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오류→6분간 12명 뛰었다' 포항·심판 실수가 낳은 사고...몰수패 가능성도[오!쎈 현장]
[OSEN=전주, 고성환 기자] 포항 스틸러스가 황당한 실수로 몰수패를 당할 가능성이 생겼다.
포항과 전북 현대는 28일 오후 2시부터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3 35라운드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홈팀 전북은 4-1-4-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구스타보, 송민규-백승호-맹성웅-한교원, 보아텡, 김진수-박진섭-구자룡-정우재, 김정훈이 선발로 나섰다.
원정팀 포항은 4-2-3-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이호재, 홍윤상-윤민호-김인성, 김종우-김준호, 심상민-그랜트-박찬용-김용환, 황인재가 선발 명단을 꾸렸다. 김기동 감독은 주중 있을 FA컵 제주 원정에 대비해 제카, 김승대, 고영준 등 주축 선수들을 아끼는 전략을 택했다.
0-0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던 전반 23분 변수가 생겼다. 김용환이 김진수에게 밀려 넘어지면서 발목에 통증을 호소했다. 포항은 더 이상 뛸 수 없게 된 김용환을 불러 들이고 신광훈을 투입했다. 아니 김용환을 불러 들이려 했다.
하지만 전반 26분 대기심이 들어 올린 교체판에는 김용환의 등번호 3번이 아닌 김인성의 등번호 7번이 적혀 있었다. 그럼에도 김인성은 계속해서 경기를 뛰었고, 이미 차량을 타고 나온 김용환이 벤치에 앉았다. 명백한 교체 오류.
심판진은 약 4분 뒤 이를 알아차렸다. 전반 30분 갑자기 경기가 중단됐고, 김영수 주심과 김기동 감독이 대화를 나눴다. 교체가 잘못된 상황을 설명하는 듯했다.
결국 포항은 전반 32분 뒤늦게 김인성을 빼고 김승대를 투입해야 했다. 김인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 나왔다. K리그 공식 기록에 따르면 포항은 전반 26분 김인성을 빼고 신광훈을 투입했고, 전반 32분에야 김용환 대신 김승대를 넣었다.
어수선한 상황이었지만, 일단 경기는 재개됐다. 그러나 공식 기록상 교체된 김인성이 경기장을 누볐다는 점은 분명한 문제다. 교체로 물러났어야 할 그는 6분 가까이 경기장에 남아있었다.
전북 구단 설명에 따르면 포항 벤치에서 교체표를 제출할 때 잘못 적어냈다. 게다가 대기심을 비롯한 심판진도 제출한 등번호와 다른 선수가 경기장을 빠져나왔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그마저도 전북 벤치에서 먼저 문제를 알아차리고 항의한 덕분이었다. 포항과 심판진의 동반 실수인 셈.
후반전이 진행 중인 현재 양 팀은 1-1로 접전을 펼치고 있다. 전북이 후반 9분 구스타보의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터트렸지만, 포항도 후반 25분 제카의 페널티킥 골로 맞불을 놨다.
그러나 경기 결과와 별개로 포항의 몰수패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K리그 경기 규정 제33조 2항에 따르면 공식경기에 '무자격선수'가 출장한 것이 경기 중 또는 경기 후 발각되어 경기종료 후 48시간 이내에 상대 클럽으로부터 이의가 제기된 경우, 무자격선수가 출장한 클럽이 0:3 패배한 것으로 간주한다. 만약 경기 중에 발각됐을 경우엔 해당 선수를 퇴장시키고 경기를 속행하지만, 이날 주심은 레드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김인성은 기록상 교체된 선수이기 때문에 '무자격선수'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지난 2021년 광주가 대기심의 실수로 교체 규정을 어기게 되면서 다소 억울하게 몰수패당한 전례도 있다.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먼저 광주의 선수 교체 횟수가 모두 소진된 이후에 교체선수로 투입된 김봉진은 '그 시점에 경기출전 자격이 없는 선수'이므로 대회요강에서 정한 무자격선수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교체 오류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단 양 구단과 연맹은 경기가 끝난 뒤에 규정 해석을 논의할 예정이다. 연맹 측은 "두 구단과 대기심, 관련자 의견을 다 들어본 뒤 판단해야 해서 지금은 얘기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규정에 따르면 전북으로선 경기 종료 후 48시간 이내에만 이의를 제기하면 되기에 충분한 논의가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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