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도리질한 이스라엘의 ‘24시간 대피’ 최후통첩[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엔테베 인질 구한 선더볼트 작전
할리우드가 좋아하는 이스라엘의 작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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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s gonna be a tall order.”
(그건 무리한 주문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전쟁을 벌어고 있습니다. 하마스의 선제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은 북쪽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24시간 이내에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통보했습니다.
100만 명이 넘는 가자 주민들이 위험 지역을 하루 만에 빠져나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스라엘의 동맹인 미국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의 발언 중에 ‘tall order’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키 큰 주문’이 무슨 뜻일까요. ‘달성하기 어려운 요구’를 말합니다. ‘tall’은 ‘키가 크다’라는 뜻 외에 ‘덩치가 크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요구 사항이 비현실적으로 크다는 것입니다. “It’s a tall order, but it’s worth trying.”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속담입니다. ‘성사되지 않을 일이지만, 노력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는 뜻입니다.
이스라엘의 목적은 전투력을 과시하려는 것입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와의 지상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Every Hamas member is a dead man”(모든 하마스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네타냐후 총리의 경고는 단순한 허풍이 아닙니다. 이스라엘군의 작전 능력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자주 다뤄집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이스라엘의 작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Yoni is down, Yoni is down.”
(요니가 총에 맞았다, 요니가 총에 맞았다)
이스라엘이 벌인 작전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1976년 ‘Operation Entebbe’(엔테베 작전)입니다. 팔레스타인 테러범들에게 납치돼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억류된 인질들을 구출한 작전입니다. 공식 작전명은 ‘Operation Thunderbolt’(벼락 작전). 작전을 지휘한 사령관의 이름을 따서 ‘Operation Yonatan’(요나탄 작전)으로로 불립니다.
이스라엘에서 출발해 프랑스로 향하던 에어프랑스 항공기가 납치됐습니다. 승객의 3분의 1은 이스라엘 국민이었고, 한국인도 1명 포함돼 있었습니다. 테러범들은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53명의 석방을 요구하며 승객들을 사살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최정예 특수부대 ‘사예렛 마스칼’을 출동시켰습니다. 106명의 인질 중 102명을 구출하고 테러범 7명을 전원 사살했습니다. 공격에 걸린 시간은 단 30분. ‘선더볼트’라는 이름에 걸맞은 전광석화 같은 작전이었습니다. 미군은 9·11 테러범 오사마 빈라덴을 잡기 위해 은신처를 급습했을 때 엔테베 작전을 본보기로 삼았습니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단 1명의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선두에서 작전을 지휘하다가 총에 맞은 요나탄 네타냐후 사령관입니다. 테러 진압 후 첫 무전 교신에서 작전 성공보다 요나탄 사령관이 총에 맞은 사실을 먼저 언급했을 정도로 이스라엘군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는 절대적이었습니다. ‘요니’는 ‘요나탄’의 애칭입니다. 네타냐후 총리의 형으로, 30세에 요절한 그는 지금도 이스라엘의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받습니다. 엔테베 작전은 미국, 이스라엘, 프랑스 등에서 자주 영화화됐습니다. 미국에서는 ‘Victory at Entebbe’(한국명: 엔테베 특공작전), ‘Raid on Entebbe’(특명 엔테베 탈출), ‘Entebbe’(엔테베 작전) 등 이름도 비슷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There were six million pairs of eyes on me. I had to succeed.”
(600만 명의 눈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성공해야 했다)
‘Operation Finale’(최후의 작전)는 유대인 대학살을 주관한 아돌프 아이히만 나치 친위대 장교를 15년에 걸쳐 추적한 이스라엘 모사드의 작전명입니다. 아이히만은 리카르도 클레멘트라는 가명으로 아르헨티나의 공장 기계공으로 숨어 살다가 1960년 체포됐습니다. 전 세계로 중계된 재판에서 112명의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증언대에 올라 아이히만의 만행을 고발했습니다. 재판을 참관한 독일 출신의 미국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피고석에 앉은 평범하고 친절해 보이는 아이히만의 모습에 ‘the banality of evil’(악의 평범성)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아이히만을 체포한 것은 피터 멀킨이라는 베테랑 모사드 요원이었습니다. 아이히만이 아르헨티나에 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현지로 날아가 3개월 동안 미행했습니다. 귀 모양으로 확인한 뒤 공장에서 퇴근하던 아이히만에게 접근해 말을 걸었습니다. 그가 돌아보는 순간 결박시켜 비밀 장소로 데려갔습니다. 멀킨 요원이 자서전 ‘내 손으로 잡은 아이히만’(Eichmann in My Hands)에서 밝힌 체포 순간입니다. ‘six million pairs of eyes’는 홀로코스트 희생자 600만 명을 말합니다. 그들이 하늘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실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이히만은 과거 미군 수용소에서 탈출한 적이 있어서 또다시 놓칠 수 없었습니다.
심문 과정에서 치열한 심리 대결을 펼쳐졌습니다. 멀킨 요원은 계속 부인하는 아이히만을 열흘간 심문해 자백을 받았습니다. 멀킨 요원이 꼽은 가장 소름 끼치는 순간은 “내 가족도 수용소에서 죽었다”라고 하자 아이히만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유대인이니까 죽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답했을 때입니다. 아이히만 체포 작전은 여러 차례 영화화됐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2018년 ‘Operation Finale’(오퍼레이션 피날레)라는 이름으로 제작됐습니다.
Hope is not lost.”
