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위하준 "뻔하지 않은 '최악의 악', 느와르 꿈 이뤘죠"

조은애 기자 2023. 10. 2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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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위하준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느와르를 향한 로망이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막연히 액션 느와르물의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최악의 악'으로 그 꿈을 이뤘죠."

9월27일 첫 공개 이후 웰메이드 K-느와르라는 호평을 모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최악의 악'은 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 강남연합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경찰 준모(지창욱)가 조직에 잠입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액션 드라마다. 10월23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범죄 조직 보스 정기철로 거침없는 매력을 보여준 위하준과 만났다.

"젊은 세대의 느와르는 흔치 않잖아요. 뻔할 수 있는 언더커버 스토리에 인물의 본성, 갈등, 미묘한 관계들을 풀어가는 과정이 새로운 재미로 다가와서 좋았어요."

정기철은 한‧중‧일 마약 카르텔의 중심 조직인 강남연합의 보스다. 어린 시절,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때문에 그의 삶은 송두리째 뒤바뀌었고 씻을 수 없는 아픔과 끔찍했던 인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돈과 성공뿐이었다. 기철은 비상한 두뇌와 사업 감각으로 바닥부터 시작해 강남 일대를 손에 쥐고 본격적으로 악의 길을 걷게 된다. 잔혹한 세계에서 자신의 삶과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

"기철은 악인이에요. 어쨌든 마약을 팔아서 돈을 버니까요. 순수하고 약한 면도 있고 남들을 도와주려는 마음도 갖고 있지만 나쁜 사람인 건 맞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기철의 전사를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했어요.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살인자 아들로 낙인찍혀서 비참한 삶을 살게 됐잖아요. 돈도 없고 음지에서 뭐라도 하다가 잘못된 길을 갔고요. 그래도 분명 합법적인 일을 해서 성공할 수도 있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기철의 선택이 안타까웠어요."

위하준은 오직 성공 하나만을 바라보며 밑바닥부터 올라온 기철 캐릭터를 통해 남다른 카리스마와 깊은 감정 연기를 동시에 펼쳤다. 기철의 성공을 향한 열망과 리더십은 위하준의 세밀한 열연과 만나 또렷하게 그려졌다.

"성격적인 면은 저랑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저도 친구들 사이에서 항상 리더였지만 말수는 적고 조용히 뒤에 있는 스타일이거든요. 친구들도 '딱 너 같은 역할 했네' 하더라고요. 과거의 상처로 인해서 성공에 집착하는 면도 공감이 됐고요, 어렸을 때 순수했던 첫사랑의 기억도 비슷해서 생각났어요. 근데 기철이처럼 눈치가 없진 않아요.(웃음) 불법, 유흥도 정말 싫어합니다."

가장 고민된 건 조직 보스로서의 무게감이었다. 위하준은 배우들 중 가장 나이는 어렸지만 리더다운 존재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눈빛, 목소리 톤, 말투 하나까지 세심하게 조율해 등장만으로 분위기를 압도하는 에너지를 과시했다.

"조직 보스를 연기한다는 중압감과 강박을 깨는 게 쉽지 않았어요. 내 의도대로 무게감이 전달될까 걱정했죠. 실제로 배우들 중에 막내여서 더 고민했던 것 같아요. 어쨌든 다른 인물들이 다 강하고 세니까 저는 좀 더 침착하고 냉정하게 보이려고 했어요. 외모도 눈썹 산을 더 진하게 그리고 피부 톤도 다운시켜서 거칠게 보이려 했죠."

특히 '최악의 악'에는 매회 크고 작은 액션 장면들이 다수 등장한다. 배우들은 작품의 고유한 색깔을 담은 와일드한 액션을 표현하기 위해 액션 스쿨에서 고강도의 트레이닝을 받으며 합을 맞췄다. 위하준 역시 남다른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거칠고 민첩한 액션 장면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무엇보다 강렬한 액션에 진한 감정을 녹여내 여운을 더했다.

"무협 영화처럼 검을 다뤄야 하는 게 아니라서 기본적인 베이스에서 체력 관리만 했어요. 최대한 기철의 감정을 녹여내려고 했고 좀 더 처절하게 하려고 했고요. 기존에 순간적으로 빠르게 치는 액션을 주로 했다면 이번엔 속도를 줄여서 감정을 담는 데 집중했어요. 몸은 일부러 좀 불렸다가 시간이 갈수록 피폐해지는 걸 표현하려고 뒷부분에서는 6kg 정도 감량했어요."

거친 질감의 느와르였지만 '최악의 악' 촬영 현장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위하준과 지창욱, 임세미, 김형서, 임성재, 차래형, 이신기 등은 끈끈한 팀워크로 작품의 완성도를 더했다. 위하준은 '최악의 악' 쫑파티 때 눈물을 터트렸을 만큼 배우, 스태프들과 돈독한 우정을 나눴다.

"(지창욱은) 원래 좋아하는 배우였어요. 액션, 멜로 다 되는 분이잖아요. 형의 느와르를 기대했고 실제로도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어요. 형은 이미 톱배우인데 현장에서 늘 장난스럽게 웃고 모두를 잘 챙기더라고요. 저는 늘 걱정이 많아서 약간 다운돼 있는 편인데 형이 '별 거 없다, 그냥 하면 된다'고 말해주니까 힘이 나더라고요. 그렇게 재밌게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있었던 현장은 처음이에요. 누구 하나 모난 사람이 없어서 편했어요. 그래서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쫑파티 때 울컥했던 것 같아요."

2015년 영화 '차이나타운'으로 데뷔한 위하준은 최근 출연작들의 흥행을 이끌며 30대 배우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2021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기점으로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게 됐고 지난해에는 tvN '작은 아씨들'을 성공적으로 마쳐 호평을 얻었다. 오는 2024년에는 tvN, 티빙 '졸업', '오징어 게임2'로 돌아온다.

"'오징어 게임2'에 저는 별로 안 나와요.(웃음) 제 역할이 엄청 크진 않지만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품에 연달아 출연할 수 있어서 큰 복이라고 생각해요. '오징어 게임'은 제게 정말 감사한 작품이에요. 말도 안 되게 흥행한 덕분에 많은 분들이 알아보는 배우가 됐고, '최악의 악'도 만날 수 있었어요. 시즌2에는 더욱 박진감 넘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나와요. 얼마나 재밌을지 저도 기대돼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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