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어부 김병도씨 귀환 20년 만에 숨져...“北에 남은 가족 그리워해”
납북 30년 만에 북한을 탈출했던 김병도(70)씨가 귀환 20년 만에 고향 자택에서 숨졌다.
28일 경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쯤 김씨가 자택이 있는 경남 통영의 아파트 화단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이송돼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김씨는 머리를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타살혐의점 등은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1973년 11월 서해에 꼬막 채취 어선 대영호를 타고 조업을 나갔다가 납북됐다. 북한 농장 등에서 강제노역하며 고초를 겪다, 지난 2003년 납북자 가족 단체 등의 도움으로 북한을 탈출해 귀국했다. 이후 고향 통영에 거주해 왔다.
김씨는 귀환 후 납북 당시 생후 100일도 안 됐던 딸, 모친 등 남쪽 가족과 극적으로 재회했다. 당시 김씨의 모친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아들이 예전처럼 가족과 어울려 앞으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북한에서 이룬 가족과는 끝내 다시 만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최근 건강이 나빠졌던 김씨는 북한에 남겨둔 아내와 자녀들을 매일 그리워했다고 한다. 김씨가 탈북한 이듬해 북한에 두고 왔던 아내도 한국으로 올 수 있었지만, ‘자녀들을 두고 떠날 수 없다’면서 결국 포기한 것으로 납북자 가족 단체가 전했다.
귀환 후 김씨는 납북자 문제의 실태를 국내외에 알리고 송환 노력을 촉구하는 등 북한인권 증진 활동도 활발히 펼쳤다. 최근에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서울사무소 등을 통해 북한 내 납북자·억류자 문제에 관해 진술했다. 또 납북 귀환자들도 이산가족에 포함돼 상봉·왕래가 이뤄져야 한다고 기회가 될 때마다 통일부에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빈소는 경남 통영시 통영전문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딸 영아씨가 있다.
전후 납북자 중 탈북해 귀환한 인원은 9명이다. 이중 김씨를 포함해 현재까지 3명이 별세했다. 정부가 파악한 미귀환 전후 납북자는 총 51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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