려 용산발 출마자 수마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윤석열 신당’이 폭발력을 잃으면서 정치권 조명을 가장 많이 받게 된 것은 ‘유승민·이준석 신당’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12월 신당 창당 가능성’을 나란히 언급하며 박자를 맞춰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10월25일 통화에서 “12월까지 혁신위의 활동 등 당의 변화를 지켜보겠다”며 “신당 가능성은 당연히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신당을 창당하면) 현실적으로 다수당이 되기 위한 목표를 추진할 수 있는 형태로 가야 한다”며 창당에 무게를 뒀다.

최근에 나온 여론조사도 두 사람의 신당 창당 가능성에 불을 댕기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10월21~22일 전국 만 18살 이상 1015명에게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2024년 총선에서 ‘유승민·이준석 신당’이 나올 경우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17.7%를 기록했다. ‘윤석열 신당’ 지지는 14.2%였다. 흥미로운 지점은 ‘유승민·이준석 신당’이 국민의힘 지지층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을 더 많이 흡수한다는 것이다. 기존 여야 3당 구도의 지지율과 비교했을 때 ‘유승민·이준석 신당’이 나타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4.3%포인트 줄어들지만, 민주당 지지율은 8.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정의당 류호영 의원(왼쪽)과 장혜영 의원. 연합뉴스 한겨레

광범위한 연대론, 네덜란드의 ‘보라색 연합’처럼?

이는 유승민·이준석 신당이 ‘보수 분열’만 초래한 채 실패하리라는 국민의힘 일각의 주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결과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10월26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신당을) 시작할 때는 국민의힘이 불리하다. 그런데 막상 나가서 제3당이 되면 민주당 표를 더 많이 가져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은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지만 ‘유승민·이준석 신당’을 필두로 한 제3지대 ‘빅텐트’도 언급된다. 현재 제3지대에는 금태섭 전 의원을 중심으로 꾸려진 ‘새로운선택’과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만든 ‘한국의희망'이 있다. 여기에 더해 장혜영·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만든 ‘세 번째 권력’이 양당체제 극복을 목표로 광범위한 연대론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주로 20·30대 남성에게 지지받는 이준석 전 대표와 장혜영·류호정 의원의 ‘세 번째 권력’은 정체성에서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 번째 권력’은 이 전 대표와의 연대에도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염종운 ‘세 번째 권력’ 집행위원장은 통화에서 “우리 목표가 ‘만악의 근원’인 양당제를 타파하는 제3정당 건설이라고 한다면 (네덜란드에서 좌우가 연대했던) ‘보라색 연합’처럼 이 전 대표 쪽과 최소한의 강령이나 대원칙 10가지 정도를 합의하는 방식으로 연합전선을 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도 신당을 창당하는 상황이 올 경우 당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는 10월25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신당 하면) 무슨 20대 남성 정당을 생각하지 않나. (…) 그런 신당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4월 ‘세 번째 권력’ 출범식에서 축사하기도 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통화에서 “‘세 번째 권력’이 과연 대중정당으로 가려고 하겠는가. 정체성 정당을 하려는 쪽과 함께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며 거리를 뒀다.

“새로운 정치 아냐” vs “국힘-민주당 모두 타격 불가피”

어떤 방식으로든 유승민·이준석 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어느 정도의 파괴력이 있을지에는 분석이 엇갈린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두 사람 모두 개성이 강하고 까탈스러운 사람들이라 조합 자체가 만들어지기 어렵고, 그 두 사람이 구심점이 되어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든다는 것도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다만 신당이 창당됐을 경우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어느 정도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윤 대통령과의 ‘수직적 관계’에 실망한 국민의힘 지지층과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한계를 느끼는 민주당 지지층이 제3지대로 결집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장성철 소장은 “유승민·이준석 신당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준다면 지역구에서는 다른 당을 찍더라도 정당 투표에서는 이쪽을 선택하는 유권자가 생겨 의미 있는 의석수를 얻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송채경화 <한겨레>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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