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치고 다니더니…결국 '아웃'된 GM 완전무인택시

2023. 10. 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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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캘리포니아 관계당국, 운행 허가 중단
인명 피해 및 소방차 충돌 등 사고 잇따라
현지에선 로보택시 규제 법안도 준비 중
[아로마스픽(65)] 10.23~27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연결 지능형 사회 구현도 초읽기다. 이곳에서 공생할 인공지능(AI), 로봇(Robot), 메타버스(Metaverse), 자율주행(Auto vehicle/드론·무인차), 반도체(Semiconductor), 보안(Security) 등에 대한 주간 동향을 살펴봤다.
미 캘리포니아주 차량관리국(DMV)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대중이 사용하기에 안전하지 않다”며 제너럴 모터스(GM) 자율주행 자회사인 크루즈의 샌프란시스코 내 완전무인택시(로보택시) 운행 허가를 중단했다. 이로써 지난 8월 10일부터 구글 자율주행 계열사인 웨이모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에서 24시간 로보택시를 운행해왔던 크루즈의 완전무인택시는 2개월여 만에 멈춰 서게 됐다. 크루즈 홈페이지 캡처

“대중이 사용하기에 안전하지 않다.”

더 이상 방치하긴 어려운 듯했다. 크고 작은 형태의 안전사고가 불거지면서 가중된 사회적인 불안도 감안된 조치로 보였다.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한 관계당국에서 꺼내든 '레드카드'였다. 미 캘리포니아주 차량관리국(DMV)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제너럴 모터스(GM) 자율주행 자회사인 크루즈의 완전무인택시(로보택시) 운행 허가를 중단한다고 밝힌 가운데 덧붙인 설명이다. DMV는 공식 성명을 통해 "공공 안전에 불합리한 위험이 있을 때 DMV는 즉시 운행 허가를 중단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결정에 대해 “제조업체의 차량이 대중의 운행에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거나 제조업체가 차량의 자율 기술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허위로 진술한 경우 등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10일부터 구글 자율주행 계열사인 웨이모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에서 24시간 로보택시를 운행해왔던 크루즈의 완전무인택시는 2개월여 만에 멈춰서게 됐다.

꿈의 완전무인자율주행으로 주목됐던 크루즈의 로보택시 운행에 제동이 걸렸다. 최근 들어 잇따라 터진 안전사고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다.

사실, DMV의 이번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수순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벌어진 각종 사고 중심에 크루즈 로보택시가 번번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달 2일 밤엔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한 교차로에서 한 여성이 크루즈 로보택시 아래에 깔린 가운데 중상을 입었다. 교차로에서 보행 신호가 바뀐 다음,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다른 일반 차량에 치인 것. 이 충격으로 몸이 튕겨져 나간 이 여성은 오른쪽 차선에 굴러 떨어졌고 해당 차선에서 다가오던 크루즈에 깔렸다. 크루즈 브레이크는 여성의 몸이 땅에 닿은 동시에 작동했지만 차가 완전히 멈췄을 때엔 이미 이 여성을 덮친 뒤였다.

완전무인택시(로보택시) 운영사인 제너럴모터스(GM) 크루즈는 지난 8월 10일부터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관계 당국의 24시간 운행 허가를 획득하고 본격적인 운행에 착수했지만 안전사고와 더불어 응급환자들의 긴급 이송이 필수인 구급차와 크고 작은 마찰을 잇따라 일으키면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크루즈 홈페이지 캡처

이보다 앞선 지난 8월에도 크루즈가 천천히 이동하던 도중, 때마침 정지등이 녹색으로 바뀐 후 횡단보도로 진입한 보행자도 치었다. 이 보행자는 무릎에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크루즈 측은 "500만 마일(800만 ㎞) 이상 운행 안전 기록은 다른 일반 차량의 안전을 능가한다"며 "우리는 당국과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있고 조사와 관련이 있든 없든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정보 요청에 지속적으로 협조해 왔다”면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관계당국은 이미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NHTSA는 지난 17일 보고서를 통해 “로보택시 크루즈가 보행자와 그 주변에서 적절하게 주의 운행을 했는지 여부와 관련해 예비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예비 조사 이후 NHTSA의 정식 조사까지 진행된 과정에서 차량 결함을 포함한 문제가 발생될 경우엔 해당 차량에 대해 리콜 등의 조치도 취할 수 있다.

크루즈는 또 긴급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든 원인 제공의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달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발생했던 교통사고 피해자 이송 도중, 2대의 크루즈가 구급차를 방해했다는 의혹으로 도마에 오르면서다. 크루즈 측에선 “동영상 확인 결과, 방해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샌프란시스코 소방당국에선 “크루즈가 길을 막고 있어서 사고 지역으로 진입과 환자 이송도 어려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교통사고로 병원에 이송됐던 환자가 병원 도착 이후, 20여 분 만에 사망하면서 양측의 공방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급기야 긴급 출동에 나섰던 소방차와 직접 충돌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지난달엔 샌프란시스코 시내 텐더로인 지역의 한 교차로에서 승객을 태우고 이동하던 로보택시 크루즈가 파란불을 보고 교차로에 진입했을 당시 때마침 사고 신고받고 긴급 출동 중이던 소방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승객 1명이 다치면서 병원으로 옮겨졌고, 크루즈는 소방차에 오른쪽 모서리 부분과 충돌한 후에서야 멈춰 섰다.

정상노선에서 이탈한 크루즈의 이번 사태로 로보택시 상용화 이전부터 치열했던 현지 찬반양론에선 부정적인 측면에 힘이 더 실릴 분위기다. 당초, 로보택시 상용화를 추진했던 찬성 진영에선 “기존 택시 운전자들이 장애인들의 탑승을 꺼리면서 빚어졌던 차별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예기치 못한 오류 또한 기술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갈수록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로보택시 상용화 이후, 기대했던 이런 긍정적인 측면보단 반대 진영에서 염려했던 ‘안전성’ 논란이 더 크게 불거지면서 회의적인 기류에 무게감도 더해진 양상이다. 이런 흐름을 반영이라도 하듯, 현지 시의회에선 로보택시 확장 규제를 촉구하는 법안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로마스픽

허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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