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재건축하는데 국가에 수억원 내라고?…갈팡질팡 재초환법 어디로 [부동산 이기자]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3. 10. 2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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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기자-14]
재건축 사업의 ‘마지막 변수’
초과이익환수제도 쉽게 보기

과연 올해 안에 재건축 사업의 ‘마지막 대못’이 뽑힐까요. 재건축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꼭 살펴볼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입니다. 보통 줄여서 ‘재초환’이라고 부릅니다. 연말이 가까워지며 노후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이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11월 국회에선 개정 법안이 다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아파트 공사 전경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연내 어떠한 진전이 없으면 또다시 오랜 기간 기다려야 해서 그렇습니다. 내년 4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기 때문이죠. 여야가 내년 들어 선거모드로 돌입하면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회의원이 새로 뽑히고 업무에 적응할 때까지 기존 제도가 계속 적용되겠지요. 도대체 어떤 제도길래 개선 요구가 나오는 걸까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는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생겼습니다. 당시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재건축 바람이 불면서 집값이 빠르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에 재건축 사업으로 생기는 개발이익의 일부를 거둬가겠다며 재초환법을 만들었습니다. 환수한 개발이익은 서민들의 주거복지를 높이는 데 사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사회적 형평을 이루겠단 취지입니다.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은마아파트 [이승환 기자]
그렇다면 돈을 얼마나 내야할까요. 개발이익에 대한 계산은 새 아파트가 다 지어져 재건축 사업이 끝날 때 이뤄집니다. 재건축 종료시점의 집값이 기준인 겁니다. 여기서 재건축 시작시점의 집값과 정상적인 주택가격 상승분, 개발 비용 등을 뺀 나머지 금액을 구합니다. 이렇게 남은 이익이 조합원 1인당 3000만원을 넘으면 부담금을 내야 합니다.

이익이 많이 남을수록 내야하는 부담금도 늘어납니다. 부과 구간은 2000만원 단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30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 ▲5000만원 초과~7000만원 이하 ▲7000만원 초과~9000만원 이하 ▲9000만원 초과~1억 1000만원 이하 ▲1억 1000만원 초과 등이 대상입니다.

해당 구간별로 초과하는 금액의 10~50%를 누진 과세합니다. 가령 조합원 1인당 개발이익이 4000만원이면 부과율 10%가, 1인당 개발이익이 8000만원이면 부과율 30%가, 1인당 개발이익이 1억 2000만원이면 부과율 50%가 각각 적용되는 겁니다.

정권에 따라 시행·중단 반복
2006년부터 시행된 제도지만 실제 부담금을 낸 재건축 단지는 거의 없습니다. 정권에 따라 제도가 시행되기도 하고 유예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12월에는 이 제도를 일시 중단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였던 것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박근혜 정부 때까지 쭉 이어졌습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매경DB]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집값이 급격하게 오르자 재초환 제도를 다시 시행하고 나섰습니다. 2018년 이후 재건축 사업의 마지막 관문으로 꼽히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는 단지는 모두 재초환 대상이 됐습니다. 시간이 흘러 2006년보다 더 많은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하게 된 만큼 반발도 거셌습니다.

한 단지는 아예 “재산권을 침해하는 재초환 제도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까지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9년 “평등 원칙 등을 고려했을 때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덕분에 제도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본격 시행되자 나오는 문제점
오랜 기간 멈춰있던 제도가 다시 시행되니 문제점이 곳곳에서 생겨났습니다. 예를 들면 3000만원의 가치가 2006년과 2023년에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조합원 1인당 개발이익이 3000만원을 넘어가는 단지가 과거에는 강남권 위주로 있었다면 현재는 훨씬 많아졌습니다. 17년 동안 집값이 오르고 부동산 시장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이 통지된 단지는 111곳에 달합니다. 이 중 서울 단지가 40곳, 경기·인천 단지가 27곳, 지방 단지가 44곳입니다. 대구와 경남 창원에선 1인당 부담금 예정액을 1억 원 넘게 통보 받는 곳도 나왔습니다.

서울 한강변 노후 단지들이 하나둘씩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매경DB]
예정액은 재건축 사업 중간 단계 때 ‘너희 단지 부담금은 대략 이 정도’라고 알려주는 금액입니다. 이후 완공까지는 몇 년이 더 걸리는 만큼 실제로 부과되는 금액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남 집값이 아닌 지방 노후 단지 잡는 법이란 비판이 쏟아진 이유입니다.

서울 노후 단지를 중심으로는 부담금이 너무 과하단 반발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강남과 서초 노후 단지 중에선 1인당 부담금 예정액을 4억 원 넘게 통보 받은 곳도 있습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원래 살던 집이 낡아 내 돈 들여 새로 짓는 거다. 집을 팔아서 시세 차익을 남기는 것도 아니다”며 “다시 들어가 살 건데도 세금을 수억 원 내라는 건 과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재초환 완화’ 추진하는 尹정부
평생 아파트를 1채만 갖고 있던 사람이나 마땅한 수입이 없는 고령층이라면 부담금이 더욱 걱정이겠죠. 윤석열 정부는 이에 작년 9월 대선 공약이었던 ‘재초환 완화’를 추진하고 나섰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재건축 부담금이 면제되는 금액 기준을 높이자고 주장합니다. 남는 개발이익이 조합원 1인당 3000만원이 아니라 1억 원을 넘길 때부터 부과하잔 겁니다.

부과구간 단위도 2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넓히자고 했습니다. 조합원 1인당 개발이익이 1억원 초과~1억 7000만원 이하면 부과율 10%를 적용하고, 1억 7000만원 초과~2억 4000만원 이하면 부과율 20%를 적용하는 식입니다.

1주택자는 투기 세력으로 볼 수 없으니 보유기간에 따라 부담금을 최대 절반 가까이 깎아주자는 제안도 했습니다. 만 60세 이상의 고령자는 마땅한 소득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 상속·증여·양도 등 집을 처분하는 시점까지 납부를 미뤄 주자고도 했죠. 올해 들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선 이 같은 내용이 세 차례나 논의됐습니다.
여야, 면제기준·부과구간 이견
여야 의원들은 일단 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에 있어선 의견이 갈립니다. 야당에선 부담금 면제 기준이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너무 확 오르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옵니다. 부담금 제도를 도입한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단 겁니다.

한 야당 의원은 이에 “면제 기준을 8000만원으로, 부과 구간 단위를 5000만원으로 해보고 그래도 개선이 필요하면 그 이후에 더 논의를 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야당 의원은 재건축 단지를 20년 이상 장기 보유한 사람은 감경 혜택을 더 줘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확보한 부담금이 주거빈곤가구를 위해 제대로 쓰이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지난 6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의 모습. [사진 출처=연합뉴스]
다양한 의견이 나오며 개정안은 여태껏 소위 문턱도 넘지 못한 상황입니다. 11월 국회에선 상황이 조금 진전될지 관심이 모입니다. 다만 ‘1기 신도시 특별법’ 등 다른 현안이 많아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최근 서울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도 부담입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일단 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으니 부담금 확정액 통보를 최대한 미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마냥 미룰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입주를 앞두고 있거나 마친 조합원들은 부담금을 얼마나 납부해야 할지 몰라 국회 논의 상황만 지켜보는 중입니다. 시장의 혼선이 더 커지지 않도록 빠른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부동산 이기자는 도시와 부동산 이야기를 최대한 쉽게 풀어주는 연재 기사입니다. 어려운 용어 때문에 생긴 진입 장벽, 한번 ‘이겨보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초보 투자자도 이해할 수 있게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루겠습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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