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홈런? 그때 기억할 선수 별로 없는데…" 22년 전 악몽 소환, 애리조나는 잊었다

이상학 2023. 10. 2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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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01년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동점 홈런을 맞은 김병현이 마운드에 주저앉았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2001년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김병현이 9회 동점 홈런을 맞고 주저앉아 허탈해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상학 기자] 22년 전 김병현(44)의 월드시리즈 악몽이 떠오른 경기였다. 22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에 오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믿었던 마무리 폴 시월드(33)의 뼈아픈 블론세이브로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애리조나는 28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치러진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2023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7전4선승제) 1차전에서 5-6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9회 코리 시거에게 동점 투런포를 허용한 뒤 11회 아롤디스 가르시아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무릎 꿇었다. 

애리조나로선 믿기지 않는 패배였다. 9회말 시작 전까지 5-3으로 리드하며 승리를 목전에 두고 마무리 시월드를 올렸다. 시월드는 이날 등판 전까지 올 가을 포스트시즌 8경기에서 1승6세이브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제로 행진을 펼치고 있었다. 8이닝 동안 안타 3개, 볼넷 1개만 내준 게 전부. 삼진 11개를 잡을 정도로 투구 내용도 무척 좋았다. 철벽 마무리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그러나 월드시리즈 데뷔전에서 무실점 행진이 끝났다. 그것도 치명적인 한 방이었다. 선두타자 레오디 타베라스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갑자기 4연속 볼로 1루에 내보낸 게 화근이었다. 다음 타자 마커스 시미언을 3구 삼진 처리했으나 코리 시거에게 던진 초구 93.6마일(150.6km) 포심 패스트볼이 몸쪽 높게 들어간 실투가 됐다. 

시거가 놓칠 리 없었고, 타구는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5-5 동점. 시월드의 이번 포스트시즌 첫 실점이 하필 동점 홈런이 된 것이다. 이후 시월드는 가르시아에게 몸에 맞는 볼과 2루 도루를 허용한 뒤 미치 가버를 자동 고의4구로 1루를 채웠다. 오스틴 헤지스를 3구 삼진 처리하며 끝내기 위기는 벗어났지만 경기 흐름이 텍사스로 완전히 넘어갔다. 

[사진] 텍사스 코리 시거가 9회 동점 투런 홈런을 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텍사스 아돌리스 가르시아가 11회 끝내기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애리조나는 10회 올라온 카일 넬슨이 11회 1사까지 막은 뒤 미겔 카스트로로 투수를 교체했다. 그러나 카스트로는 첫 타자 가르시아에게 우측 담장 밖으로 가는 끝내기 솔로 홈런을 얻어맞았다. 가르시아는 카스트로의 5구째 가운데 들어온 96.7마일(155.6km) 싱커를 밀어쳤다. 텍사스의 6-5 끝내기 역전승. 애리조나의 충격패였다. 

애리조나가 월드시리즈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은 것은 두 번째. 첫 번째가 바로 한국인 투수 김병현으로 지난 2001년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허용했다. 당시 김병현은 디비전시리즈, 챔피언십시리즈에서 4경기 3세이브를 거두며 6.1이닝 무실점으로 위력을 떨쳤지만 월드시리즈에서 주저 앉았다.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4차전에서 3-1로 앞선 8회 조기 투입된 김병현은 3타자 연속 삼진으로 기세를 올렸지만 9회 2사 1루에서 티노 마르티네스가 동점 투런 홈런을 맞고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연장 10회까지 마운드에 올랐지만 데릭 지터에게 끝내기 솔로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사진] 2001년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김병현이 동점 홈런을 맞은 뒤 주저앉았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2001년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동점 홈런을 맞은 김병현을 맷 윌리엄스(왼쪽)와 로드 바라하스(오른쪽)가 위로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병현은 5차전에서도 2-0으로 앞선 9회 투입됐지만 2사 1루에서 스캇 브로셔스에게 좌월 투런 홈런을 맞고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4차전과 달리 바로 투수 교체가 이뤄졌지만 애리조나는 알비 로페즈가 연장 12회 알폰소 소리아노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2-3으로 졌다. 애리조나가 6~7차전에서 승리하며 4승3패로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라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김병현에겐 그야말로 악몽 같은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 후 토레이 로불러 애리조나 감독의 공식 인터뷰에서도 2001년 김병현에이 소환됐다. ‘팬들은 김병현을 떠올릴 것이다. 2001년 몇 번의 블론세이브가 있었다. 선수들과 감독은 이런 역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부담스럽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로불로 감독은 “난 전혀 아니다. 지금 선수들 중 다시 상황을 기억할 만큼 나이가 많은 선수가 별로 없다. 열성적인 팬들은 기억하겠지만 누구도 그때를 연결시키지 않는다”고 답했다.

오히려 로불로 감독은 “월드시리즈에서 볼넷 10개를 주고 이기리라 기대할 순 없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 시간 문제였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며 투수들의 제구 난조를 지적한 뒤 “9회 동점 홈런의 충격이 매우 크지만 월드시리즈에는 이유가 있다.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무대다. 시월드도 잘 던졌지만 실투 몇 개가 있었다. 타베라스 타석에서 볼넷이 컸다”고 꼬집었다. 또한 로불로 감독은 “가끔 이렇게 야구가 흘러가기도 한다. 우리는 다시 회복하고 마음을 비워 최고로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올해 우리는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며 2차전에서 반격을 다짐했다. /waw@osen.co.kr

[사진] 애리조나 폴 시월드.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10회 애리조나 덕아웃.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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