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송강미술관…미술 보고 예술 느끼는 마술 같은 그 곳
강석봉 기자 2023. 10. 28. 12:33
지난 6월 안동 서후면 이송천에 새로운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두 개의 천이 흐르고 소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져 백로들이 노니는 오래된 마을로, 송강은 소나무 송(松)에 강 강(江)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희고 깨끗하여 청렴한 선비를 상징하는 백로의 마음이 송강미술관 속에 가득해보인다. 미술관과 더불어 떡살전시관, 하회탈전시관, 안동문학관에 그 마음들이 이제 막 둥지를 틀었다.
지금의 미술관은 20여 년 전 문을 닫은 폐교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폐교라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깔끔하게 정돈됐고, 요즘의 문화적 감수성들이 편안하게 들어섰다. 옛 학교 운동장을 산뜻하게 채운 초록 잔디, 주위를 감싸고 있는 언덕 위 소나무들, 짙은 스모크커피향이 매력적인 러셀 카페. 누구나 송강미술관을 조금 더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이유들이다.
현재 미술관에서는 개관 특별 기념전 <어느 시인의 꿈>이 열리고 있다. 약 30여 년 전부터 시인으로 활동해온 김명자 관장의 꿈, ‘그림이 있고 꽃이 피고 나무가 있어 새들이 둥지 짓고 나비가 춤추는 아름다운 쉼터를 만들어서 평범한 이웃들이 찾아와 예술과 문학과 사랑을 이야기하며 누구나 화가가 될 수 있고 시인이 될 수도 있다‘는 꿈을 드디어 실현한 현장이다. 그런 꿈에 맞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작품들이 전시관을 채우고 있다. 김 관장은 “30-50대 엄마들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 위주로 수집을 해왔고, 그 작품들을 선보이는 소장전이에요. 관람객이 ’나도 할 수 있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작품들을 수집하다 보니까 추상화처럼 어려운 작품은 없어요.”라고 말한다.
미술관 한 쪽에는 하회탈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다. 안동의 보물 하회탈에 대한 안동 사람들의 애정과 자부심이 만든 공간이다. 안동시립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원형과는 사뭇 다른 모습들. 실제 하회탈을 쓰고 공연하는 모습을 부조로 만들었다. 탈만 보다가 탈 주인공의 의상까지 함께 볼 수 있어 하회탈이 더욱 친근해진다.
떡살전시관과 안동문학관은 무료관람이 진행된다. 오래 전 우연하게 떡살과의 사랑에 빠진 김 관장은 전국을 여행하며 떡살과 다식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우리 삶 속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아쉬움에 안동까지 가져온 것들이 이제는 하나의 전시관을 가득 채웠다. 그 떡살들 속에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궁궐, 반가, 민가, 축하잔치, 제례의식 등 떡살들은 저마다 다른 문양과 무늬로 기쁘고 슬펐던 어느 시대 사람들의 얼굴을 담고 있다.
안동문학관도 있다. 30여년 시인으로 활동해온 김 관장이 안동의 문학을 소개하는 안동문학관이 아직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워 작지만 먼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지금껏 모아 온 안동 출신 작가들의 작품들, 안동에서 활동한 작가들의 작품 등이 서가에 빼곡하다. 역사가 깊은 매거진 등 다양한 시리즈 출판물의 창간호들이 모여 있는 것도 안동문학관의 이색 관람 포인트다.
미술관, 전시관, 문학관을 쭉 한 바퀴 둘러보고 나와서 해야 할 일 한 가지가 있다면, 커피 한 잔을 들고 초록 잔디 위를 걷거나 카페 뒤로 펼쳐진 논뷰를 감상하다가 마을을 한 바퀴 걷는 것. 주변에 안동의 주요 명소인 제비원이 있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봉정사도 차로 약 10여분 거리에 위치한다.
안동 최초의 1종 미술관 등록
자연 속 복합문화공간인 송강미술관은 안동 최초로 1종 미술관으로 등록을 마쳤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른 1종 미술관 등록 요건인 소장 작품 100점 이상, 학예사 1명 이상, 100㎡ 이상의 전시실 및 수장고 등의 요건을 충족해 미술관등록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립미술관으로 지난 10월 17일 최종 등록되었으며, 경상북도의 11번째 1종 미술관으로 기록됐다. 현재 미술관에는 소장하고 있는 작품 중 회화, 조각, 공예 등 40여명의 작가들의 70여점 작품이 전시 중이다. 송강미술관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 안동의 역사와 지혜를 보존하고, 과거와 현재의 조화로운 공존을 촉진하며, 문화 예술의 발전을 활성화하기 위한 예술적 노력이 꽃 피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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