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 시총으로 테슬라와 겨루던 베트남 전기차…지금은 90% 털렸다는데 [신짜오 베트남]
베트남을 대표하는 대기업은 단연 빈그룹(Vingroup)입니다. 빈그룹은 ‘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며 베트남 경제 생태계 곳곳을 장악하고 있죠.
건설(빈홈즈) 학교(빈스쿨) 레저(빈펄리조트) 병원(빈멕국제병원) 등 곳곳에 ‘빈그룹’의 ‘빈(Vin)’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런 빈그룹이 사활을 걸고 달려든 분야가 전기차입니다. 빈그룹은 알짜 사업이었던 빈마트를 매각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자동차(빈패스트)와 스마트폰(빈스마트) 두개의 제조업을 밀고 있었는데, 전기차에 주력하기 위해 시작한지 얼마되지도 않은 스마트폰 사업까지 포기하고 맙니다.
제한된 빈그룹의 자금 여력상 한꺼번에 두개의 제조업에 매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내부 판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또 이미 포화상태인 스마트폰 사업보다는 이제 막 시장이 열리는 전기차 사업이 ‘후발주자’가 진입하기에 더 용이할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도 한몫 했습니다.
출범 당시만 하더라도 빈패스트의 도전에 모두들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직 오토바이가 주 운송수단인 베트남에서 무슨 전기차 사업이 성공하겠느냐는 비웃음이었습니다. 게다가 빈패스트는 미국과 유럽 시장을 목표로 ‘하이엔드’ 전략을 추구했기에 더욱 의구심이 일었습니다. 제대로 된 차를 만들 수 있겠느냐는 불안감은 더욱 커져갔습니다.
그건 상장 직후 보여준 빈패스트의 놀라운 주가 움직임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8월 15일 빈패스트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습니다. 거래 시작가격은 주당 22달러였지만 28일 빈패스트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9.75% 이상 급등하며 주당 82.35달러를 찍었습니다.
이날 종가 기준 빈패스트 시총은 무려 1586억달러로 한화 기준 200조원이 넘었습니다. 이 당시 베트남 빈패스트보다 시총이 높은 자동차 기업은 테슬라와 일본 도요타 밖에 없었습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의 모회사인 스텔란티스 시총을 합친 것 보다 빈패스트 시총이 높으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세계를 상대로 보여준게 거의 없는 빈패스트 시총이 이렇게나 높아지다니요.
1%도 안되는 주식이 거품을 형성하며 높은 가격에 거래 당사자들이 주고받은 것입니다. 하지만 펀더멘털이 바탕이 되지 않은 주가는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빈패스트는 최근 주가는 5달러 초반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고점 대비 90% 가량 주가가 밀린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주가가 희석될 여지가 많다는 것입니다. 얼마전 빈패스트는 미국 투자펀드 요크빌과 10억달러 규모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사실 빈패스트 입장에서는 전기차 사업의 확장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을 수혈받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미국 사모펀드와 손잡고 펀딩에 나선 것입니다. 추후 요크빌이 신주를 발행하게 되면 그만큼 주식수는 늘어나게 되고 기존 주주들의 주당 가치는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또한 이렇게 자금을 충당받은 빈패스트가 테슬라 BYD등 전기차 업계 거물은 물론 루시드 리비안 등 여타 전기차 업체와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는지도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베트남 내수 시장이라도 탄탄하게 받쳐줘야 하는데 아직 베트남 중산층이 빈패스트 차량을 선뜻 사기에는 어려움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베트남은 아직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광범위하게 깔려있지 않습니다. 베트남 국민 입장에선 내연 기관 차량이 먼저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빈패스트가 미국과 유럽에서 당장 엄청난 경영성과를 보이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빈패스트의 생존 전략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떨어질대로 떨어진 주가는 반등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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