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 97%가 한다는 ‘이것’…정말 질병일까요? [더테크웨이브]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3. 10. 2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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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산업과 e스포츠 영역에서 한국 게임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게임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이 존재합니다. 비단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게임은 질병인가’를 둘러싼 논쟁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게임은 정말 질병이며, 범죄를 유발하는 사회악일까요? 게임을 향한 부정적 시선은 근거가 전혀 없는 억지논리일까요? 이번주 <더테크웨이브>에서는 최대한 중립적인 시각으로 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 출처=픽사베이]
게임중독, 질병일까?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국제질병분류(ICD)에 반영했어요. 게임중독을 마약, 알코올, 담배 중독처럼 질병으로 분류해 치료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죠.

WHO에 따르면 게임중독은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 부정적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WHO는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 △부정적 결과가 발생함에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등의 현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게임중독으로 진단할 수 있게 했죠.

증상이 심각할 경우에는 이보다 적은 기간에도 게임중독 판정을 내릴 수 있고요.

WHO의 발표는 전 세계 게임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당시 WHO 결정에 대해 게임 역시 영화, 음악과 같이 개인의 문화적 취향에 관한 영역인데 동성애 이슈와 마찬가지로 국가 개입이 지나치다는 반발이 업계를 중심으로 강하게 나왔어요. 게임 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죠.

게임 중독 vs 취미 갑론을박. 매일경제DB
반면 국내 일각에서는 WHO의 국제질병분류에 따라 한국도 게임 이용 장애에 질병코드를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하지만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구체적 근거와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국내에 무리하게 도입할 경우 국내 게임 산업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처럼 ‘게임이 질병이냐 아니냐’를 둘러싼 논쟁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게임 중독이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은?
지난 8월 온 국민을 경악에 빠뜨린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검찰은 이사건의 수사결과 발표에서 범인의 범행 방식에 대해 “마치 1인칭 슈팅게임을 하듯 범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범행 동기로 게임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범인이 △범행 8개월 전부터 게임에 몰두했고 △범행 당일에도 게임영상을 시청했으며 △가벼운 뜀걸음, 새로운 타깃 물색 등 범행 수법 역시 1인칭 슈팅게임이 연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게임과 범죄의 연관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한 번 촉발됐습니다. 특히 최근 국내외에서 ‘묻지마 살인’이 잇따르자 이러한 우려가 더 커졌죠.

최근 흉기로 불특정 다수를 살해하는 것이 주요 스토리인 온라인 게임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잔인한 게임에 많이 노출될수록 공격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앞서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교실은 2013년 ‘게임의 공격성’ 논문을 통해 “온라인 게임 폭력물은 게이머가 직접 키보드, 마우스로 체험하는 형태여서 텔레비전의 수동적 폭력물 시청에 비해서 훨씬 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게임을 범죄와 결부시키기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폭력적인 게임과 실제 범죄의 연관성을 직접적으로 명확히 밝혀낸 연구 결과는 없기 때문이죠.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20대 남성의 96.9%, 30대 남성의 80.9%가 게임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체 게임 이용률도 74.4%에 달하고요. 게임을 하는 모든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한편 확률형 아이템 논란을 두고도 여러 얘기가 많습니다. 게임 이용자들이 박한 확률인 걸 알면서도 당첨됐을 때의 쾌감을 얻기 위해 계속해서 현금을 결제하는 것을 두고 도박에 중독되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사행성 논란은 한국 게임업계의 오랜 고민이기도 합니다.

