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력이 없다"...김태형의 걱정, 구드럼 포기→외인 장타자→'사직몬스터'도 철거하나
[OSEN=조형래 기자] “장타 칠 수 있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마무리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3년 총액 24억 원(계약금 6억 원, 연봉 6억 원)의 업계 최고 대우에 사인한 뒤 24일 취임식, 25일 상견례를 했고 곧바로 마무리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선수단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선수들을 밖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열정적이다.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한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라면서 “한 순간의 고비를 못 넘기면서 성적이 떨어진 게 아쉽지만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라고 설명하면서 선수단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 감독 재임 시절, 비교적 선 굵은 야구를 펼쳤다. 여기에 상대의 빈틈이 보이면 집요하게 그 곳을 파고드는 세밀함을 가미했다. 롯데에서도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는 야구를 펼치겠다는 출사표를 냈다.
그러나 현재 선수단 구성을 보면서 김태형 감독은 무엇이 필요한지를 확인했다. 야수진에서는 선 굵은 야구의 중심이 되어야 할 장타력 갖춘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야수들 중에서 그렇게 큰 선수들이 없는 것 같다. 빠르게 움직이는 선수들은 있지만 장타를 칠 수 있는 힘 있는 타자들이 많이 없어 보인다. 월등히 큰 선수들은 없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김태형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롯데 장타력에 대한 고민을 떠안게 됐다. 롯데 타선의 전체적인 장타력은 하위권이다. 2023년 팀 홈런은 69개로 리그 9위에 머물렀다. 장타율은 .362로 8위, OPS도 .700으로 8위다. 팀 내 최고참 전준우가 17홈런으로 팀 내 홈런 1위였고 유강남이 10개로 뒤를 잇는다. 두 선수 외에는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선수가 없다.
외국인 타자들이 장타 고민을 해결해줘야 했지만 지난해 후반기만 활약하며 8홈런을 때려낸 잭 렉스는 4홈런만 치고 전반기 막판 부상으로 짐을 쌌다. 대체 선수로 합류한 니코 구드럼은 운동능력을 겸비한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0홈런으로 시즌을 마무리 해야 했다.
일단 김태형 감독은 장타력을 갖춘 외국인 선수를 구단에 요청했다. 구드럼은 퇴출이다. 김태형 감독은 “외국인 타자는 고민하지 않는다. 구드럼은 바꿀 생각이다. 일단 수비가 좀 안되기 때문에 활용가치가 많이 떨어진다”라면서 “외국인 타자는 아무래도 장타력이다. 장타력을 최우선으로 보고 있다”라면서 외국인 타자 구상을 전했다.
이어 “사실 장타력이 없는 것은 맞다. 상대가 봤을 때 크게 쳐서 위협이 될만한 타자들은 장타력이 있는,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들이지만 전체적인 장타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라고 재차 현재 선수단 구성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현재 주어진 선수단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당장 김태형 감독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대신 외국인 타자 선발과 타격 코칭의 전반적인 개선, 그리고 외부 환경의 변화 등은 구단과 협의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표적인 게 2022시즌을 앞두고 높아진 담장, ‘사직몬스터’다.
투수력이 썩 좋지 않았지만 투수들에게 불리한 구장이었던 부산 사직구장이었다. 담장이 높았지만 홈에서 담장까지 거리가 비교적 짧았기에 큰 효과를 보기 힘들었다. 결국 롯데는 홈플레이트를 백스톱 쪽으로 밀면서 거리를 확장했다. 좌우 95m에서 95.8m로, 중앙은 118m에서 120.5m까지 늘어났다. 담장 높이도. 기존 4.8m에서 6m로 늘렸다.
이전보다 멀어지고 높아진 펜스에 홈런이 될만한 타구들이 걸리곤 했다. 롯데 타자들은 손해를 봐야 했지만 대신 투수들은 비교적 이득을 봤다. 롯데 투수진은 ‘사직몬스터’를 쌓은 뒤 홈에서 67개의 피홈런을 허용했다. 반면 타자들은 2년 동안 72홈런을 기록했다. 홈런마진에서 투수진이 이득을 봤고 타자들은 손해를 봤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생각은 없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사직몬스터 철거 여부에 대해 “다른걸 해보겠다고 지었던 것을 내가 왔다고 없애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냥 두고 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면서 나름의 방법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감독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외국인 타자, FA 등을 비롯한 전력 보강이다. 일단 올해 팀 내 최다 홈런을 친 전준우, 8홈런을 기록한 안치홍 등 내부 FA의 잔류를 구단에 강력하게 요청한 상태. 외부 FA 시장에서는 LG와 두산 등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에서 20홈런 시즌만 5차례 기록한 양석환이 거포로 분류되어 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20홈런(28-20-21)을 기록한 바 있다. 김태형 감독과 인연이 없지 않다.
부임하자마자 확인한 고민거리. 김태형 감독은 지금의 아쉬움과 어려움을 구단과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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