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벌이 없고 맞벌이만 있는 '기형적 육아휴직제' 맹점 [視리즈]
6+6 부모육아휴직제도 허점➊
0.70명으로 떨어진 합계출산율
육아휴직 제도 개선 나선 정부
더 많이 주고, 오래 주는 정책
6+6 부모육아휴직제도 확대
육아휴직 급여 느는 건 좋지만
수혜는 고소득 맞벌이에 집중
반쪽짜리 정책이란 비판도…
# 백약이 무효다. 2006년 이후 300조원이 넘는 나랏돈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 올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지난해 말 0.78명보다 더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성(15~49세)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 인구소멸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2021년 이후 줄어든 인구는 웬만한 자치구의 인구수에 맞먹는다. 이를 의식한 듯 현 정부도 저출산 해소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0월 6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6+6 육아부모휴직제'는 이를 잘 보여주는 정책이다.
# 6+6 육아부모휴직제는 나름 파격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책의 수혜를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맞벌이 부부'만 누릴 가능성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초점이 육아에 필요한 소득을 지원해주는 게 아니라 부모의 소득을 얼마나 보전해 주느냐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같은 기형적 제도가 탄생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도의 이름도, 내용도 복잡한 6+6 육아부모휴직제에 숨은 문제점을 취재했다.
인구소멸 '경고등'이 켜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0.78명보다 0.08명 줄었다. 더 큰 문제는 합계출산율의 감소세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까지 1명대(1.05명)를 기록했던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감소했고, 2020년엔 0.84명, 2021년엔 0.81명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라는 변수까지 겹치면서 감소세는 더 가팔라졌다. 코로나19가 한풀 꺾인 지난해와 올해도 합계출산율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사이 출생아 수는 2002년 49만6911명에서 지난해 24만9186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자연증가 인구는 2019년 11월 1685명의 감소세를 기록한 이후 줄곧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그 규모는 2020년 –3만2611명에서 2021년 –5만7118명, 지난해 –12만3753명으로 커졌다. 인구 감소 규모가 2년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인구 절벽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예를 들어보면, 2021년 9월 5166만7688명이었던 우리나라 인구수는 지난 9월 5137만1명으로 29만7687명 감소했다. 2년 만에 강원 춘천시(28만6906명), 경북 경산시(28만1977명), 경기 광명시(28만129명) 중 한곳이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인지 역대 정부들이 그랬듯 윤석열 정부도 다양한 저출산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6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6+6 부모육아휴직제'다.
제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생후 18개월 내 자녀를 둔 부모가 함께 또는 연이어 육아휴직(각각 1년)을 사용하면 첫 6개월간 지급하는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로 정하고,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도 20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매월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육아휴직 기간 1년 중 6개월은 육아휴직 급여를 기존보다 더 주겠다는 얘기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2001년 도입한(월 20만원) 육아휴직 급여제도의 복잡한 통상임금 기준이다. 2010년 월 50만원(정액)이던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월급)에 맞게 지급하기 시작한 건 2011년부터다. 이때 육아휴직 급여 수준은 통상임금의 40%(상한액 100만원 하한액 50만원)였다.
육아휴직 급여는 2017년엔 조금 더 늘어나 첫 3개월은 통상임금의 80%(상한액 150만원 하한액 70만원)를, 나머지 9개월은 통상임금의 50%(상한액 120만원 하한액 70만원)를 지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런 육아휴직 급여의 통상임금 비중에 다시 변화가 생긴 건 지난해다. 우선, 부모 중 한명만 휴직하는 일반 육아휴직 급여는 1년간 통상임금(월급)의 80%(상한액 150만원 하한액 70만원)를 지급하는 걸로 변경했다.
상한액을 보면 일반 유아휴직 급여로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월 150만원이다. 통상임금이 200만원이든 500만원이든 육아휴직 급여는 최대 150만원으로 같다. 대신 월급이 아무리 적어도 육아휴직 급여는 하한액인 70만원을 받는다.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엔 혜택을 더 높였다. 정부가 육아휴직 특례제도인 '3+3 부모육아휴직제'를 도입하면서다. 3+3은 남편 3개월 아내 3개월을 뜻하는 용어인데, 이를 통해 통상임금의 80%였던 육아휴직 급여를 100%로 상향조정했다.[※참고: 3+3 부모육아휴직제는 파트1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정부가 육아휴직 특례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부부가 함께 또는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육아휴직 급여를 기존보다 더 주겠다는 것이다. '6+6 부모육아휴직제'는 '3+3 부모육아휴직제'를 확대 개편했기 때문에 당연히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한다.
그럼 다시 남편 6개월, 아내 6개월을 뜻하는 '6+6 부모육아휴직제'로 돌아와 보자. 그렇다면 이 제도로 받을 수 있는 육아휴직 급여는 얼마일까. 이를 월급(통상임금)이 각각 450만원인 부부의 예를 들어 좀 더 쉽게 풀어보겠다.
