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그래픽이 아니라고?”…근육질 로봇 비결은 ‘모듈레이션 도색’ [퇴근 후 방구석 공방]
이승환 기자(presslee@mk.co.kr) 2023. 10. 28. 18:57
“모듈레이션 도색 작업을 하면서 유명세를 좀 탓죠. 지금은 모듈레이션 도색이 거의 일반화 되어서 많은 모델러들이 하고 있고 오히려 더 진화된 모듈레이션을 선보이는 모델러들도 많아요.“
모듈레이션 도색
“근육질 같다는 표현을 많이들 하세요. 사진을 보고 3D랜더링 아니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죠. 모듈이란 단어가 덩어리란 뜻이죠. 킷의 파츠의 면 하나하나를 덩어리로 보고 나눠서 명암도색을 해줌으로 입체감을 살리는 방식이 모듈레이션 기법이 되겠습니다. 실제로는 이런 그림자가 생기지는 않지만 모형적 과장이 들어간거죠. 윗부분은 밝게 밑으로 갈수록 어둡게 명암을 줘서 입체감을 극대화시키는겁니다.“
“원래 밀리터리 디오라마 쪽에서 많이 쓰던 기법이거든요. 그런데 이 기법을 메카닉에 도입한 해외 보델러가 있었어요. 그 작품을 보고 완전히 빠져 들어서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모듈레이션의 핵심은 채도를 높이면서 명암을 살리는게 관건입니다. 부품의 크기에 따라서 그라데이션의 폭을 조절하는게 어려워요. 작은 부품은 그라데이션을 짧게, 큰 부품은 길게 주는게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 서페이서 위에 흰색을 전체적으로 칠하고 1차 명암을 칠해줍니다. 흰색을 1/3정도를 남기고 조금더 어두운 색으로 남은 2/3를 칠해주는 거죠. 그리고 나머지 1/3을 좀 더 어두운 색으로 칠해주는게 모듈레이션 도색의 기본입니다. 조색을 해서 한 가지 색을 3가지 톤으로 조색을 해서 사용하면 좀 더 편하게 작업할 수 있겠죠. 이렇게 자연스러운 명암이 표현됩니다.”
“건담의 가장 대표적인 빨강, 노랑, 파랑의 경우 회색에서 바로 본색을 올리게 되면 탁한 색이 되거든요. 반드시 흰색이나 채도를 올릴 수 있는 파운데이션 도료를 사용해서 밑색 작업을 해야 합니다. 서페이서 바로 위에 도료를 뿌리면 채도가 안올라오죠. 칙칙해져요. 쨍한 원색을 원하면 밝은 색을 밑색으로 칠하고 작업을 해야합니다. 제일 밝은 색부터 전체적으로 칠하고 단계별로 어두운 색을 칠하게 되는 건 동일합니다. 조색은 보통 중간 색을 기준으로 밝은 색과 어두운 색을 조색하면 하이라이트와 쉐도우까지 스펙트럼이 늘어나게 됩니다.”
“면적이 넓은 파츠일수록 그라데이션 작업이 어려운데요. 넓은 면적일 경우 좀 더 멀리서 뿌려야 깔끔하게 되고 신너 희석비도 늘려줘야 합니다. 에어브러시 분사가 부드러워져서 표면의 그라데이션도 부드럽게 표현됩니다. 비뚤어지거나 지그재그가 안되게 수평으로 뿌려줘야 잘된 도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계가 뚜렷해 보이면 너무 가까이서 뿌린 경우고 경계선이 부드럽지가 않고 거친 느낌이면 신너량이 부족한 거라 볼 수 있습니다. 잘 모르겠으면 에어브러시를 멀리서 뿌리기 시작해서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으로 해주면 금방 감을 익히실 수 있을 겁니다. 색이 진하면 진할 수록 내가 실수 했을 때 티가 많이 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부품 하나는 모듈레이션이라 하지 않고 그라데이션이라 부릅니다. 모형 킷의 파츠 하나하나마다 그라데이션이 들어가고 조합이 돼야 비로소 모듈레이션의 완성입니다.”
