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얻은 쾌락일수록 치러야 할 대가는 크다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윤지혜 칼럼 2023. 10. 2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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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쉽게 얻은 쾌락일수록 치러야 할 대가는 크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고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분명히 그러한 이 세계의 틀림 없는 법칙으로, 대표적인 예로 마약이 있다. 호기심에 의해서든, 견디기 힘든 고통을 조금이나마 피해 보기 위해서든, 마약이 선사하는 쾌락을 받아 든 이는 곧 삶의 많은 것들을 저당 잡히고 만다.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지 않은 돈을 치러야 하니 그리 쉽게 얻는 건 아니라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본주의적 사고일 뿐, 무형 가치인 쾌락은 유형 가치로 얻는 게 불가능하고 불가능해야 한다.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여러 무형의 것들을 쌓은 결과인 까닭인데, 이를 얼마간의 돈을 주고 얻었다면 매물의 진품 여부에 의심부터 하여야 할 터.

즉, 애초부터 진품의 쾌락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마약이 건네는 쾌락은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압출된 짝퉁인 것이다. 가짜 쾌락이 진짜인 삶에 맞을 리 없고, 투약한 이들의 삶에 부작용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순간은 충만한 듯 하나 진품이 아니다 보니 약 효과가 떨어지면 결핍감은 이전보다 비대해진다. 그제라도 알아채고 손발의 먼지를 탁탁 털고 돌아서면 될 일이나 순간의 충만한 느낌이 너무 깊이 각인되어 버린다는 게 문제다.

그만큼 결핍감은 몸을 더 부풀리고 삶은 진짜 쾌락을 얻을 힘을 상실하기 시작한다. 이는 생의 의지와 직결되는 것으로 몸속 깊은 곳에서 무력감이 돋아나고 의존할 무언가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다 딱 한 번만 더, 하고 손을 뻗고 또 뻗는다. 그러다 결국엔 삶 전체를 대가로 치르는, 최악의 상황에 다다르게 만드는 것이 바로 마약이다. 마약이 범죄로 분류되는 이유가 아닐까.

와중에도 일부 마약 투약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한다. 마약은 자기 몸을 망가뜨리는 것이지 타인에겐 피해를 주지 않는 범죄라는 것. 단순히 투약만 했다거나 소지하고만 있었던 이들의 입장으로, 마약이 또 다른 범죄에 악용되었을 때 이야기의 맥락은 달라지겠다. 물론 어찌 되었든, 완벽한 어불성설이긴 하다만.

설사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해도 범죄가, 범죄가 아닌 게 되진 않으며, 무엇보다 이들의 사고방식이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 인간은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회적동물이란 사실이다. 개인의 일탈 혹은 범죄는, 그게 얼마나 개인적이고 사적일 수 있을진 몰라도, 어떤 모양새로든 주변에 크고 작은 영향을 반드시 끼친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애초부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죄란 있지 않으며, 의도에 의한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곁에 있는 모든 사람이 피해자가 되어 어떠한 모양새로든 함께 대가를 치러나간다. 그 혹은 그녀의 가족은 가족이란 이유로 굳이 몰라도 될 범죄의 그늘에 발을 들여놓은 느낌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한 심적 고통을 포함하여 경우에 따라 물질적 피해 또한 겪어야 한다. 그 혹은 그녀와 또 다르게 얽힌 이들의 상황도 별다르진 않다.

최근 유명 배우들이 연이어 마약 투약 혐의에 이름을 올렸다. 백번 양보하여 대중문화의 중심에 선 아티스트이자 스타가 받게 되는 여러 모양의 고통과 피로감, 압박감 등을 고려한다면 그들에게 마약이 선사하는 쾌락이란 강렬한 유혹이 될 수밖에 없다 치자.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이 명백히 범죄의 영역으로 분류되는 행위를 하여 애써 쌓아온 삶 전체를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을 위해서.

게다가 유명 배우의 범죄는 너무나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다. 개인과 가족의 삶을 망가뜨리는 건 당연하고, 그 혹은 그녀가 출연하여 제작이 완료된 상태로 대중에게 선보일 날만을 기다리던 작품은 개봉이 무기한 연기된다. 해당 작품에 쏟은 수많은 이들의 피땀눈물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위기에 놓이는 것이다. 여기에 신뢰를 가지고 지켜보던 수많은 대중이 겪을 배신감까지 더해지면 그 무엇으로도 보상하고 또 보상받기 힘든 크기와 양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데 적지 않은 배우, 스타들이 여타의 범죄 행위보다 마약 투약을 좀 더 가벼이 여기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일부 마약 범죄자들의 논리와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우선 눈에 보이는 피해자가 없으니까, 그저 일상의 고통을 줄이고 좀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받아 드는 지극히 개인적인 쾌락일 뿐이라고 착각하며 범죄라는 사실을 잠시 망각하는 것이다. 바로 해당 지점에서 이들의 마약 범죄는 시작되며 예정된 파국을 맞이하고 만다.

마약은 최악의 악이다. 변질된 쾌락을 맛보게 하여, 온 힘을 다해 삶을 살아가는 행위로부터 얻는 기쁨을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시킴으로써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당연했던 일상을 더 이상 당연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미 악례들이 수두룩하게 존재하는데도 여전히 타산지석을 삼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기억해야 할 것이다. 상실한 당연함은 회복되기 쉽지 않지만, 한번 시작된 악순환은 반복하기 쉽다고.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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