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처럼 던지는 게 제일 재밌어” 아버지 반대 뚫고 ‘김병현 도플갱어’…2001년 김병현처럼 WS 우승도전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게 단지 가장 재미있었다.”
라이언 톰슨(31,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은 메이저리그에서 보기 드문 사이드암이다. 그런데 고개를 많이 숙이고 팔을 확 젖히는 다이내믹한 딜리버리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애리조나의 2001년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 김병현(44, 사업가 겸 예능인)과 흡사하다.
실제 톰슨은 김병현의 투구 모습을 보고 따라하다 잠수함 투수의 삶을 살고 있다. 2020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올 시즌 도중 애리조나로 옮겼다. 운명처럼 김병현이 전성기를 보낸 팀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성적도 좋다. 올 시즌 탬파베이에선 18경기서 1승2패4홀드 평균자책점 6.11이었다. 그러나 애리조나에선 13경기서 4홀드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0.69라는 짠물투구를 했다. 포스트시즌서도 좋다. 9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2.31.
28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에도 어김없이 중용됐다. 5-3으로 앞선 6회말에 에이스 잭 갤런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나섰다. 1사 후 조나 하임을 볼넷, 2사 후 조쉬 정에게 중전안타를 내줬다. 그러나 레오디 타바레스를 92마일 포심으로 포수 파울플라이 처리했다.
미국 오리건 매체 스테이츠맨저널은 28일(이하 한국시각) 톰슨의 사연을 소개했다. “김병현만큼 톰슨에게 재미있는 건 없었다. 김병현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애리조나에서 뛰는 동안 트레이드마크인 잠수함 스타일로 타자들을 속이는 압도적 마무리투수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톰슨은 수백마일 떨어진 곳에서 김병현처럼 투구할 때 친구들이 자신의 공을 칠 수 없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김병현은 톰슨이 가장 좋아하는 애리조나의 일원이었다”라고 했다. 톰슨도 “2001년 월드시리즈 전체가 멋진 기억으로 남아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톰슨의 아버지는 아들의 김병현 폼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오버핸드로 던지길 바랐다는 게 스테이츠맨저널의 설명이다. 그래도 톰슨은 잠수함 폼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웨스턴 오리건대학 시절 투수코치의 어드바이스를 받아 지금의 투구 폼을 만들었다. 투수코치는 톰슨에게 “팔 슬롯이 낮아 보일 수 있지만, 시도해라”고 했다. 톰슨도 “논리적이었다. 결과는 즉시 나왔다”라고 했다.
대학 시절에는 최고 사이드암으로 불렸지만, 메이저리그 입성 후에는 잘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김병현의 팀을 만나자마자 월드시리즈까지 올라갔다. 특히 25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서 1⅓이닝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따냈다. 애리조나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하는 구원승이었다.
애리조나 마이크 페터스 불펜코치는 “그가 만들어내는 각도는 오른손 타자 뒤에서 나온다”라고 했다. 실제 우타자 시야에 팔이 안 보인다. 디셉션이 좋아서 우타자가 타이밍 잡기가 어려워 보인다. 페터스 코치는 “대부분 투수의 투구는 타자의(시선) 어깨너비 안에 있다. 그러나 그는 그 범위를 훨씬 벗어난다. 팔 각도에서 만들어내는 속임수가 그를 꽤 효과적으로 만든다”라고 했다.
애리조나는 1차전을 연장 끝에 내줬지만, 2001년 이후 22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애리조나 불펜엔 22년 전 월드시리즈에도 사이드암이 있었고, 22년이 지난 올해 월드시리즈에도 사이드암이 있다. 2023년 사이드암은 2001년 사이드암을 바라보고 자라 구단의 역사를 만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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