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고 금가고… 흉물된 인천 연안 부두 어시장 ‘이전 시급’

박귀빈 기자 2023. 10. 2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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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이전 최적지로 연안항 꼽지만
‘항만구역’이라 공개입찰 매각 불가피
수산물 판매·유통 우선권 확보 위해
지역 안팎서 “어항구 지정” 목소리 커
인천 중구 인천종합어시장 곳곳이 낡아 색이 바래고 녹슨 철근이 드러나 있다. 박귀빈기자

 

“인천의 대표 어시장이라면서…, 건물이 너무 낡아 손님들이 다 떠나갈 판이에요.”

28일 오전 10시께 인천 중구 인천종합어시장. 파란색 지붕 위 곳곳에는 색이 벗겨져 있다. 인천종합어시장이라고 크게 쓰여있는 흰색 벽에는 금이 가 있다. 옆 건물인 연두색 벽은 부서지면서 회색의 시멘트가 보이기도 한다. 녹슨 간판들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천장을 가득 매운 녹색 철근이 전선, 네온 등과 뒤엉켜 바깥에 그대로 드러나는 등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시장을 찾아 온 정해풍씨(59)는 “이곳은 주변에 낡은 건물밖에 없어 어시장을 오더라도 보는 재미도 없고, 주변에 곰팡이 슨 건물들도 빼곡해서 오기가 싫어진다”고 했다. 이어 “항상 천장에 있는 철근들을 볼 때마다 괜시리 불안하다”며 “이곳이 연안부두에 있는 어시장인지, 폐건물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상인 김영희씨(76)는 “마지막으로 보수 공사를 한게 2년 전”이라며 “아무리 공사를 하더라도 낡은 환경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인천 연안부두의 대표적인 수산시장으로 꼽히는 인천종합어시장이 낡고 열악한 환경으로 개선 대책이 시급하다.

이날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종합어시장 사업협동조합은 현재 시장이 너무 낡고 열악해 이전이 시급하다고 판단, 오는 2025년 6월께 인천항만공사(IPA)가 중구 항동 연안부두 물양장 매립 공사를 마치는 연안항 인근을 이전 최적지로 판단하고 있다.

이곳이 아니면 다른 대책을 찾지 힘든 상황이지만, 이전 추진 역시 난관에 부딪혀 있다. 연안항 인근은 항만구역이라 인천항만공사(IPA)가 공개입찰로 매각하겠다는 지침을 정해뒀기 때문이다. 자본력이 부족한 조합의 상황상 민간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어 이전은 어렵다는 판단이다.

앞서 시는 지난 2016년 11월 연안부두 인근의 관광명소화를 위해 어시장 이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 부지로 이전을 추진했다. 그러나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사전 검토 과정에서 무산했다.

이로 인해 지역안팎에서는 시가 이곳을 지역 어항구 등으로 지정해 활성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가 이곳을 지역 어항구로 지정하면 어촌·어항법 제26조 등에 따라 부지 매입 과정에서 수산물 판매·유통시설이 우선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항은 지난 2017년 4월 7일 대한민국의 국가어항으로 지정 받았다. 이어 해양수산부는 소래포구항 건설공사를 통해 이곳 일대의 수산물 시장과 관광명소화를 추진했다.

정해권 인천시의원(국민의힘·연수1). 시의회 제공

정해권 인천시의원(국민의힘·연수1)은 “IPA가 매립하는 곳을 어항구로 지정 하지 않으면 개발 업자들이 부지를 사들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천시가 적극적으로 IPA와 해양수산부 등과 협의를 해서 종합어시장 이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인천에도 호주 시드니의 피쉬마켓, 일본 도쿄의 도요스 수산시장과 같은 명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천종합어시장은 지난 50년 동안 인천을 대표하는 수산시장인 만큼 100년 후에도 인천을 대표하는 수산시장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인천종합어시장이 건물 노후로 인해 영업 환경이 안 좋은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전 관련해서는 IPA 및 관련 부서 등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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