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롯데 가고, 판타스틱4 줄줄이 은퇴…두산 영광의 얼굴들 추억속으로 사라졌다

나유리 2023. 10. 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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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후 환호하는 두산 선수들. 스포츠조선DB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후 환호하는 두산 선수들. 스포츠조선DB
두산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판타스틱4' 선발진. 니퍼트-장원준-보우덴-유희관.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영광의 얼굴들이 추억속으로 사라졌다.

두산 베어스 구단은 28일 좌완 투수 장원준의 현역 은퇴를 발표했다. 장원준은 시즌 일정을 모두 마친 후 고민 끝에 구단을 찾아 은퇴 결심을 밝혔다. 장원준은 프로 통산 132승 투수다. 올해 역대 좌완 최고령 130승(37세9개월22일) 기록을 달성했고, 리그 역사상 9번째로 2000이닝도 채웠다.

장원준은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는 선택이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야구를 그만할 때가 왔다고 생각해 이러한 결심을 했다"며 "FA 계약으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하게 해주시고, 부상으로 힘들 때 기회를 더 주신 박정원 구단주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 세웠던 마지막 목표들을 이뤘기 때문에 후련한 마음이다. 다만 후배들을 생각하면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우리 팀에는 유능한 후배들이 많으니 성실하게 훈련해 팀 도약을 이끌어주길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이승엽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동료들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마지막까지 박수를 받고 떠날 수 있는 것은 전부 '팀 베어스' 덕분"이라며 "부족했던 내게 엄청난 힘이 됐던 팬들의 함성을 평생 잊지 않겠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2015년 한국시리즈 3차전 데일리 MVP를 수상한 장원준의 모습. 스포츠조선DB

최고의 순간도, 부침도 있었던 장원준이다. 그는 롯데 시절이던 2008시즌 데뷔 후 처음 두자릿수 승리(12승)를 거뒀고, 두산 이적 후인 2017시즌까지 8년 연속 10승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 2018시즌부터 슬럼프가 찾아왔고, 그해 3승7패에 그쳤다. 보직을 옮겨보기도 하고 2군에서 오랜 시간 다시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장원준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만 한 야구에 대한 열정이었다.

장원준은 리그 전체를 통틀어 보기 드문 FA 선발 투수 이적 성공 사례다. 그간 정상급 선발 투수가 FA로 타팀 이적해 '롱런'한 사례가 거의 없다. 장원준이 거의 유일하다고 봐도 될 정도다. 특히나 두산은 2001년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해 갈증이 있었던 상황에서 장원준이라는 대형 FA를 거액(4년 84억원)에 영입해 우승 청부사로 활용했다는 것에서 의미가 컸다. 그렇기 때문에 두산 구단은 장원준의 재기를 끝까지 기다렸다. 2015년 우승을 함께 일궜고, 성실한 고참 선수로서 장원준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올 시즌 1군 11경기에 등판한 것은 어쩌면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고 장원준은 5시즌만에 1군 승리를 3승이나 쌓으면서 팬들에게 다시 박수를 받았다. 특히 두산의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10월 17일 인천 SSG전에서 선발 투수로 나와 4⅓이닝 5실점 패전 투수가 됐지만, 드라마틱하게 통산 2000이닝을 채우고 내려와 김재호와 포옹하고 후배들에게 박수를 받는 장면은 팬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130승과 2000이닝이라는 의미있는 기록에 도달한 후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었다.

2015년 우승 확정 이후 동료들과 기쁨을 만끽하는 니퍼트(오른쪽). 스포츠조선DB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장원준을 껴안는 김태형 감독(왼쪽). 스포츠조선DB

장원준의 은퇴는 두산의 최전성기 시대를 이끌었던 주역들이 모두 유니폼을 벗었거나 팀을 떠났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두산의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은 '미러클'의 시작이었다. 당시 초보 감독이었던 김태형 감독이 이끌었던 두산은 정규 시즌을 3위로 마치고도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 삼성 라이온즈를 꺾는 이변을 이끌었다. 2001년 이후 14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그리고 이듬해 정규 시즌 최다승 93승 기록을 세웠고,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2016년 2019년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김태형 감독과 함께 2016년 최다승 기록을 달성하고 전성기의 시작을 알린 선발진 핵심이 바로 '판타스틱4'로 불리는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이었다.

외국인 선수지만, 두산팬들에게 '레전드'로 꼽히는 니퍼트는 두산에서 2017시즌까지 7년을 뛰었고, 2016시즌에는 22승3패 평균자책점 2.95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을 냈다. 그리고 2018년 KT 위즈로 이적해 시즌을 마친 후 은퇴했다.

보우덴은 비교적 활약이 짧았다. 2016시즌 18승으로 니퍼트와 함께 리그 최강 원투펀치를 구성했고, 이듬해 시즌 도중 방출됐다.

은퇴식에서 함께 한 유희관과 김태형 감독. 스포츠조선DB

또다른 좌완 선발 '느림의 미학' 유희관은 8년 연속 10승이라는 꾸준함의 상징같은 기록을 남겼고, 2021시즌 통산 101승을 끝으로 장원준보다 먼저 유니폼을 벗었다. 두산에서 8시즌 동안 지휘봉을 잡았던 사령탑 김태형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계약 기간이 종료됐다. 올 시즌에는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다가 최근 롯데 자이언츠의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두산의 영광 시대를 이끌었던 명장의 이적이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여기에 우승 주역 중 가장 마지막까지 두산에서 현역으로 뛰고있던 장원준까지 은퇴를 선언하면서 화려했던 역사의 주역들이 모두 추억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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