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사랑' 에코프로·포스코의 배신…"이게 다 원자재 때문"

홍순빈 기자 2023. 10. 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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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로 살아남기]광물가격 등락에 기업들 실적, 주가도 '울상'
[편집자주] 지난해 원자재 가격 급상승으로 전세계 증시가 충격을 먹었습니다.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이 넘쳐 났지만 한편에선 원자재 수퍼사이클을 기회삼아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원자재 시장의 흐름을 꼼꼼히 분석해 '원린이'들의 길라잡이가 돼 드리겠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국내 기업들을 부진의 늪에 빠뜨린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주요 광물 가격 하락으로 이차전지 기업들이 줄줄이 '어닝 쇼크'를 냈다. 높은 철광석, 유연탄 가격은 철강 기업들을 휘청이게 했다. 전문가들은 전방 시장의 수요와 함께 원자재 가격 추이를 면밀히 살펴보며 관련 산업 투자에 나서라고 조언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3분기 실적을 낸 이차전지 기업들이 많았다. 이차전지 양극재 대표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은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371억원을 기록했는데 시장 기대치인 669억원을 약 45% 하회했다.

올초부터 개인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에코프로그룹 역시 좋지 못했다. 에코프로비엠은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459억원을 발표했는데 이 또한 시장 기대치인 940억원을 약 51% 하회했다.

이들의 실적 부진엔 여러 이유가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로 인한 양극재 출하 감소, ESS(에너지저장장치) 수요 부진 등이다. 시장에선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이익 감소를 주 원인으로 꼽는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최근 1년간 리튬, 니켈, 코발트 가격은 각각 71.23%, 19.55%, 35.95% 하락했다.

국내 주력 생산 양극재는 프리미엄 제품인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다. 여기에 쓰이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판가 역시 내려가 이익이 축소된다. 전구체 등에도 리튬이 높은 비중으로 사용된다.

이차전지업계 관계자는 "수개월 전에 비싼 값을 주고 사들인 광물 가격과 소재 판가 사이의 격차가 발생한 상황"이라며 "광물 가격 하락이 특히 이차전지 소재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라고 했다.


철강업계도 원자재 가격 부담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철강사인 현대제철은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228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시장 기대치보다 20.9% 밑돈 수치다.

철강업계의 경우 철광석, 유연탄 가격이 여전히 높은 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KOMIS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 20일 기준으로 톤(t)당 119.69달러로 1년 전(85.23달러)보다 약 28.79% 올랐다. 호주산 유연탄 가격도 지난 6월 t당 220~230달러 수준이었으나 현재 t당 35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비수기 영향도 있으나 높은 유연탄 가격이 철강업계 실적 악화의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원재료 투입과 제품 판매 시기 사이의 차이가 있어 다음 분기도 원자재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변동성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으로 가격이 폭등해 높은 기저를 이뤘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관련 산업 혹은 기업에 투자할 때 미래 청사진뿐 아니라 원자재 시장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재 국내 이차전지 관련주는 올 고점 대비 크게 하락한 상태다. 에코프로그룹의 지주사 에코프로는 이 종가 기준 고점 대비 58.73% 하락했고 에코프로비엠(65.15%), 포스코퓨처엠(63.76%), 엘앤에프(59.89%), LG화학(48.83%), LG에너지솔루션(35.48%) 등도 마찬가지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2021년, 2022년 전기차 수요가 워낙 좋아 리튬 가격도 함께 상승했으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라며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둔화가 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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