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참 행복했던 10월 어느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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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꼽아보니 꼭 7년 만이다.
2016년 10월 초 내 나이와 같은 스코어인 69타를 쳐 생애 처음 에이지 슛을 기록했었다.
이후 가끔 70대 타수를 치기 했지만 에이지 슛과는 거리가 멀었다.
80이 가까워지면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7년 만에 다시 에이지 슛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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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손을 꼽아보니 꼭 7년 만이다.
2016년 10월 초 내 나이와 같은 스코어인 69타를 쳐 생애 처음 에이지 슛을 기록했었다. 이후 가끔 70대 타수를 치기 했지만 에이지 슛과는 거리가 멀었다. 80이 가까워지면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7년 만에 다시 에이지 슛을 기록했다. 전반 2오버, 후반 이븐으로 합계 74타를 쳤다. 나이보다 한 타 적은 첫 언더 에이지 슛 기록이다.
코스가 비교적 짧고 잔디 상태도 좋았지만 전반적으로 샷이 안정감을 보여주었다. 드라이브 샷은 거의 페어웨이를 지켰고 아이언샷도 80% 가까이 그린에 떨어졌다. 우드샷도 무난했다. 전반에 두어 번 결정적 버디 찬스가 찾아왔는데 놓친 게 아쉬웠다. 전반을 끝내고 나서 입에서 '잘 하면 오늘 에이지 슛을 할 수도 있겠네!'하는 말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용케 참았다. 한번 입으로 뱉고 나면 거기에 집착하게 돼 경기 리듬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반자들은 자신의 경기를 하느라 내 기록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어렵게 파를 해도 당연한 듯 받아들였다. 이런 동반자들의 반응이 내겐 천만다행이었다. 누군가 스코어카드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방형, 오늘 에이지 슛 기록할 수 있겠네!'하고 말했다면 나는 그 한 마디에 끄달려 리듬을 잃을 가능성이 많았을 것이다. 스스로도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에이지 슛은 잊어버리자고 다짐하며 동반자들과 어울렸다. 버디 기회가 서너 번 찾아왔지만 한 번으로 만족해야 했다. 어려운 파를 여러 번 세이브 했고 보기도 한번 했다.
이날처럼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된 라운드도 처음 경험한 것 같다. 연습장에서 샷을 날릴 때보다 더 편안하고 무리가 없었다. 왜일까 생각해봤다. 동반자들과 잘 소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진 게 효과를 발휘한 것 같기도 하다. 경쟁할 상대가 없는 것도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무리 없는 부드러운 샷을 날리게 한 것 같다.
마지막 홀에서 장갑을 벗으면서 그제야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 오늘 에이지 슛 기록한 것 같애. 그것도 에이지 원 언더로."라고 말했다. 그러자 동반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축하 악수 세례를 보냈다.
비로소 10월 막바지 청명한 가을 하늘과 단풍에 물든 숲이 눈에 들어왔다. 근래 처음 경험하는 '천국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운전 때문에 식사 자리에서 축하주를 충분히 나누지 못한 게 아쉬웠다. 집에 돌아와 보니 동반자들이 '오늘 환상적인 조합으로 멋진 라운드를 했다'는 카톡들이 와 있었다. 참 행복했던 10월의 어느 하루였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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