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한화 복귀보다는 메이저리그 잔류 가능성 크다
(시사저널=김형준 SPOTV MLB 해설위원)
류현진은 2013년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다저스는 류현진에게 6년 3600만 달러 계약을 보장했고, 원소속팀인 한화 이글스에는 2573만 달러를 지불했다. 2018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6년 계약이 끝나자, 다저스는 1년 계약(퀄리파잉 오퍼)을 제시했고 류현진은 받아들였다. 자유계약(FA) 시장에는 하루라도 빨리 나오는 게 유리했지만, 내전근 부상으로 시즌의 절반을 놓친 류현진은 몸값을 높일 기회가 필요했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류현진은 2019년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ERA) 1위와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오름으로써 대다수가 실패하는 FA 재수에서 역대 최고의 성공 사례가 됐다. 그렇게 7년 만에 FA가 된 류현진은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했다. 4년 8000만 달러 계약이었다. 에이스급 선발투수의 기준인 2000만 달러 연봉을 돌파했으며, 4년의 계약기간 역시 만 33세 시즌을 시작하는 투수로서는 좋은 조건이라는 평가였다.
첫해인 2020년, 류현진은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오르는 대활약으로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2021년 후반기에 크게 부진했고, 지난해에는 6경기 만에 시즌을 마감했다. 팔꿈치에 탈이 난 류현진은 18년 만에 토미존 수술을 다시 받았다. 올해 8월 복귀한 류현진은 그렇게 토론토와 4년 계약이 종료됐다. 그는 10월19일 귀국 인터뷰에서 "성적에 대한 평가보다 건강하게 복귀한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실제로 두 번째 토미존 수술을 받은 만 36세 투수가 최단 기간(14개월)에 돌아와 한 번의 등판도 거르지 않고 시즌을 마감한 건 극히 이례적이었다.
한화로 돌아오겠지만 아직은 메이저리그에서 더…
이제 류현진은 어떤 길을 가게 될까. 메이저리그에 남거나 국내 복귀가 가능한 류현진에게는 세 갈래 길이 있다. 류현진은 한화에 보유권이 여전히 남아있다. 따라서 국내 복귀를 선택하면 반드시 한화와 계약해야 한다. 2018년 미네소타 트윈스를 떠나 키움 히어로즈로 돌아온 박병호와 같은 경우다.
류현진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메이저리그에서) 이야기가 있다면 (잔류 의지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며 메이저리그 잔류가 1순위임을 밝혔다. 또한 "(한화에서 은퇴하겠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고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반드시 한화에서 은퇴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즉, 결국은 한화로 돌아오겠지만 아직은 메이저리그에서 더 뛰고 싶다는 게 류현진의 정리된 입장이다. 그렇다면 관건은 메이저리그 팀들이 류현진에게 제시할 계약의 수준이다.
8월2일 복귀한 류현진은 올해 9경기에서 3승3패 ERA 2.62를 기록하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다. 하지만 탬파베이를 상대한 마지막 두 경기에서 7.1이닝 14피안타 7실점했고,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시리즈 명단에서 제외됐다. 토론토는 류현진에게 다음 라운드의 1차전 선발을 준비하고 있으라고 했다. 하지만 팀은 두 경기 만에 탈락했고, 결국 류현진은 가을야구 없이 시즌을 마쳤다.
토론토와 류현진의 관계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류현진이 몸값을 못했기 때문에 토론토가 류현진을 잡지 않을 것이라는 게 외부의 시각이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이 끝난 후 로스 앳킨스 토론토 단장은 "류현진이 돌아와서 버텨준 게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힘이 됐다. 류현진과 다시 계약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FA 선수의 몸값 수준은 전 소속팀이 경쟁에 뛰어드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FA 시장에서 메이저리그 팀들이 류현진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많은 나이와 부상 이력 때문에 부상 위험성이 높은 투수라는 것과 그동안의 경력으로 볼 때 건강하기만 하면 제 몫을 다하는 투수라는 상반된 시각이다. 후자는 류현진의 연봉을 높일 수 있으며, 전자는 계약기간을 짧게 만들 수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유행하고 있는 계약 패턴은 선수가 계약을 중도에 취소할 수 있는 옵트아웃 권리를 주는 것이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카를로스 로돈과 2년 4400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이 권리를 보장했고, 뛰어난 활약을 한 로돈은 이를 행사해 뉴욕 양키스와 6년 1억6200만 달러 계약을 다시 맺었다.
계약 시점의 나이가 로돈보다 7세 많은 류현진의 경우 2년 2000만 달러 이상에 1년 후 옵트아웃이 보장된 계약이라면 메이저리그를 떠날 이유가 전혀 없다. 반면 한화 구단은 KBO리그의 샐러리 캡(연봉 총액 상한선) 도입으로 인해 메이저리그 구단에 견줄 만한 연봉을 주는 게 불가능하다. 류현진이 한국 복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기준은 500만 달러 미만의 연봉이 될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월드시리즈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FA 선수와 협상이 불가능하다. 이에 류현진에게 관심을 보이는 팀이 수면 위로 나타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또한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은 계약 규모 상위권 선수들부터 정리되기 시작한다.
한화 복귀 시점은 "경쟁력을 잃기 전"
그렇다면 어떤 팀들이 류현진에게 관심을 보이게 될까. 우선 류현진의 활약을 가장 많이 지켜본 내셔널리그 서부 팀들이 후보가 될 수 있다. 류현진의 전 소속팀인 LA 다저스는 선발투수들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포스트시즌에서 조기 탈락했다. 클레이튼 커쇼의 노쇠화가 급격하고 부상 선수가 너무 많아 계약기간이 길지 않은 선발투수를 여러 명 영입할 가능성이 높다.
김하성의 소속팀이자 이정후에게 관심이 많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또한 에이스 블레이크 스넬을 포함해 선발투수 3명이 FA가 된다. 류현진에게 가장 많은 7승을 헌납한 샌프란시스코, 원투펀치와 유망주들 사이에 가교가 필요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아메리칸리그 팀이지만 류현진이 유독 강점을 보였던 LA 에인절스 또한 류현진이 매력적일 수 있다. 에인절스는 오타니와의 결별이 확정적이다. 미국 서부에 위치한 이 다섯 구단은 춥지 않은 날씨와 투수에게 크게 불리하지 않은 구장 등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경력을 마무리하는 장소로 좋은 조건을 가진 구단들이다.
류현진은 한화 복귀 시점에 대해 "경쟁력을 잃기 전"이라고 한 바 있다. 메이저리그 팀들이 류현진에게 1000만 달러 전후의 연봉을 제시한다면, 이는 선발투수의 경쟁력을 잃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리고 류현진의 복귀는 그 계약이 끝날 때까지 미뤄질 것이다. 당분간 KBO리그에서 건너갈 투수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인 선발투수의 등판을 보려면 지난해 입단한 심준석(피츠버그)과 올해 입단한 장현석(LA 다저스) 두 고졸 투수의 성장을 기다려야 한다. 때문에 류현진의 잔류는 메이저리그를 즐기는 한국 팬들에게는 더 소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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