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혁신위 징계해제 건의에 “선거전략상 굉장한 바보짓···첫단추 잘못끼워”

노정연 기자 2023. 10. 2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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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당 혁신위원회가 자신 등에 대해 ‘대사면’을 1호 안건으로 지도부에 건의한 것에 대해 “선거전략상 굉장한 바보짓”이라며 “혁신위가 첫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고 맹공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혁신위가 자신에 대한 징계 등을 해제하는 등 사면 건의를 지도부에 했다는 소식과 관련해 “너무나도 정치상황에 대해 가볍게 접근하는 것 같다”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서울 강서 구청장 보궐선거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이준석이 싫어서 국민의힘을 안찍거나 이준석 때문에 국힘을 찍거나 그런 게 없다”며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께서 어떻게 하시느냐에 모든 집중이 돼 있는 상황인데, (혁신위는) 그것 빼놓고 다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이후 쇄신을 위해 발족된 혁신위가 먼저 해야할 것은 사면 건의와 같은 당내 ‘통합’ 보다는 윤석열 정권과 여당의 혁신에 맞춰져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성비위 의혹 관련 증거인멸교사 건으로 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뒤 같은 해 10월 윤 대통령 등을 향해 ‘양두구육’ 등 용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당원권 정지 기간이 1년 추가됐다.

이 전 대표는 혁신위의 사면 건의 자체를 정치적 미숙이라고 맹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당헌·당규에 징계 취소와 징계 정지가 있는데 혁신위가 그런 구체적인 용어를 쓰지 않고 정치적인 용어로 ‘대사면’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며 “사면이라 함은 죄가 확정된 뒤에 형의 집행을 면제해 준다는 것인데, 어떤 정신나간 정치인이 이런 것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겠나”라고 직격했다.

이어 “만약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이런 용어를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라면 정치적 미숙이고, 만약 그 안에서 다른 정치인들이 이걸 기획한 것이라면 ‘악의’이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다. 당장 홍준표 (대구)시장도 그렇게 반응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상태인 홍 시장 역시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사면은 바라지 않는다. 니들끼리 총선 잘해라”라고 힐난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이건 굉장히 문제의 근본은 회피하면서 결국에는 오히려 사람 모욕주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누가 누구의 죄를 사면한다는 것이고, 무슨 죄라는 건가. 자기들이 지난 1년 반 동안 해 온 것을 옳았다고 주장하면서 아량을 베푸는 것이잖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혁신위 등 당내 일부가) 기대하는 효과는 ‘우리는 노력했다. 그런데 이준석이 받지 않았다. 그러니 이준석은 나쁜놈’을 또 한 번 해보려는 것”이라며 “계속 그렇게 하시라. 그 길로 가겠다면 말리지 않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당 지도부가 징계해제 등 사면을 한다고 해도 “받지 않겠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전날 혁신위 논의 내용 중에는 ‘이 사람들(징계받은 인사들)이 반성문을 쓰는 조건으로’라는 내용도 있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저는 그런 논의를 하는 수준이라면 진정성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요한 위원장이 전날 ‘이 전 대표가 마음이 많이 다친 것 같다. 내가 더 노력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자기들 딴에는 기획을 해서 ‘이준석을 속좁은 어린애처럼 보이게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이미 1년 반 동안 써온 작전이다. 1년 반 동안 이준석을 치기 어린 어린애로, 막말하는 애로 다 몰아보려고 했지 않나”라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젊은 사람들도 (이 일을 통해) 직장에서 당하고 있는 무수한 안 좋은 일들을 감정이입 할 수밖에 없다”며 “나이 40이 다 됐는데도 어린애 취급하고, 당대표를 해도 어린애 취급하고 나중에 문제해결할 때 근본을 해결하지 않으려고 하고, ‘인생 더 살아봐야 하는 거다’ ‘기다려. 기다리면 잘 될텐데 왜케 성급해’ ‘너는 말을 조심스럽게 해라’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이준석의 거취가 중요한 게 아니라 너희들의 삶의 자세를 바꿔라고 제가 계속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며 “싸가지 없다 소리를 들어도 좋다. 지금 대한민국 20~30대가 매번 겪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지금 이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국민들이 어떤 지점을 싫어하는지를 건드릴 생각은 없고 기술적으로 ‘이준석이 (신당을) 창당을 하거나 (내년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던데 그 명분을 없애자’는 취지가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자꾸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준석이 명분을 쌓기 위해 이런 말을 한다고 하는 건 자기들끼리 공상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너희가 1년 반 동안 한 짓 때문에 이미 명분은 차고 넘친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들 입장에서도 1년 반 동안 정권이 한 것을 보고 있기 때문에 명분은 필요 없다”며 “자꾸 명분을 찾으면서 이렇게 하면 이준석이 명분이 사라져서 뭘 못하겠지 이런 걸 고민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저는 정무기획이 안되는 상황이면 이 사람들은 선거 가서 더 큰 사고를 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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