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형·오세근·워니의 SK vs 허웅·최준용·존슨의 KCC
허훈의 KT, 로슨의 DB도 다크호스···허웅-허훈 형제 대결 관심
(시사저널=김종수 스포츠 칼럼니스트)
올 시즌 프로농구는 개막을 앞두고 불안감과 기대감이 공존했다. 스타들의 대거 이동과 그로 인한 각 팀들의 전력 보강 등이 뜨거운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됐지만, 지난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의 충격적인 성적이 마음에 걸렸다. 당시 국가대표팀은 2~3진급을 내보낸 일본에도 발목이 잡힌 것을 비롯해 역대 최저 성적인 7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그런 가운데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간 불화설까지 불거지며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프로농구 흥행에도 치명타를 줄 것 같았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항저우발 충격의 여파는 크게 없어 보인다. 외려 초반부터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며 많은 관계자를 놀라게 하고 있다. 10월22일 부산 KCC의 부산 홈 개막전에는 8780명의 구름 관중이 몰렸다. KBL 개막 주간에 펼쳐진 6경기의 평균 관중은 5073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17~18 시즌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이제 막 시즌이 시작되었음을 감안했을 때 역대급 흥행 시즌도 기대되는 분위기다.
항저우아시안게임 결과에 따른 불안감 떨치고 구름 관중
여기에는 각 팀의 경쟁적인 전력 보강으로 인해 탄생한 이른바 '슈퍼팀'과 뒤를 쫓는 다크호스들, 그리고 허웅·허훈 형제 등 스타 파워가 고르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볼거리가 많아진 만큼 자연스레 팬들의 시선도 몰리고 있다.
서울 SK와 부산 KCC는 탄탄한 기존 선수층은 물론 상무에서 돌아올 보강전력으로 인해 일찌감치 우승 후보로 불렸다. 두 팀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더 확실한 전력 보강을 원했고 비시즌에 FA 시장에서 오세근과 최준용이라는 거물을 각각 품에 안았다. 그 결과 '압도적인 2강'으로 불리며 남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SK는 2022~23 시즌 정규시즌 MVP 김선형과 외국인 선수 MVP 자밀 워니의 원투펀치가 위력적이다. 빼어난 운동능력과 테크닉, 거기에 뜨거운 손끝 감각을 자랑하는 둘이 적진 골밑을 향해 함께 뛰기 시작하면 상대팀은 알고도 당하기 일쑤다. 그렇다고 둘만 신경 쓸 수도 없다. 외곽에서 베테랑 슈터 허일영이 호시탐탐 3점슛을 노리고 있으며, 골밑에서는 오세근·최부경이 돌아가면서 활약해 준다.
젊고 에너지 넘치는 오재현은 노장이 많은 SK에서 활동량과 에너지 레벨을 담당한다. 거기에 지지난 시즌 통합우승의 주역 안영준까지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더더욱 강한 전력 구축이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최근 몇 시즌 동안 가장 꾸준하게 성적을 올린 팀답게 경험적인 측면에서 타 팀을 압도한다는 평가가 많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주에서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긴 KCC도 만만치 않다. 지난 시즌 KCC는 리그 최고 슈팅가드 중 한 명인 허웅과 전천후 살림꾼 정창영·이승현 등이 함께했음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원활하게 경기를 풀어줄 게임메이커의 부재가 컸다.
올 시즌은 다르다. FA로 영입한 가드 이호현이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쳐주고 있으며, 뜻밖의 영입으로 화제를 모은 최준용은 국내 최고의 포인트포워드로 불린다. 거기에 상무에서 돌아온 송교창 역시 볼 핸들링과 보조 리딩에 일가견이 있다. 어디 그뿐인가. 새 외국인 선수 알리제 드숀 존슨은 '농구를 알고 한다'는 극찬을 받을 만큼 영리한 플레이로 초반부터 팀에 잘 녹아들고 있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
2강을 위협할 다크호스로는 수원 KT와 원주 DB가 꼽히고 있다. KT의 경우 여러 가지 면에서 KCC와 '숙적 매치'를 벌일 만한 스토리가 풍부하다. KCC가 허웅·이승현·최준용 등 주축 멤버의 대부분이 외부 영입인 반면 KT는 FA를 통해 양홍석의 빈자리를 문성곤으로 메운 것을 제외하고는 허훈·박준영(이상 전역 예정)·하윤기·이두원·문정현 등 드래프트 출신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기본적인 팀 구성에서부터 판이하게 차이가 난다.
