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노력으로 132승-2000이닝… 장원준 현역 은퇴, 왕조 개국 공신들도 얼마 안 남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10월 1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경기를 앞두고 두산은 내정되어 있던 선수 대신 다른 선발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16일 잠실 SSG전에서 지며 17일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5위를 확정한 두산은 17일 선발로 내정했던 최승용 대신 베테랑 장원준(38)이 선발 등판했다.
최승용을 아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대비하려는 전략이었고, 한편으로는 장원준의 기록을 배려하기 위한 교체이기도 했다. 장원준은 이날 경기 전까지 개인 통산 2000이닝까지 4⅓이닝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을 비롯한 두산 선수들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3회 4실점을 하며 주도권을 잃은 상황에서도 이 감독은 교체 지시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가 예상했듯, 5회 무사 1루에서 에레디아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2000이닝을 채우자 장원준은 마운드를 내려갔다. 자신의 경기 임무, 어쩌면 현역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3루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장원준에게 팬들은 힘찬 박수를 보냈다. 더그아웃에 들어와서는 동료들의 축하와 격려가 이어졌다. 등판을 마치고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장원준의 표정은, 아쉬워 보이기도, 때로는 후련해 보이기도 했다.
그런 장원준은 2023년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접는다. 두산은 28일 “장원준이 최근 구단에 현역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알렸다. 장원준은 구단을 통해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는 선택이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야구를 그만할 때가 왔다고 생각해 이러한 결심을 했다 "FA 계약으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하게 해주시고, 부상으로 힘들 때 기회를 더 주신 박정원 구단주님께 감사드린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2004년 롯데의 1차 지명을 받은 장원준은 이로써 현역 20년을 꽉 채우고 은퇴한다. 데뷔 시즌이었던 2004년부터 33경기에서 84⅔이닝을 던지며 가능성을 내비친 장원준은 2006년 첫 규정이닝 돌파(179⅔이닝)에 이어 2008년에는 첫 두 자릿수 승수(12승)를 거두며 전성기를 열었다. 장원준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동시대 KBO리그를 호령했던 좌완 트로이카 류현진이나 김광현, 혹은 조금 더 뒤에 등장한 양현종만큼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거둔 성적 자체는 모자라지 않았다. 전성기를 맞이할 나이인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기량을 유지했다. 2015년 시즌을 앞두고는 타 구단들의 치열한 영입전 끝에 두산과 4년 총액 84억 원이라는 대형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하며 세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너무 비싸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장원준은 두산에서도 큰 업적을 남기며 박수를 받으며 떠날 수 있게 됐다. 이적 첫 해인 2015년 12승을 거둔 것을 비롯, 2016년 15승, 2017년 14승을 내리 따내며 두산 왕조의 기틀을 놨다. 두산은 장원준이 가세한 2015년부터 매년 한국시리즈에 나가며 KBO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왕조 수립에 성공했다. 든든한 선발 투수인 장원준의 공도 제법 컸다.
이후 부상으로 어려운 시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2018년부터는 1군에 있는 시간보다 2군이나 재활군에 있는 시기가 더 길기도 했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6시즌 동안 장원준은 102경기에 나갔지만, 선발 등판은 28경기밖에 없었다. 한 시즌에도 두 자릿수 승수를 밥 먹듯이 하던 장원준이 이 6년 동안 추가한 승수는 6승에 불과했다.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 재기를 노렸고, 올해는 이승엽 두산 감독의 믿음 속에 11경기에서 41이닝, 그리고 3승을 추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개인 통산 130승-2000이닝 동반 달성에 성공했다.
KBO리그 역사상 2000이닝을 달성한 선수는 유일한 3000이닝 달성자인 송진우를 비롯, 정민철 양현종 이강철 김원형 배영수 한용덕 김광현, 그리고 장원준까지 9명뿐이다. 어쩌면 리그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선수 중 하나로 기억될 수 있다.
장원준은 두산 이적 후 188경기(선발 114경기)에 나가 47승42패 평균자책점 4.49를 기록한 것을 비롯, 프로 통산 446경기에서 132승119패1세이브14홀드 평균자책점 4.28의 성적을 남기고 이제 유니폼을 벗는다. 장원준은 두산 이적 후 포스트시즌에서 4승을 기록했는데, 특히 한국시리즈에서는 5경기에 나가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16으로 굉장히 강한 면모를 선보였다.
장원준은 구단을 통해 “개인적으로 세웠던 마지막 목표들을 이뤘기 때문에 후련한 마음이다. 다만 후배들을 생각하면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 팀에는 유능한 후배들이 많으니 성실하게 훈련해 팀 도약을 이끌어주길 응원하겠다”고 마지막까지 팀을 생각했다. 이어 “이승엽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동료들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마지막까지 박수를 받고 떠날 수 있는 것은 전부 '팀 베어스' 덕분이다. 부족했던 내게 엄청난 힘이 됐던 팬들의 함성을 평생 잊지 않겠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남겼다.
두산 이적 후 1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이제 장원준이 두산에 처음으로 왔을 때 같이 했던 동료들도 몇 남지 않았다. 장원준이 두산에서 경험한 첫 포스트시즌은 이적 직후인 2015년이다. 당시 한국시리즈 엔트리는 상징적이다. 감독이었던 김태형 감독이 2022년 시즌 후 팀을 떠나 2024년 롯데 감독으로 부임했다. 한용덕 강인권 코치는 타 팀에서 감독 생활을 하기도 했다.
장원준과 함께 마운드에 있었던 니퍼트 유희관 이현호 노경은 진야곱 오현택 윤명준 허준혁 남경호 함덕주 이현승은 이미 은퇴했거나 이제는 팀에 없다. 장원준의 공을 받았던 양의지 최재훈 중 최재훈은 한화에서 뛰고 있고, 양의지는 NC에서 4년을 뛰다 올해 복귀했다.
내야수 중에서도 이제 두산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허경민과 김재호 두 명이고, 외야수는 정수빈 하나가 남았다. 그리고 2015년 한국시리즈 멤버 중 하나였던 장원준이 팀을 떠나면서 두산 왕조의 시작도 이제는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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