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내 인생이 갑자기 '어긋'나고 있다면 어떻게 하지? 여기 힌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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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남자가 있다.
여기서부터는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링이 있으니 유의해 읽어주기를 바란다.
그의 실력은 <더 킬러> 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지만, 그저 화려한 액션 영화라고만 여기면 곤란하다. 더>
여기에는 특별한 지점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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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남자가 있다. 단단한 골격에 창백한 얼굴. 직업은 킬러. 하지만 흡사 수도승을 연상케 하는 태도. 정갈한 복장. 군더더기 없는 행동. 차분하게 계획을 되뇌는 입. 자기 수련이라도 하듯 고요히 임무에 몰입하는 얼굴. 문득 궁금해진다. 대체 어떤 마음가짐이기에,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이토록 차분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까 이 남자가 보는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영화의 주인공인 '킬러(마이클 패스벤더)'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임무에 돌입한다. 고위층으로 보이는 한 남자를 암살하는 임무. 그는 자신만의 원칙을 뇌까린다.
계획대로 해라. 아무도 믿지 마라. 전념해야 한다. 성공하고 싶다면.
하지만 그 순간, 실수가 발생한다. 도무지 예상하지 못했던 실수. 철학을 읊조리던 그의 입에서는 욕설이 튀어나온다. 젠장. 찰나로 뒤바뀌는 것이 인생이던가. 이 실수는 그의 삶을 뒤흔든다.
여기서부터는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링이 있으니 유의해 읽어주기를 바란다.
킬러는 급히 현장을 뜬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에게 보복을 가한다. 다만 방식이 충격적이다. 그의 여자친구를 해친 것. 만신창이가 되어서 거동조차 못 하는 그녀의 모습에 킬러는 복수의 날을 간다. 다시는 누구도 그녀에게 손대지 못하도록. 타올랐던 그의 눈빛은 새로운 임무 앞에서 다시 차가워진다. 이 일에 연루된 모두에게 복수하기 위한 자신만의 임무. 계획을 세운다. 하나하나 실행한다. 그뿐이다. 그가 방문을 나선다.
<더 킬러>를 연출한 데이비드 핀처는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유명하다. <세븐>(1995), <파이트 클럽>(1999), 조디악(2007) 등. 그의 실력은 <더 킬러>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지만, 그저 화려한 액션 영화라고만 여기면 곤란하다. 여기에는 특별한 지점이 하나 있다.
<더 킬러>에는 '어긋남'이 있다. 우연한, 하지만 운명적인 어긋남. 사소한 실수로 킬러의 삶에는 예기치 않은 틈새가 생긴다. 그것은 점점 벌어지고 커진다. 원하지 않는 일들이 생겨난다. 이 틈새를 다시 좁히는 것이 영화의 전부라 볼 수 있다. 그는 계획을 차분히 실행하며 삶을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 분투한다.
연출에도 어긋남이 있다. 암살 대상에 총을 겨눌 때, 킬러는 긴장을 풀기 위해서 음악을 듣는다. 이때 흐르는 음악은 너무 신나서 이상하다. 상황과 음악 사이의 괴리. 이런 연출은 뒤에서 반복된다. 킬러가 여자친구의 집에 도착했을 때, 거실에서는 낭만적인 음악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집에 감도는 어색한 적막함은 음악과 불화한다. 결국 발견되는 여자의 핏자국. 또다시 상황과 음악 사이 괴리가 반복된다. 이것은 킬러가 처음 표적을 노릴 때 들었던 음악이, 다시 그에게 돌아온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는 기어이 이 상황을, 노래를 적들에게 돌려준다. 그가 정보를 캐내려고 누군가를 공격할 때도 또 한 번 신나는 음악이 흐른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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