게임이 스트레스·불안감 낮춘다?
게임도 순기능이 있을까요? 최근 세계 게임 이용자가 비디오 게임 플레이를 통해 스트레스, 불안감, 고립감을 해소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었습니다.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공개한 ‘2023 글로벌 게임 플레이 영향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게임 사용자들은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서적인 효과로 ▲스트레스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71%) ▲불안감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61%) ▲고립감·외로움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55%) 순으로 답했습니다.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공개한 ‘2023 글로벌 게임 플레이 영향력 보고서’ 내용. 한국게임산업협회
이번 보고서는 한국게임산업협회를 비롯해 미국, 호주, 캐나다, 유럽 등 각 국가와 지역을 대표하는 게임 협단체 간 협력을 통해 최초로 발간됐습니다. 12개국(한국, 호주, 브라질,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폴란드, 스페인, 영국, 미국)의 약 1만 3000명의 게임 이용자(16세 이상)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행동 습관과 관심 분야 등을 조사했죠.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기는 이유로는 ▲재미를 위해(69%) ▲여가시간 활용을 위해(63%) ▲스트레스 해소 및 휴식을 위해(58%) 등 항목이 상위를 차지했습니다. 게이머들은 특히 게임 이용을 통해 개인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공감했어요. 대표적으로 ▲창의성(73%) ▲문제해결(69%) ▲인지력(69%) ▲팀워크 및 협업(69%) ▲적응력(65%) ▲커뮤니케이션(60%) ▲언어(57%) 등이 꼽혔습니다.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게임이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넘어 사회적으로, 또 정서적으로도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죠.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공개한 ‘2023 글로벌 게임 플레이 영향력 보고서’ 내용. 한국게임산업협회
게임, 디지털 치료제로 활용될까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골칫거리였던 게임이 병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로 주목받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약물은 아니지만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의미합니다.

2020년에는 최초의 게임형 디지털 치료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습니다. 아킬리인터랙티브(Akili Interactive)의 ‘인데버(Endeaver)Rx’입니다. 만 8~12세 어린이 ADHD 치료제로 인정받았습니다. 일반 컴퓨터·모바일 게임과 비슷하게 캐릭터가 목표 지점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장애물을 피하고 사냥해 미션을 깨는 방식의 게임입니다.

게임형 디지털 치료제가 주목받으며 국내 게임 회사도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1인칭 슈팅게임(FPS)로 유명한 드래곤플라이는 지난해 11월 식약처에 게임형 ADHD 디지털 치료제 ‘가디언즈 DTx’ 임상시험 계획서를 제출했죠.

2022년 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Nature Human Behavior)는 주간 단순 몇 시간의 게임 이용이라 하더라도 주의능력 조절 및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대학교 및 이탈리아 트렌토대학교 소속 연구진은 “6개월, 1년, 1년 6개월 간격으로 연구 집단을 관찰했을 때, 게임을 하지 않는 학생들에 비해 게임을 하는 아이들의 독해 능력과 성적이 향상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비디오 게임의 학습 능력 향상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난다”고 밝혔습니다.

韓게임, 건전한 발전 모색해야
게임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건전한 활용이 기대되는 지점입니다.

지난달 29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종목 결승전. 대한민국 대표팀은 대만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e스포츠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됐죠.

허은아 국민의 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캡처
다음날 허은아 국민의 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질병이 우리를 자랑스럽게 할 때’라는 글도 화제가 됐어요. 허 의원은 “한국 대표팀의 아시안 게임 금메달을 열렬히 축하한다”면서 “게임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주권자의 취미 생활입니다. 앞으로도 게임을 ‘질병’이나 ‘해악’ 취급하려는 모든 시도에 단호히 맞서겠다는 다짐을 드린다”고 썼죠.

허 의원은 강제적 게임셧다운제 폐지법안 가결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게임 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중독이라는 표현 역시 법적·행정적·의료적으로 명확히 정의 개념이 아닌 만큼 용어 사용에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게임 산업 수출액은 지난해 11조 5000억 원 수준.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6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내 게임사들은 게임 수출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아시아 시장을 넘어 북미와 유럽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앞으로 게임 산업을 흑백논리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보여집니다. 기술(서비스)은 결국 그것을 쓰는 사람에 달려 있으니까요.

<황순민 기자의 더테크웨이브>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술(Tech)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리라 믿습니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인류를 진보시키는 최신 기술 동향과 기업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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