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나아지겠죠?"…참사 이후 죄책감에 짓눌린 그들
[뉴스리뷰]
[앵커]
1년 전 이태원 참사는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큰 아픔을 남겼습니다.
어제는 누구보다 힘들게 버텨내고 있는 유족들의 얘기를 들려 드렸는데요.
참사 1년을 맞아 죄책감을 떨쳐 버리지 못한 생존자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소방관의 동료, 현장의 목격자로 슬픈 기억을 간직한 상인의 이야기를 나경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1년 전 일어난 이태원 참사.
모두 159명이 희생됐지만 당시 현장엔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참사를 직접 겪었거나 그 현장을 지켜본 사람들입니다.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찾은 이태원이었습니다.
20대 A씨는 그날, 그곳에서 지인들을 만났습니다.
저녁 7시부터 사람들이 붐볐고 차츰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 A씨 / 이태원 참사 생존자> "그때도 바로 몇 cm 앞에도 또 다른 사람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랑 또 쉽게 부딪힐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인파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휩쓸리고 뒤엉켰습니다.
< A씨 / 이태원 참사 생존자> "제가 유일하게 본 경찰관이 해밀톤 호텔에서 뒤쪽에 매달려서 뒤쪽으로 가세요. 이렇게 소리쳤던 그 경찰분 한 분밖에 없어요."
골목 끝부분에 있던 A씨는 가까스로 살아남았습니다.
다친 곳은 없지만 더 큰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살아남은 자에게 돌아온 비난,
< A씨 / 이태원 참사 생존자> "'나는 생존자는 가해자이자 피해자라고 생각해'라고 하는 거예요. 그 말은, '언니는 살인 용의자야'라고 얘기를 하는 거라고, 똑같은 뜻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얼마나 많이 억장이 무너졌는지 몰라요."
A씨는 죄책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피해자들을 차갑게 대하는 우리 사회가 회복을 어렵게 한다고 말합니다.
< A씨 / 이태원 참사 생존자> "같이 힘들어하고, 같이 울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나아지지 않을까."
소방대원들에게도 그날의 상처는 깊게 남았습니다.
참사 당시 출동했던 대원들의 동료인 B씨.
더 많은 생명을 구하지 못해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소방관들의 어려움을 대신 전했습니다.
< B씨 / 소방관> "무력감, 해줄 수 있는 더 해주고 싶은데 해줄 수도 없는 그 능력 밖에서 오는 좌절, 무력 이런 걸 많이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를 표현할 여유는 없습니다.
어깨를 두드려 줄 새도 없이 또 다른 구조 현장으로 오늘도 출동해야 합니다.
< B씨 / 소방관> "속으로 삭이면서 근무를, 출동을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서울시가 출동 건수가 워낙 많다보니까. 그런 걸 표출할 여유조차도 없는 거죠."
아비규환 같았던 그날의 기억을 간직한 이태원 상인들.
참사 현장을 찾은 유족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이태원을 찾아주는 시민들을 위해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10월 29일을 잊지 않으려면 '안전한 이태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 C씨 / 이태원 상인> "상인들끼리 똘똘 뭉쳐서 이태원 상권화 프로젝트, 헤이 이태원을 만들면서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이태원에 오시는 고객들에게 최대한 안전, '안전한 이태원' 이 생각밖에 없어요."
안전한 사회가 돼야 한다는 것, 그래서 또 다른 참사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바람이었습니다.
연합뉴스TV 나경렬입니다. (inten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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