(희망을 잃지 않겠다)
유대인 하면 백인이 연상되지만, 아프리카에 기반을 둔 흑인 유대인도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유대인’ ‘베타 이스라엘’이라고 합니다. 비유대인 비중이 늘어나자 이스라엘 정부는 유대인을 늘리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데려오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아랍권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유대인을 탈출시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1984년 에티오피아 유대인 8000명을 이스라엘로 이주시키는 극비 작전이 전개됐습니다. 벨기에 항공사 TEA를 대절해 수단에서 홍해를 거쳐 브뤼셀로 우회해 이스라엘로 가는 긴 여정이었습니다.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탈출시킨 모세의 이름을 따서 ‘Operation Moses’(모세 작전)로 명명됐습니다.
작전이 언론에 노출되자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국민을 데려가는 것에 반발했습니다. 흑인 유대인 유입에 대한 이스라엘 내 거부감도 컸습니다. 시몬 페레스 총리는 의회에서 작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연설로 국민을 설득했습니다. 유대인을 마지막 한 명 데려오는 날까지 희망을 잃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2013년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9만여 명의 유대인들을 아프리카에서 데리고 왔습니다. 이들은 베타 이스라엘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이스라엘에 성공적으로 정착했습니다. 모세 작전은 2019년 ‘Red Sea Diving Resort’(레드 씨 다이빙 리조트)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됐습니다. 모사드 요원들이 홍해 인근에서 위장 다이빙 리조트를 운영하며 유대인을 탈출시키는 내용입니다.
명언의 품격
They sit right in the jaws of the enemy.”
(그들은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제목이기도 한 ‘jaws’(조스)는 ‘턱’ ‘아가리’를 뜻합니다. ‘in the jaws’(턱 안에 있다)라는 것은 입으로 삼키기 직전, 위험에 직면한 상태를 말합니다. 메이어 총리는 최종적으로 보복을 결정했습니다. 뮌헨 참사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팔레스타인 테러범들을 암살하는 ‘Operation Wrath of God’(신의 분노 작전)가 개시됐습니다. 모사드 내 암살 조직 ‘Bayonet’(베이요넷) 부대가 담당해 ‘Operation Bayonet’(총검 작전)이라고도 불립니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 조카를 로마 아파트에서 암살한 것을 시작으로 1979년까지 7년여 동안 20명이 암살됐습니다. 메이어 총리가 우려한 대로 암살자는 암살 대상이 됐습니다. 작전에 투입된 많은 모사드 요원들이 암살되거나 암살의 공포 속에서 살았습니다. 2005년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뮌헨’은 모사드 요원들의 심리적 고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증오 악순환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실전 보케 360
핀켓 스미스가 ‘Worthy’(가치 있는)이라는 제목의 자서전 출간에 맞춰 여러 매체와 홍보 인터뷰를 하면서 밝힌 이야기입니다. 자신도 남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당시 뺨을 때리는 장면을 객석에서 지켜봤을 때의 기분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I thought, ‘This is a skit.’”
(코미디인 줄 알았다)
‘skit’(스킷)은 미국인들이 많이 쓰는 방송 용어입니다. ‘짧은 코미디극’을 말합니다. ‘공격하다’라는 뜻에서 출발했습니다. 웃음 공격을 위해 즉흥적으로 만든 코미디입니다. 핀켓 스미스는 남편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만든 즉석에서 뺨을 때리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skit’과 혼동하기 쉬운 것으로 ‘sketch’(스케치)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스케치는 ‘그림을 그리다’라고 이해하지만 ‘코미디’라는 뜻도 있습니다. ‘skit’을 길게 늘이고 풍자성을 강화하면 ‘sketch’가 됩니다. 미국 ‘Saturday Night Live’(SNL)는 여러 개의 코너로 구성돼 있습니다. 각각의 코너를 ‘스케치’라고 합니다. ‘skit’은 각본이 없고, ‘sketch’는 각본이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월 6일 소개된 미국-이란 관계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국에게 중동의 적은 이란입니다. 핵무기를 개발하고 테러를 지원하는 이란에게 각종 제재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에서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의 개입 여부가 미국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임박한 위협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을 표적 공습으로 제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하는 외교 업적입니다.
▶2020년 1월 6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106/99092075/1
Chest-beaters are making the usual war-like noises, the noises they always make.”
(개입주의자들은 언제나처럼 호전적인 얘기를 떠들며 장단을 맞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알려면 폭스뉴스를 보는 것이 빠릅니다. 폭스뉴스 앵커들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트럼프 대통령 열성 지지자인 터커 칼슨 앵커는 이란군 실세를 공습한 것에 반기를 듭니다. 미국은 이란과 전쟁으로 무슨 이득을 얻겠다는 것이냐는 것입니다. ‘chest-beater’는 자기가 잘났다고 우쭐대는 사람을 말합니다. 칼슨은 미국의 개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오만한 이기주의자라고 본 것입니다.
They just can’t let it go.”
(그들은 포기를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관심을 쏟는 민주당에게 중동분쟁은 반갑지 않습니다. 이슈가 분산되기 때문입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공습 몇 시간 뒤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탄핵이 최우선 이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공화당 원내총무는 탄핵에만 매달리는 민주당이 이슈를 놔주지 않는다고 비판합니다.
Waist Deep and Sinking in the Big Sand.”
(허리까지 차오르는 큰 모래 수렁에 빠지다)
베트남전 때 유명한 반전 슬로건으로 ‘Waist Deep in the Big Muddy’가 있습니다. 베트남의 거대한 진흙탕이 허리까지 차오르는데 승산 없는 전투에 내몰리는 미군의 비참한 상황을 말합니다. 미국 반전 단체들이 이번에도 비슷한 구호를 만들었습니다. 진흙탕 대신 중동의 모래 수렁(big sand)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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