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최대 쟁점은 화물… 왜?
오는 30일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최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날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핵심 안건은 화물사업 부문을 다른 저비용항공사(LCC)에 분리·매각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우려하고 있는 화물 사업 독점 가능성을 해소하겠다는 대한항공의 제안에 대한 동의 여부다. 만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양사 합병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처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가 양사 합병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사실 처음부터 예상된 상황은 아니었다. 대한항공은 올해 초만 해도 화물 사업에 대한 독점 우려에 대해서는 낙관적이었다. 루프트한자 등 유럽 지역 항공사들도 화물 운송을 하는데다, 페덱스·DHL 등 해외 물류 기업들도 항공 화물을 운송하는 만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쳐진다고 해서 화물 사업 독점 우려가 제기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은 코로나 시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해 회사가 버틸 수 있게 한 일등 공신이 됐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영업이익 7612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을 정도다. 이를 계기로 기존에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던 영업망과 화물 노하우, 브랜드 가치 등도 새롭게 조명받게 된 것이다.
◇30년 역사·국내 2위 물동량의 아시아나 화물사업
30여년의 역사가 있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는 코로나 이전에도 매년 매출 1조3000억~1조5000억원을 올리며 회사 전체 매출의 20~30%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자체 보유 화물기 8대, 리스해서 운용하는 화물기 3대로 총 11대의 화물기를 운용하고 있고, 미국·독일·오스트리아·벨기에·이탈리아·러시아 등 전세계 12국 25개 도시에 21개 노선을 운항한다. 이달 기준 화물 운송 횟수는 주 73회다. 미국에선 LA·뉴욕·애틀랜타·댈러스·시카고 등 5개 지점을 두고 있고, 유럽에선 프랑크푸르트·비엔나·브뤼셀·모스크바·밀라노 5개 지점을, 아시아에는 상하이·광저우·톈진·도쿄·홍콩·하노이 등 6개 지점이 있다. 아시아·미국·유럽 곳곳에 영업망이 있는 것이다.
운송량 역시 대한항공 이어 국내 2위다. 국토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제선 화물기 운송량은 대한항공이 43만t, 아시아나항공이 21만t을 차지했다. 화물기에만 집중하는 에어인천이 2만t, 지난해부터 화물 사업 시작한 제주항공은 8000t 수준에 불과하다. 기본적인 규모 자체가 다른 것이다. 특히 항공으로 운송되는 화물 상당수는 반도체·의약품·전자장비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최근에는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역시 항공화물로 운송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EU 입장에서는 반도체·배터리 강국인 한국에서 항공으로 운송되는 이들 고부가가치 화물 물량을 대한항공이 독점하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할 수 있다.
◇FSC에겐 화물 사업도 중요… 아무나 뛰어들기 어려워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화물 사업이 평소에 수익성이 크지는 않지만, 국제 물류 상황에 의해 수요가 많아질 때가 있어 대형항공사(FSC) 입장에서는 화물 사업을 함께 하는 것이 포트폴리오상 유리하다”며 “정시에 정확한 물량을 배송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에 신뢰를 쌓지 못한 특정 항공사가 갑자기 화물기를 도입해 화물 사업을 한다고 해도 물량을 따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만큼 항공 화물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고, 업계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쌓아온 입지가 탄탄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매각의 반사 이익을 대한항공이 누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의향을 밝힌 LCC로는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매각한다 하더라도, 기존에 아시아나와 거래하던 기업들이 자사 화물을 선뜻 이들에게 맡기기보다는 결국 대한항공에 화물 운송을 맡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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