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vs은가누 복싱대결, 희대의 명승부? 소문난 서커스?
WBC 복싱 헤비급 챔피언 타이슨 퓨리(35·영국)와 미국 종합격투기(MMA) 단체 UFC 전 헤비급 챔피언 프란시스 은가누(37·카메룬)와 드디어 맞붙는다.
퓨리와 은가누는 오는 29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덤아레나에서 10라운드 복싱 대결을 펼친다. 타이틀이 걸려있지 않지만 복싱 경기로 정식 승인을 받았다. 영국복싱위원회가 이번 경기를 주관한다.
둘의 대결은 작년 4월부터 예고됐다. 퓨리가 딜런 화이트(영국)와 타이틀전에서 승리한 뒤 은가누가 깜짝 등장했다. 퓨리와 은가누는 링위에서 함께 인터뷰를 갖고 대결을 예고했다.
이후 은가누는 복싱 대결 성사에 있어 최대 걸림돌이었던 UFC와 결별했다. 결국 지난 7월 퓨리 대 은가누의 복싱 대결이 공식 발표됐다.
관심은 큰 도전에 나서는 은가누 쪽에 더 쏠린다. 193cm 120kg에 이르는 은가누는 종합격투기에서 최강의 펀치력을 자랑한다. 한 다큐멘터리에서 은가누의 펀치력을 측정한 적이 있다. 펀치의 속도, 힘, 정확성을 종합해 ‘유닛(unit)’이라는 수치를 보여주는 기계에서 은가누는 보통 헤비급 복서에 2배 가까운 12만9000이라는 숫자를 찍었다.
이는 5kg짜리 슬레지헤머를 머리 끝까지 올렸다가 내려치는 것보다 강하다고 한다. 일반적인 소형차의 마력과도 비슷하다. 은가누의 펀치를 제대로 맞으면 차에 정면으로 충돌하는 충격을 받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상대는 퓨리다. 현역 프로복서 가운데 가장 위대한 헤비급 선수다. 퓨리 역시 하드 펀처로 명성이 자자하다. 무패 전적(33승 1무)에 KO 승리만 24차례 기록했다. 디온테이 와일더(미국)와 세 차례 맞대결에서 2승 1무를 기록하면서 자타공인 최강 복서임을 인정받았다.
은가누도 은가누지만 퓨리의 피지컬은 사기 캐릭터, 그 자체다. 신장이 206cm나 되고 체중도 120kg이 넘는다. 복싱 선수 답지 않게 뱃살도 제법 있지만 거구임에도 마치 미들급선수처럼 빠른 몸놀림과 뛰어난 테크닉을 자랑한다. 다운을 당해도 다시 일어나 상대를 쓰러뜨리는 강한 정신력도 갖췄다.
이번 경기에서 승패를 점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처음 복싱 글러브를 끼는 은가누의 승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CBS스포츠에 따르면 스포츠베팅업체가 은가누의 승리에 건 배당률은 +1080이다. 100원을 걸면 1080원을 번다는 의미다. 반면 퓨리의 배당률은 -2000이다. 2000원을 걸어야 100원을 번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경기에서 이런 배당률은 나오지 않는다. 보통 +-500 이상 나와도 한쪽으로 크게 기우는 경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1080, -2000의 배당률은 작은 이변 가능성 마저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은가누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기 초반 럭키펀치가 운좋게 꽂히는 것 뿐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사실 은가누 입장에선 져도 손해볼게 없는 장사다. 복싱은 어차피 자기 무대가 아니다. 퓨리에 패하면 종합격투기로 돌아가면 된다. UFC를 떠난 뒤 미국 내 2위 단체인 PFL과 막대한 금액의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미 엄청난 돈도 챙겼다. 이번 경기를 주최한 퓨리는 최근 영국 ‘미러’와 인터뷰에서 “은가누가 이번 경기 대전료로 1000만달러를 벌게 된다”고 말했다. UFC 시절 은가누가 받았던 한 경기 최고 대전료는 겨우 60만달러였다. UFC에서 수없이 싸우면서 벌었던 돈보다 이 한 경기로 얻는 돈이 몇 배다.
퓨리가 굳이 이 경기를 하는 이유도 돈 때문이다. 은가누와 경기를 통해 벌어들일 수익이 500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경기를 개최하는 대가로 막대한 수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퓨리는 은가누와 경기에서 질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안하고 있다. 이미 오는 12월 또는 내년 1월에 헤비급 3대 기구 챔피언인 올렉산드르 우시크(우크라이나)와 통합타이틀전을 갖겠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우시크는 이날 링 사이드에서 경기를 직접 관전할 예정이다. 퓨리가 은가누를 이긴 뒤 우시크가 링에 올라와 퓨리와 얼굴을 맞대는 그림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퓨리가 경기 준비를 대충한 것은 결코 아니다. 퓨리는 “이번 경기를 위해 12주 동안 훈련 캠프를 차렸다”며 “과거 와일더나 화이트를 상대할 때는 5~6주 만 캠프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2달 뒤 더 큰 빅매치를 앞둔 퓨리는 은가누를 상대로 철저한 아웃복싱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큰 키와 긴 리치, 월등히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은가누를 가지고 놀겠다다는 뜻을 밝혔다. 작은 이변의 틈도 허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퓨리는 “나는 그 못생긴 남자(은가누)가 나를 한 번도 건드리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아폴로 크리드(영화 ‘록키’에 등장하는 록키의 라이벌)처럼 잽을 3배로 늘리고 춤을 추면서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은가누도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진지하다. 이번 경기를 위해 ‘헤비급 전설’ 마이크 타이슨에게 특별 훈련을 받았다. 많은 팬들, 특히 종합격투기 팬들은 은가누가 강력한 펀치 한 방으로 퓨리를 쓰러뜨리길 응원한다.
은가누는 자신을 무시하는 퓨리를 향해 “당신이 가는 길에 턱을 놓고 가라”며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게될 것이다“고 큰소리쳤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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