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7500만원’ 개발자에 “지방 출신이라 감점”… 방심위 지적받은 발언들
“지방에서 올라오신 게 마이나스 요인”
“중매 시장에서 특히 여성의 나이가 참 중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언어특별위원회에서 편견이나 차별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지적받은 발언들이다. 결혼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넘쳐나면서 나이와 성별, 지역에 따른 차별적 표현도 날로 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8일 방심위에 따르면 방심위 방송언어특위는 지난 8월 셋째주 방영된 결혼 예능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방송언어 사용 실태를 점검하고, 그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구체적인 모니터링 대상 프로그램은 KBS조이 ‘중매술사’, tvN ‘2억 9천: 결혼 전쟁’, MBN ‘돌싱글즈4′였다.
‘중매술사’는 여러 중매인이 의뢰인이 원하는 조건의 사람을 데리고 와서 소개하는 프로그램, ‘2억 9천: 결혼 전쟁’은 결혼을 생각하는 커플들이 상금 2억 9천만원을 받기 위해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는 프로그램, ‘돌싱글즈4′는 사별 또는 이혼으로 혼자가 된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데이트하고, 커플이 될 경우 동거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모니터링 결과, 특위는 방송 품위를 저해하는 표현 41건, 어문 규정에 어긋나는 표현 119건, 소통을 저해할 수 있는 표현 125건을 발견했다.
이 가운데 특히 편견이나 차별적 표현이 눈에 띄었다.
지난 8월 17일 방영된 ‘중매술사’ 8화에서 한 중매인은 연봉 7500만원의 96년생 금융회사 정보기술(IT) 개발자를 향해 “직업의 안정성과 고액 연봉은 플러스 요인. 마이너스 요인은 지방 출신, 어린 나이”라고 했다. 특위는 이에 대해 “지방 출신에 대한 편견이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연하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나” “중매 시장에서 여성의 나이는 참 중요한 부분” “사회 경험이 적어 배우자를 존중해줄 수 있는 나이대” 등 ‘나이’에 대한 언급이 유독 많이 나왔는데, 특위는 이를 ‘예의에 어긋나는 표현’이라고 판단했다. 특위는 “나이가 적은 남성은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전제를 지닌 자막 활용, 중매를 상품이나 서비스의 거래가 이뤄지는 장소 ‘시장’에 비유해 말한 경우, 사회 경험이 적은 것을 배우자를 존중하는 마음가짐과 연결 짓는 설명 등이 문제”라고 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절 제29조에 따르면 방송에서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 인종 간, 종교 간 차별·편견·갈등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제30조 3항은 ‘방송은 특정 성을 다른 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다루거나 객관적인 근거 없이 특정 성의 외모, 성격, 역할 등을 획일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으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아다리’(적중을 뜻하는 일본어의 잘못된 표현),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의 줄임말), ‘입틀막’(입을 틀어막는다), ‘동공 지진’(당황해 눈동자가 흔들리는 모습을 지진에 비유함), ‘프로 팩폭러’(사실을 잘 지적하는 사람) 등 잘못된 외국어나 신조어 등을 남발하는 경우도 많이 언급됐다. ‘빡세다’(하는 일이 힘들고 고되다), ‘개빡치다’(접미사 ‘개-’와 ‘화나다’를 속되게 이르는 ‘빡치다’를 결합한 말) 등 속어도 지적됐다.
특위는 ‘중매술사’의 경우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예의에 어긋나는 표현이 많았고, ‘2억 9천: 결혼 전쟁’은 불필요한 외국어가, ‘돌싱글즈4′는 부정확한 표현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위는 “일반인 출연자가 많은 프로그램의 특성상, 출연진들이 방송언어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제작진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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