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도 부활시켰다…'초보' 강인권의 '쓸놈쓸' 불펜 운영, '강철 매직' 우승 감독에 도전
[OSEN=조형래 기자] 초보 감독이 기적을 쓸 수 있을까.
가을야구 초보 강인권 NC 감독이지만 올해 포스트시즌 4경기를 치르면서 펼친 운영은 우유부단하지 않았다. 강단 있게 선택과 집중으로 포스트시즌 파죽지세를 이끌었다.
20승 200탈삼진의 에이스 에릭 페디가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에서 등판이 불가능했던 상황.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던 16일 KIA전 고종욱의 강습 타구에 오른팔 전완부를 강타 당해 타박상 부상을 입었고 시즌 내내 누적된 피로가 원인이 되어 우측 팔꿈치 충돌 증후군을 겪었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회복이 필요했고 페디는 개점휴업 상태가 계속됐다.
등판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NC는 선발진의 불안감을 안고 포스트시즌을 치러야 했다. 당초 준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 투수로 준비하기도 했지만 다시 불편함을 느껴서 출격하지 못하기도 했다. 준플레이오프 상대인 SSG에도 미안한 감정을 전하기도 했다. 강 감독은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아 죄송하다. 상대팀(SSG)에도 너무 죄송해서 수석코치를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페디의 외국인 원투펀치 파트너인 태너 털리도 정신을 못 차렸다.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4이닝 7피안타(1피홈런) 3볼넷 5실점, SSG와의 와일드카드 2차전2이닝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2탈삼진 5실점으로 강판됐다. 구위가 떨어지는 외국인 투수의 단기전 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불펜진이 자연스럽게 소모될 수밖에 없었다. 포스트시즌 4경기 모두 선발진은 6이닝 이상을 소화해지 못했고 불펜진은 자연스럽게 일찍 가동됐다. 그리고 대부분 접전 상황이 이어지며 애매한 성격의 투수들이 아닌 롱릴리프, 그리고 필승조 성격의 투수들이 계속 기용됐다. 선발 등판했던 3명의 선수(태너 신민혁 송명기)를 제외하고 4경기에서 쓴 투수들은 불펜 투수들은 6명. 김영규 류진욱 그리고 마무리 이용찬은 4경기 모두 출석했다. 이재학이 3경기 등판했다.
쓰는 선수만 계속 쓰는 ‘쓸놈쓸’ 야구라고 할 수 있지만 단기전에서는 선택과 집중으로 강단있게 투수운영을 펼쳤다. 이 선택은 적중했고 현재 NC가 기적을 쓰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됐다. 김영규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1이닝 3볼넷 무실점으로 다소 흔들렸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는 3경기 3⅔이닝 1승 2홀드 1피안타 2볼넷 무실점을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류진욱 역시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2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비자책점), 준플레이오프에서 3경기 3이닝 3피안타 3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두 명의 필승조가 빠르면 5회부터 출격해서 경기 중후반을 안정시켰다.
여기에 마무리 이용찬도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부침을 거듭했지만 점점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승리를 확정지은 3차전,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세이브로 올해 가을야구에서 처음으로 퍼펙트 이닝을 만들었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 1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점점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 최후의 보루가 흔들리면서 NC의 가을야구 불안요소가 됐는데 이제는 점점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쓸놈쓸’ 야구의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역시 투수들의 체력이다. 단기전에서는 더 집중해야 하고 더 힘을 쏟아 붓기 때문에 체력 소모의 강도가 정규시즌의 배 이상이다. 류진욱은 거듭된 출격에 “구속이 1~2km씩 떨어지는 것 같기는 하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같은 구속이라도 거듭된 등판으로 공에 실리는 힘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NC는 준플레이오프를 3경기 만에 끝내며 플레이오프까지 4일이라는 휴식 시간을 벌었다. NC는 25일 준플레이오프 종료 이후 26일 휴식을 취한 뒤 27~28일 간단한 훈련, 그리고 29일 플레이오프 결전의 장소인 수원으로 이동한다.
페이스를 되찾은 마무리 이용찬에 계속 마운드에 오른 필승조에게 꿀맛 같은 4일 휴식까지. 선발진이 탄탄한 KT에 전력적인 열세는 분명하지만 재충전을 마치고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조건은 완성됐다. ‘초보’ 강인권 감독은 초보답지 않은 결단력으로 ‘우승 감독’ 이강철 감독을 위협할 준비를 마쳤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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