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충청도’서 보수진격 외치는 이 남자 [금배지 원정대]
서울 마포갑 출마 조정훈 인터뷰
‘노웅래 부자’ 野 철옹성에 도전장
“마포 ‘서울의 충청도’ 같은 곳
나와 가장 잘 맞는 ‘상업 1번지’
여기서 못 이기면 보수 확장 불가능”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영화 ‘극한직업’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금까지 이런 의원은 없었다.’
최근 국민의힘과 합당하기로 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얘기다.
비례대표인 조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마포갑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힘이 제안한 당선 안정권 지역구를 사양하고 내린 선택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마포갑을 “인간 조정훈과 가장 잘 맞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마포는 상업의 중심지, 즉 상업의 1번지”라며 “정치를 하기 전에 국제금융기구인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15년 일한 저의 언어와 생각은 경제의 언어, 삶의 언어, 생활의 언어와 밀접하다”고 했다.
노 의원은 2004년 처음 당선됐고, 2012년부터 현재까지 마포갑에서 쭉 당선됐다. 노 의원 아버지인 고(故)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은 이 지역에서 11대 총선만 빼고 내리 5선을 했다. 노 전 부의장은 지역구에서 1만4000건의 주례를 맡아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였다. 마포 토박이 중에서 노 의원 부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보수 정당에서 안대희 전 대법관이나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등이 도전장을 냈지만 번번이 졌다. 이런 지역구에 조 의원이 ‘용감하게(?)’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전통적인 민주당 우세 지역이지만 아현동 등에 아파트 대단지가 새로 들어서면서 변화의 흐름도 감지된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는 마포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앞섰다. 마포 갑에 속한 모든 동에서 윤 대통령이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여권에서 ‘마포갑은 도전할 만하다’는 기대감이 솔솔 나오는 이유다. 특히 노웅래 의원이 현재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도 여당에겐 호재라면 호재다.
그럼에도 여전히 보수정당 도전자에게는 승리할 확률이 높다고 하기는 어렵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서울 49개 선거구 가운데 강남 3구를 중심으로 8곳을 따오는 데 그쳤다. 강북은 궤멸에 가까운 패배를 했다.
그래서 마포는 보수와 진보가 격돌하는 최전선이다. 이 곳에 도전장을 던진 조 의원의 출사표는 남다르다. 마포·서대문·은평 벨트라는 한강 이북 전선의 선봉장이 되겠다고 스스로 선언한 셈이기 때문이다.
조 의원은 “마포는 총선과 대선에서 결과가 계속 뒤집히는 ‘서울의 충청도’”라며 “진영 논리로 당선이 되는 곳이 아니라 인물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충청도는 과거 대부분의 선거에서 보수와 진보 정당을 오가며 투표하는 ‘스윙 지역’으로 꼽힌다. 이념에 종속되기보다 대세와 실리를 택하는 표심이 특징이다.
그는 “큰 정치적 도전과 실험을 해보고 싶어서 한강을 건너간다”며 “마포에서 이기지 못하면 보수의 확장은 어렵다”고 단언했다.
당내 경선은 물론 민주당에도 노 의원 외에 경쟁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마포갑은 조 의원 외에 국민의힘에서 이용호 의원, 최승재 의원 등이 도전장을 던졌다. 치열한 경선을 치러야 한다. 민주당에서는 신현영 의원, 김빈 전 청와대 행정관, 이지수 전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 등의 출마가 거론된다.
그는 ‘닥치고 교육’이라고 간단히 답했다. 조 의원은 “마포는 신혼부부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아이가 초등학생을 졸업할 때까지만 살 만한 곳이란 인식이 있다”며 “이사 가지 않아도 되는 마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기존의 정치인들이 쉽게 상상할 수 없었던 생활밀착형 공약도 준비하고 있다.
홍콩에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국내 지하철역에 설치된 지하와 지상을 잇는 에스컬레이터와는 다르다. 조 의원은 언덕길이 유독많은 마포갑에 이런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자는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하면 경사가 높은 지역에 살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이동성을 보장해줄 수 있을지 해외 사례를 고민했다”며 “홍콩의 야외 에스컬레이터를 마포에 적극 도입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인재영입 형식으로 입당했다. 당시 공천을 받는 데 실패하고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시대전환을 창당했다. 이후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란 비판을 받았던 더불어시민당에 합류했다.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6번으로 당선된 뒤 다시 시대전환에 복당했다.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는 국민의힘과 손을 잡았다.
조 의원이 국민의힘을 선택한 이유는 김대중·노무현의 민주당과 이재명의 민주당이 다르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당대표가 되자마자 (여당을 공격하는 목적의)특검을 부탁하러 의원실에 찾아와 ‘대한민국 운명을 조정훈이 갖고 있다’고 이야기했다”며 “못 이기는 척 특검을 한두 개 동의해줬으면 민주당에서 한 자리 못 받았겠나”라고 말했다.
조정훈 의원은 “지금의 민주당은 민주주의가 갖고 있는 소수에 대한 배려보다는 숫자로 하는 전제정치를 굉장히 빠르게 닮아가고 있는 정당”이라며 “국민의힘이 보수의 확장을 위해 개혁의 공간이 더 많은 정당이라고 판단했다”고 항변했다.
조 의원은 연세대 3학년 때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미국 유학을 떠나 하버드 케네디스쿨을 졸업했다. 그리고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세계은행에서 15년간 일했다.
당시 팔레스타인 근무를 자원해 중동 지역의 지독한 갈등을 현장에서 목도했다. 피부암에 걸려 생사의 기로에 선 일도 있다. 귀국 후엔 여시재 부원장, 아주대 통일연구소장 등을 거쳐 현실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가 자신에게 부여된 ‘시대정신’을 이른바 민주화 세력인 586 청산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뭘까.
조 의원은 “586 선배들이 목숨을 걸고 군부와 싸웠던 진정성은 의심하지 않는다”며 “그 이후로 그 선배들은 변화, 진보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586 정치가 우리 사회를 더 이상 앞으로 견인할 수 없고, 586 운동권의 사상이 우리사회 새로운 구성원들의 생각을 반영하지 못 한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을 소개할 때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의 대리인이라고 칭한다. 국민을 고용주로 여기고 열심히 할 일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가 던져온 의제에도 이같은 의지가 반영됐다. 기본소득, 주4일제, 손실보상법, 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이 대표적이다.
그가 설정한 정치인으로서의 활동 기간은 딱 15년이다. 정계 은퇴 전까지 정치인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까.
조 의원은 “4차 산업혁명, 탈산업화에 사회질서를 맞추기 위해 교육, 노동, 노동-자본의 관계 같은 큰 줄기들을 바꿔놓고 싶다”며 “국제질서상 어떻게 외교관계를 통해 우리 안전과 먹고사는 문제를 확보할 수 있는지도 고민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가 한국 정치사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던 실험적 정치인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좌와 우를 넘어 앞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건 조 의원이 내년 4월 마포갑에서 정치 생명을 이어갈 수 있을지, 다음 총선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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