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준이 형 눈에 눈물이, 참기 힘들었어요"…두산 왕조 주역들, 132승·2000이닝 레전드에게 '뜨거운 안녕'

김민경 기자 2023. 10. 2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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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준(왼쪽)과 허경민 ⓒ 두산 베어스
▲ 장원준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2000이닝 던지고 내려왔을 때 그런 표정을 (장)원준이 형 알고 처음 본 것 같아요."

두산 베어스 왕조를 이끈 주역 가운데 한 명인 베테랑 좌완 장원준(35)이 마운드에 안녕을 고했다. 두산은 28일 "최근 장원준이 구단에 현역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알렸다. 장원준은 올 시즌을 마친 뒤 유니폼을 벗기로 마음을 먹었고, 최근 선수단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부산고 출신인 장원준은 200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 자이언츠 1차지명을 받았고, 2015년 시즌에 앞서 두산과 4년 84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장원준은 이적 첫해 30경기에서 12승12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하며 14년 만에 두산이 'V4'를 달성하는데 1등공신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듬해인 2016년에도 27경기서 15승6패,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하며 ‘판타스틱4’의 일원으로 통합우승에 앞장섰다.

장원준은 두산 유니폼을 입은 9년간 188경기에서 47승42패1세이브12홀드, 평균자책점 4.49로 활약했다. 프로 통산 성적은 446경기 등판 132승119패1세이브14홀드, 평균자책점 4.28이다.

올해는 긴 슬럼프에서 벗어나 마음의 짐을 어느 정도 덜었다. 투심패스트볼을 장착하면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게 통한 결과였다. 11경기(구원 1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5패, 41이닝, 평균자책점 5.27을 기록했다.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의 활약이 좋았다. 장원준은 지난 5월 23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이닝 70구 7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면서 꿈에 그리던 130승 고지를 밟았다. 2018년 5월 5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개인 통산 129승 거둔 뒤 1844일 만에 추가한 값진 1승이라 장원준 개인적으로 더 큰 의미가 있었다.

130승 달성은 KBO 역대 11번째, 좌완으로는 역대 4번째였다. 37세9개월 22일로 좌완으로는 역대 최고령 130승 투수이기도 하다. 종전 기록은 한화 송진우로 2000년 7월 4일 청주 해태 타이거즈전 당시 나이 34세4개월18일이었다. 우완까지 통틀면 KIA 임창용(2018년 9월 29일 광주 한화전, 42세3개월25일) 다음인 2위다.

130승을 달성한 장원준은 거침없었다. 6월 6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5⅓이닝 1실점), 6월 13일 창원 NC 다이노스전(6이닝 무실점)까지 선발 3연승을 질주하며 통산 132승을 기록했다.

▲ 마지막 등판에 나섰던 장원준 ⓒ 두산 베어스
▲ 허경민이 마지막 등판을 마무리한 장원준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장원준은 정규시즌 최종전이었던 17일 인천 SSG전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면서 패전(0-5 패)을 떠안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개인 통산 2000이닝을 달성한 것. KBO리그 역대 9번째 기록이다. 40년이 갓 넘은 KBO리그 역사에서 2000이닝을 넘긴 투수가 장원준 포함 9명밖에 없을 정도로 귀한 기록이다.

장원준이 마지막 등판을 마무리한 날. 주장 허경민은 묘한 분위기를 읽었다. 허경민은 장원준의 은퇴 소식이 알려진 뒤 "2015년부터 (장)원준이 형이랑 두산의 전성기를 함께한 선배라 조금 마음이 그렇다. 원준이 형이 항상 조용하셔서 티를 내진 않았는데, 2000이닝 던지고 내려왔을 때 그런 표정을 원준이 형 알고 처음 본 것 같다. 어떤 기분이었을까. 눈에 눈물이 맺힌 것 같은 표정을 봐서 그때 나도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고 덤덤하게 털어놨다.

이어 "선수단이 최근 잠시 모여서 조촐하게나마 원준이 형에게 고생했다고 이야기했다. 누구나 다 야구는 그만두는 건데, 우리 팀에 전성기를 함께한 선수라서 누구의 은퇴보다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너무 고생하셨다.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할 텐데, 원준이 형답게 꾸준히 무언가 해냈으면 좋겠다. 좋은 지도자가 되든 어떤 일을 하든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왕조 시절, 그리고 장원준이 부활한 올해 마지막까지 공을 받은 포수 양의지도 아쉬운 감정을 표현했다. 양의지는 2019년 시즌을 앞두고 NC 다이노스로 FA 이적했다가 올해 두산과 4+2년 152억원 FA 계약을 하고 돌아왔고, 호주 스프링캠프 때 장원준의 첫 불펜 피칭 공을 직접 받으면서 진심으로 슬럼프 탈출을 응원했다.

▲ 장원준 양의지 ⓒ곽혜미 기자
▲ 장원준 양의지 ⓒ곽혜미 기자

양의지는 "앞으로 원준이 형의 인생을 응원하겠다. 그동안 고생많았다고 이야기하고 싶고, 좋은 날 함께해서 축하한다는 말도 하고 싶다. 은퇴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는데, 막상 발표가 되니 뭉클하고 그렇다. 원준이 형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고,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다. 다시 팀에 돌아와서 원준이 형이 이루고 싶었던 기록을 같이 이룰 수 있어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동갑내기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는 친구로서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김재호는 "정말 가장 좋은 성적을 이룬 선수인 것 같다. 친구로서 정말 존경스럽고, 대단한 업적도 이뤘고, 마지막에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으나 나는 항상 원준이를 최고의 야구 선수라고 생각한다. 장원준같은 투수가 앞으로도 계속 나왔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야구 발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장원준이 됐으면 좋겠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말하며 박수를 보냈다.

▲ 김재호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장원준 ⓒ 두산 베어스

장원준 역시 정든 두산을 떠나는 절절한 소감을 구단을 통해 밝혔다. 그는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는 선택이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야구를 그만할 때가 왔다고 생각해 이러한 결심을 했다”며 “FA 계약으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하게 해주시고, 부상으로 힘들 때 기회를 더 주신 박정원 구단주님께 감사드린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 세웠던 마지막 목표들을 이뤘기 때문에 후련한 마음이다. 다만 후배들을 생각하면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우리 팀에는 유능한 후배들이 많으니 성실하게 훈련해 팀 도약을 이끌어 주길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이승엽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동료들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마지막까지 박수를 받고 떠날 수 있는 것은 전부 ‘팀 베어스’ 덕분”이라며 “부족했던 내게 엄청난 힘이 됐던 팬들의 함성을 평생 잊지 않겠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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