중력전선 공방
”8년정도 전업 모델러로 ‘중력전선 공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방운영, 의뢰작업, 개인작업이 저의 일이고 초등하교 방과후 수업도 하고 있습니다.
전에 컴퓨터 관련 직종에서 책도 쓰고 강의를 하는 일을 하다가 사업을 정리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 해서 진행하게 되었어요. 처음엔 공방을 같이 쓸 사람들과 작은 작업실에 있다가 넓혀서 지금의 공방을 꾸미게 됐죠.”
”함께 계신 공방 회원분들은 각자 작업들을 하고 모델링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오시면 기본적인 건 가르쳐 드리죠. 에어브러시 사용부터 킷의 준비부터. 재료구매까지 하나하나 초보맞춤으로 알려드리고 어느정도 실력이 갖춰지면 단계별로 하나하나 알려주면서 재밌게 지내고 있습니다.”
”최근엔 거의 의뢰작업을 하고 있어요. FSS(파이브스타스토리)의뢰가 많아서 거의 2년동안 모터헤드만 만들고 있어요. FSS 수집가들은 원작 그대로를 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모듈레이션 보다는 최대한 원작에 가까운 깔끔한 무광 페인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의뢰작업시 가장 중요한건 완성 날짜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퀄리티는 당연히 기본이고요. 약속된 기간 약속된 퀄리티를 맞추기위해 노력하죠.”
”가격보다 중요한게 마감기한인 거죠. 언제까지 완성 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려줘야 고객들과의 신뢰가 쌓이거든요. 1년치 의뢰가 밀려있으면 1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솔직히 얘기해야 합니다. 시작하면 1달정도 걸릴 작업이어도 시작을 1년 뒤에나 할 수 있을것 같은데 괜찮냐고 반드시 물어봅니다. 그리고 완성 날짜를 정하고 약속을 하면 무조건 지킵니다.”
”주변에 보면 의뢰 받다가 포기하는 모델러들이 꽤 있어요. 공통점은 마감을 못 맞춘다는 겁니다. 본인에게 다른 의뢰가 밀려있음에도 의뢰 받기에 급급한 경우도 많이 봤구요. 1년뒤에나 된다고 하면 놓치게 될까봐 그렇겠죠. 그런데 무리해서 일정을 잡다가 아예 다 놓치게 됩니다. 이 바닥이 한번 안좋은 소문이 나면 다시 신뢰를 쌓기 어렵거든요.”
”의뢰하시는 분들이 실물을 보기전에 인터넷 상에서 제 작업의 사진을 보고 연락을 주시거든요. 그래서 실물이 훨씬 좋아보이도록 노력합니다. 모듈레이션을 화면으로 보면 처음 보시는 분들은 그림같아도 보이고 그래픽처럼도 보이고 착시가 있으신것 같아요. 그럼에도 받았을때 실망감이 없도록 실물 퀄리티에 신경을 가장 많이 씁니다.”
공방운영은 신중하게
”가끔 공방을 하고 싶어하는 몇몇 분들 찾아와 상담을 하기도 합니다. 전체적인 운영부터 벌이는 어떤지, 의뢰를 받으면 어떻게 되는지 등등.”
”절대 하고있는일 그만두지 마시고 무조건 일단 세컨드잡으로 시작해야 된다고 조언합니다. 단순히 좋아하는 일이라고 시작했다가는 많은 걸 잃을 수가 있거든요. 이 일은 아마추어와 경쟁해야 되는 일이예요. 돈을 받고 일을 한다는 의미에서 프로인거지 아마추어 중에 훨씬 실력이 좋은 사람이 있는 거죠. 돈 안 받고 순수하게 재미로 취미로 하는, 그것도 아주 실력 좋은 사람들과 경쟁해야 되거든요. 내가 100시간이 걸려 작업할 것들을 그들이 500시간이 걸려도 금액에서 차이가 나버리면 정말 의뢰 하나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재료비와 킷트만 주면 즐기면서 작업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경쟁 자체가 안되는 거죠.”
”그래서 나만의 색을 가진 작품을 알리고 내 작업의 퀄리티를 알리고 내 가치를 알리는게 중요합니다.”
중력전선 공방 - 경기도 군포시 고산로 727
네이버블로그 - https://blog.naver.com/zacky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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