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응·곽정철 코치 경질한 KIA, 새 투수코치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김은진의 다이아몬드+]

김은진 기자 2023. 10. 2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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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서재응 투수코치가 7월8일 KT전에서 마운드로 올라가 투수 이의리를 격려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 이의리는 최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 선발된 뒤 서재응 투수코치를 언급했다. “코치님께서도 아시안게임과 APBC는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고 하셨다. 앞으로 어떤 생각으로 국가대표에 임해야 하는지, 코치님과 이야기하면서 정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소집 하루 전 탈락의 충격에 힘들어 했을 때도, 이후 다시 APBC 대표팀 선발 가능성으로 논란이 있을 때도 어린 투수 이의리의 감정을 다독여주고 냉정하게 판단하도록 조언해준 이는 서재응 투수코치였다.

현대 프로야구에서 코치의 역할은 단순한 기술적인 조언에 그치지 않는다. 그라운드 환경은 물론 미디어·사회적인 모든 환경이 전과는 매우 달라 선수들의 ‘멘탈’ 관리는 정상적인 경기력을 내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가족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팀 동료들, 그 중 가장 어른인 ‘코치님’은 어린 선수가 많은 팀일수록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KIA의 강점 중 하나가 선수들과 코치진의 친밀도였다. KIA는 선수 시절부터 KIA에서 뛰어온 코치들을 주축으로 스태프를 구성했다. 특히 서재응 코치는 에이스 양현종이 풀타임 선발을 시작해 성장할 때 함께 선발 로테이션에 있었던 선배다. 오랫동안 투수들을 지도해 잘 파악하고 있고 무엇보다 빼어난 스킨십으로 많은 투수들이 의지하는 코치다. 불펜코치였던 곽정철은 2018년 은퇴할 때까지 KIA에서만 뛰었다. 현재 KIA 불펜의 박준표, 전상현, 이준영 등 중고참 선수들이 신예 시절 함께 선수 생활을 했다. 선수 시절 부상으로 아주 긴 재활을 하면서도 복귀 의지를 놓지 않았고 마운드로 돌아간 뒤 공 하나 하나 소중하게 던지던 모습으로 사령탑까지 눈물짓게 하며 태도적으로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 선배이기도 하다.

KIA는 지난 25일 서재응 투수 메인코치와 곽정철 불펜 코치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하고 이튿날인 26일에 두산과 한화로부터 정재훈·이동걸 코치를 영입해 발표했다. 두 코치는 며칠 뒤 시작될 오키나와 마무리훈련을 준비하며 계획서를 작성하고 있던 차에 경질됐고, 구단은 이미 영입해놓았던 새 코치들을 바로 다음날 발표했다. 생각지도 못한 코치 교체 소식에 해당 코치들보다 남은 KIA 투수들이 더 황망해하고 있다.

KIA 곽정철 불펜코치. KIA 타이거즈 제공



KIA는 올시즌 5강에서 탈락했지만 투·타 지표가 나쁘지 않았다. 팀 타율은 리그 2위(0.276)로 매우 좋았고 팀 평균자책도 5위(4.13)다. 특히 불펜 평균자책은 3.81로 정규시즌 1위 LG(3.43)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선발 평균자책이 4.38(9위)로 떨어지는데 그 평균치를 깎은 투수들이 어린 대체 선발들과 메디나(6.06), 산체스(5.46), 파노니(4.37) 등이다. KIA는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충실히 돌았던 양현종(3.58), 이의리(3.96), 윤영철(4.09)의 힘으로 버텼다. 올시즌 마운드의 문제는 외국인 투수 선발과 교체 실패였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KIA는 시즌을 마친 뒤 코칭스태프를 재정리 하면서 투수 코치 2명만 교체했다. 전반적인 이동이나 조정이 아닌 특정 보직 코치만 교체했고, 2군 이동도 아닌 재계약 불가 조치를 했다. 5강 탈락의 책임을 투수코치진에게 전가한 것으로 외부에서 해석해도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기록상, 그리고 투수들의 정서상 기존 투수코치진이 경질될 만큼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해 선수단 내부에서부터 의문을 갖고 있다.

KIA는 인기 팀이다. 팬들이 원하는 사령탑을 영입해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민심이 들끓은 나머지 그 감독이 재계약을 하고도 불과 며칠 만에 사퇴를 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던 팀이다. 너무도 결정적인 선수들의 부상이 많았고 그 시점이 치명적이었던 것이 올해 5강 실패 이유라는 사실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다. 그럼에도 결국 5강 탈락하자 일부 극단적인 팬들의 심한 지탄을 받고 있다.

5강 탈락의 책임은 그라운드 안에서 뛰는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에게만 있지 않다. 선수단을 지휘하는 것은 감독이지만 그 선수단을 구성해서 감독에게 지휘권을 쥐어주는 것은 구단의 몫이다. 성적에 대한 책임은 ‘공동’이다. KIA는 일단 그 책임을 현장에, 투수코치 둘에게 몰아준 모양새다.

서재응 코치와 곽정철 코치가 왜 물러났는지에 대해서는 이후 KIA의 성적과 행보에 따라 계속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다. 보직 코치 가운데서는 가장 영향력이 크고 상징적인 파트라는 사실이 유감이다. 딱히 성적이 나빠서가 아니라면 새로 입성하는 투수코치들의 부담도 매우 커진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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