핵심은 두가지다. 통상임금의 100%로 육아휴직 급여를 준다. 부부 1인이 받을 수 있는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은 200만원부터 월 50만원씩 증가해 6개월 차엔 45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를 계산해보면, 일단 첫달은 200만원을 받는다. 부부가 함께 휴직하면, 첫달은 400만원(200만원+200만원)의 유아휴직 급여를 받는다. 둘째달부터 6개월째까지 매월 1인당 50만원씩 늘어난다. 이를 대입하면 둘째달 500만원(250만원+250만원), 셋째달 600만원(300만원+300만원)으로 늘어나 6개월째는 900만원(450만원+450만원)의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부부가 첫 6개월 동안 받을 수 있는 육아휴직 급여는 3900만원이다. 나머지 6개월은 통상임금의 80%(상한액 150만원, 하한액 70만원)를 적용한 육아휴직 급여 월 300만원(150만원+150만원)을 받는다. 부부가 1년 동안 받는 육아휴직 급여는 5700만원(부부 1인당 2850만원)이다.
■ 효과 분석➊ 전제 조건 = 육아휴직 급여가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급여가 느는 만큼 휴직으로 발생하는 부모의 양육비 부담이 줄어들 게 분명해서다. 문제는 정책 효과다. 무엇보다 부부가 함께 혹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게 쉽지 않다. 이는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45.5%는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답했다. 이런 응답은 비정규직(61.5%), 5인 미만 사업장(69.9%), 월 임금 150만원 미만 직장인(65.6%)에서 높게 나왔다.
반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답한 정규직과 월 임금 500만원 이상 직장인은 각각 34.8%, 27.9%였다. 공공기관은 16.1%로 가장 낮았다. 육아휴직을 향한 인식이 개선되긴 했지만 자유로운 육아휴직은 여전히 중견기업 이상이나 공공기관에 다니는 직장인의 전유물이라는 얘기다.
육아휴직을 다녀온 후도 문제다. 지난 3월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인의 64.4%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활용으로 본인이 불리한 처우를 겪었거나 주변 사람이 불리한 처우를 당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육아휴직을 쓰기도 어렵지만 육아휴직을 다녀온 이후도 걱정이라는 거다.
■ 효과 분석➋ 반쪽짜리 효과 = 문제는 또 있다. 외벌이 가구가 받는 육아휴직 급여와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6+6 부모육아휴직제 정책이 부부의 공동육아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부부가 자녀를 함께 키우는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반쪽짜리 정책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체 가구에서 6+6 부모육아휴직제를 쓸 수 있는 가구는 절반에 불과해서다. 통계청이 지난 6월 발표한 '2022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취업 현황'을 살펴보자.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배우자가 있는 1269만1000가구 중 맞벌이의 비중은 46.1%를 기록했다. 반대로 얘기하면 53.9%가 외벌이 가정이라는 것이다.
물론 전체 가구 기준으로 정책 효과를 판단하는 건 맞지 않는다. 그러니 대상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가구로 좁혀보자. 연령대별 맞벌이 가구 비중이다. 아이를 낳을 확률이 가장 높은 15~29세, 30~39세 가구의 맞벌이 비중은 각각 50.1%, 54.2%였다. 여전히 나머지 49.9%, 45.8%는 6+6 부모육아휴직제를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외벌이 가구다.
육아휴직을 썼을 때 받을 수 있는 육아휴직 급여의 차이도 상당하다. 언급했듯이 외벌이 가정의 부모가 육아휴직을 쓰면 통상임금의 80%(상한액 150만원, 하한액 70만원)의 육아휴직 급여를 받는다. 그런데 월 상한액 150만원은 올해 최저임금으로 받을 수 있는 월급 201만580원보다 적다. 외벌이 가구가 1년간 받을 수 있는 육아휴직 급여도 최대 1800만원에 그친다.
반면, 6+6 부모육아휴직제를 쓸 수 있는 맞벌이 부부가 받는 육아휴직 급여는 총 5700만원이다. 부부 1인당 2850만원이 육아휴직 수당을 받는 셈이다. 부부 1인 기준으로 비교해도 외벌이 가구의 부모가 육아휴직을 썼을 때 받는 육아휴직 급여보다 1000만원 더 많다.
익명을 요구한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육아휴직 급여제의 취지는 영유아를 키우는데 필요한 소득을 보장해 주는 정책"이라며 말을 이었다. "소득이 적거나 외벌이인 가구, 부부 중 한사람만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가구가 아이를 키울 때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외벌이를 하거나 소득이 적어 공동육아를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하지만 이번 정책은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정책의 초점이 육아에 필요한 소득을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소득을 얼마나 보전해 주느냐에 맞춰져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가구만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명확해 보인다."
그럼 이런 정책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선 특정 요건에 부합하는 가구가 아닌 아이를 키우는 가구라면 누구나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채정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외벌이 가구의 육아휴직 급여는 상한액인 월 150만원은 최저임금보다도 적은 금액"이라며 "단독으로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육아휴직은 정부가 아이의 양육을 지원하는 게 목적"이라며 "영유아 자녀를 양육하는 대부분의 가구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안타깝지만 육아휴직제도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6+6 부모육아휴직제는 또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두번째 편에서 살펴보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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