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치아교정기 광고 "도 넘었다"... 유명 병원 사칭까지
김상운 전문의 "치아 교정효과 전혀 없어"
대구 수성구 조하나(42) 씨는 치아교정을 위해 병원을 찾던 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서울 유명종합병원에서 만든 치아교정기로 치아교정을 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교정기를 구매했다. 광고에서는 해당 병원에서 만든 듯한 문구로 광고를 했고 조 씨는 교정기를 구매해 착용했지만 잇몸에 맞지 않아 상처가 생겼다. 더구나 턱관절 통증까지 생겨 결국 치과에서 잇몸치료까지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일 온라인에 판매되고 있는 치아교정장치와 관련된 불법광고를 단속한 결과 무허가 해외직구나 구매대행 광고 총 92건을 적발했다. 곧 문화체육관광부에 접속 차단 요청을 하고 국내 판매 업체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에 행정 처분을 의뢰했다. 해당 광고나 업체는 무허가 제품을 마치 의료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상운 통합치의학 전문의는 "최근 SNS에서 볼 수 있는 광고를 믿다가 피해를 보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조 씨가 구매한 제품은 치과에서 사용되는 의료기구를 흉내낸 조잡한 제품으로 무턱대고 사용하다 잇몸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SNS에 의료관련 광고가 범람하면서 과대광고는 물론, 출처나 성분도 불명인 제품들이 마치 질병이나 질환에 특효약처럼 판매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제품들이 마치 유명종합병원에서 만들었거나 공인된 기관에서 인증을 받은 것처럼 보여진다는 점이다.
특히 이용자가 온라인에서 특정 단어를 검색하면 알고리즘(algorithm)이 연령대와 관심분야를 파악해 관련 광고를 내보내기 때문에 이같은 광고에 현혹되기 쉽다.
온라인에서 치아관련 검색을 하면 쉽게 볼 수 있는 광고 중 하나가 유명한 종합병원 이름을 건 치아교정기다. 실리콘으로 만들어졌다는 이 제품은 12㎝ 정도 길이에 틀니와 유사하게 만들어졌다. 치아에 맞닿는 부분은 글루건심 같은 것으로 채워져 있어 뜨거운 물에 담그면 녹아서 치아에 부착하면 접착제 역할을 한다. 광고에서는 이 제품을 착용하면 치아가 빠진 부위를 감추면서 새하얀 치아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장기간 착용 시 치아교정 효과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치과계에서는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김 전문의는 "해당 제품은 심미용 틀니 장치와 유사한데 3D스캐너로 치아모양을 본떠 정밀하게 제작하는 것도 아닌데다 매우 조잡해 자칫 잇몸손상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제품은 탄력성이 있는 일정 모양의 플라스틱 재질로 개별 치아구조와 전혀 맞지 않다. 게다가 제품을 착용한 채 일상생활은 거의 불가능한 정도고 치아교정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제품을 확인한 김 전문의도 "매우 조잡한 물건인데다 이 제품으로 틀니 대용이나 치아교정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허황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 제품, 치과 대용으로 절대 불가능
최근 온라인 광고를 통해 셀프 치아교정이나 미백 등 여러 가지 제품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치아교정제품이 유독 많은데 대부분 효과가 거의 없어 자칫 치아손상까지 발생할 수 있다.
치아교정은 치과에서 부정교합 치료의 일환으로 본다. 부정교합이란 입을 다물었을 때 위아래 치아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원인은 치아가 제 위치에 자리잡지 않거나 치아 맞물림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는 경우다.
치아교정은 치아 상단부터 뿌리까지 조금씩 위치를 이동을 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치아뿌리는 치조골이라는 잇몸뼈에 매립되어 있는데, 이를 미세하게 이동하면서 치조골은 조금씩 회복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교정과정이 몇 년씩 소요된다.
치과에서 교정은 부정교합의 원인에 따라 다양한 장치를 이용한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철제 브라켓 장치를 이용한다. 철제 장치를 치아에 부착, 교정용 철사와 고무줄 등을 이용해 치아의 위치를 조금씩 이동시킨다. 가장 효과는 좋지만 미관상 이유 때문에 꺼리는 이들이 많다. 치아색과 유사한 세라믹을 이용하거나 교정장치를 치아 뒤로 설치하는 방법도 있지만 치아교정을 쉽고 간편하거나 단기간 하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김 전문의는 "의료광고는 엄격한 심의규정을 거쳐 나오는 반면 최근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나 치료제 등이 마치 의료인이나 특정 기관의 검증을 받은 것처럼 광고하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文정부 안은 숫자라도 있었는데" 총선 앞 정치적 부담에 연금개혁안 '맹탕'
- "사람 일 하늘이 보고 있다"던 리커창, 시진핑에 막판까지 쓴소리
- 남현희 “전청조 또 찾아올까 불안, 연락 안했으면” 스토킹 피해 진술
- "세상은 안전하다는 믿음 박살"... '1주기 트리거' 유의해야"
- 서울 일반고 첫 폐교, 특수학교-초등학교 '공존의 장' 되다
- 정찬성 "아내는 현금 부자, 강남에 건물 살 정도 있다"
- "전 우연히 살아남았습니다... 그래서 더 미안합니다"
- 촬영하다 코뼈 부러진 여배우가 작가에 전화로 한 말... "○○ 빼지 말아달라"
-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른 피프티, 빌보드뮤직어워즈 '톱 듀오·그룹' 후보에
- [단독] 국토부 퇴직자들이 챙긴 항공 마일리지 합해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