사실 몇 시즌 전만 해도 부산을 연고지로 하는 팀은 KT였다. KT는 이런저런 이유로 수원으로 연고지를 옮겼고 그로 인해 비어있던 자리에 올 시즌 KCC가 들어왔다. 부산을 떠난 팀과 새로 들어온 팀이라는 점에서 '부산 매치업'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거기에 형제이면서도 현 국내 선수 중 인기 1·2위를 다투는 허웅과 허훈이 각각 양 팀에 있어 그러한 볼거리에 더욱 흥미를 불어넣고 있는 상황이다.
"역대급 시즌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강팀 많아"
또 다른 다크호스 원주 DB와 신생팀 고양 소노는 외국인 선수 디드릭 로슨으로 인해 웃고 우는 스토리를 쓰고 있다. 소노 전신인 캐롯이 지난 시즌 어려운 팀 사정과 얇은 선수층에도 4강 돌풍을 일으킨 배경에는 로슨의 힘이 컸다. 경기를 읽는 눈과 센스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로슨은 내·외곽을 오가며 때론 해결사로, 때론 플레이 메이커로 맹활약했다.
소노를 대표하는 토종 스타는 듀얼가드 이정현과 슈터 전성현이다. 올 시즌 역시 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아직 시즌 초이긴 하지만 소노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같은 파괴력이 안 나온다는 평가를 받는 데는 로슨의 공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딩에 능한 선수가 없는 팀 사정상 로슨은 소노에 가장 잘 맞는 핏이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김승기 감독 역시 올 시즌도 로슨과 함께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팀 인수 과정이 예상보다 오래 걸렸고, 그 과정에서 마냥 기다릴 수 없었던 로슨은 다른 구단인 DB와 계약하고 말았다. 지난 시즌 월급마저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었던 터라 김 감독 입장에서도 로슨을 잡을 명분이 없었다.
올 시즌에는 로슨 효과를 DB가 제대로 보고 있다. DB는 김종규를 필두로 강상재까지 국가대표 빅맨 자원이 둘이나 있는데도 좀처럼 성적이 나지 않았다. 여기에 괜찮은 외국인 빅맨 한 명만 추가되면 높이에서만큼은 독보적인 위력이 가능했다. 거기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점쳐졌다. 로슨은 어떤 빅맨 조합과도 잘 조화되는 유형으로 호평을 받아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는 김종규·강상재와도 좋은 호흡을 보이고 있다. 골밑이 안정되니 스윙맨·가드라인 모두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앞선에서는 필리핀 가드인 이선 알바노가 숙련된 리딩과 패싱게임을 펼쳐주고, 뒷선에서는 로슨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줘 올 시즌 DB의 안정감은 남다를 것으로 기대된다.
올 시즌 프로농구 KBL 판도에 대해 주희정 고려대 감독은 "역대급 시즌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강팀이 정말 많다. 2강으로 꼽히는 서울 SK와 부산 KCC 외에 원주 DB, 수원 KT, 창원 LG, 울산 현대모비스 등도 전력이 만만치 않다. 당연한 말이지만 긴 정규리그 레이스를 잘 버텨낸 후 플레이오프에서 어느 팀이 기세를 타느냐에 따라 우승이 갈릴 것으로 본다. 더불어 예전보다 분석기술이 발달한 만큼 경쟁팀의 약점을 찾아내 집요하게 공략하는 모습도 자주 볼 듯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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