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 신념·철학에 대중성 가미… 通하는 메뉴 만든다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2023. 10. 2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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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김광중 셰프
어린 나이에 입사해 설거지부터 시작
매뉴얼 통째로 외우며 조리지식 쌓아
매장서 본사까지 아우르며 시야 넓혀
아웃백 시그니처는 토마호크 스테이크
꾸덕함 대명사 투움바 파스타도 일품
“요리는 사람과 사람 이어주는 매개체”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의 김광중 셰프를 만났다. 그는 셰프이지만 메뉴개발자이면서 동시에 기획자이다. 메뉴개발자, 마케터, 콘셉트크리에이터처럼 다양한 수식어가 붙지만 결국 메뉴를 새롭게 개발하고 레시피를 구성해서 매뉴얼화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김광중 셰프
요리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상품을 만들어내는 일은 요리하는 것과는 그 방향과 방법이 다르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전문 영역이다. 셰프의 신념과 철학만 가지고는 대중을 상대로 한 메뉴를 만들어내기엔 어려움이 있다. 셰프가 가지고 있는 신념과 철학을 토대로 하여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게끔 포장하고 맛과 향을 입혀서 선보이는 일, 그 일의 시작점에 김 셰프가 있다.

그에게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어린 나이에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에 입사해서 설거지부터 시작했는데, 스테이크를 굽는 직책이 될 때까지 회사 안에 있는 매뉴얼들을 외울 정도로 집요하게 공부하고, 필요한 조리 지식들은 책을 통해서 쌓아갔다. 매장에서 5년 정도 일하고 점주 교육을 받던 중에 본사 교육팀에서 제안받았다. 큰 회사에서 본사 경험은 돈 주고도 사지 못하는 경험이라는 판단에 본사에 들어가는 것을 선택했다.

그 당시 아웃백 코리아에는 메뉴개발팀이 따로 없어서 미국에서 메뉴가 개발되면 한국의 교육팀이 교육받고 매장에 전파하는 시스템이었는데, 교육팀에 가보니 요리에 대한 깊은 공부가 더욱 많이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한 갈증은 김 셰프가 요리에 관련된 공부에 매진하게 되는 가장 큰 기폭제가 되었다. 요리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과 갈증은 계속된 공부로 이어졌고, 이렇게 쌓인 지식이 지금의 김 셰프를 만들어냈다.
토마호크 스테이크
매장에 머무르지 않고 본사로 옮긴 것은 김 셰프에게는 가장 중요한 결정이었는데, 본사에 들어와 보니 현장에서 일할 때와는 또 다른 시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시야가 넓어지고, 요리하는 것뿐 아니라 레스토랑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도 생기게 되었다. 이러한 관심은 대학원에 진학하여 외식산업에 관련된 공부를 더 하게 만들었다. 논문까지 쓰고 책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서 르꼬르동블루 한국 분원에 입학하게 되었고, 현재는 퀴진 과정을 모두 수료했다.

김 셰프가 근무 중인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를 호주 브랜드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웃백은 ‘자유로운 호주를 모티브로 한 미국 레스토랑’이다. 호주의 평안함과 청정함, 그리고 자유로움을 콘셉트로 만들었기 때문에 메뉴의 이름이나 식전 제공 빵 등에 호주의 이미지가 녹아 있다. 1990년대에서 2010년대 초반까지는 ‘패밀리레스토랑’으로서 브랜드 포지셔닝이 강했다면, 2010년대 중반부터는 ‘스테이크하우스’로서의 포지셔닝에 더 힘을 주고 있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의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토마호크 스테이크다. 2015년 블랙라벨 스테이크가 출시되고, 바로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출시하면서 아웃백이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하우스로 고객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하는 포인트가 되기도 했다. 아웃백의 개발 이전에도 토마호크 스테이크가 우리나라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그렇게 대중화된 부위는 아니었다.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만들 때에도 판매에서 맛뿐 아니라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내 사람들에게 꼭 함께 먹고 싶은 메뉴가 되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메뉴를 만들었다.
투움바 파스타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꾸덕함의 대명사’ 투움바 파스타이다. 요즘 세대들이 아웃백은 몰라도 투움바는 알듯이, 고깃집에 유명한 냉면이 있듯이, 서양식의 감성을 전해주는 파스타로 지금까지 엄청난 판매량을 보이고 있고, 레스토랑에서 먹고 집에 가면 또 생각나는 메뉴이다.
김 셰프가 생각하는 요리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보통 내 가족, 친구, 좋은 사람들과 가는 자리가 레스토랑이다. 그리고 레스토랑에서 주는 가치가 바로 요리라고 할 수 있다. 그 요리를 먹은 사람들의 경험은 좋은 시간에 플러스 요인이 되기도 하고, 시간을 망치는 마이너스 요인이 되기도 한다. 김 셰프는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을 만드는 자리에 플러스가 되는 가치 있는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늘 스테이크 관련 디벨로퍼들의 고민은 ‘이번엔 어떤 부위를 만들어 보지?’이다. 새로운 부위의 새로운 서비스 방법에 대해서 연구하고,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안심을 함께 제공하면서 역시나 부위에 따른 다른 관능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현장 근무를 경험으로 개발팀에서의 다양하게 선보이는 트렌디한 메뉴는 김 셰프 최고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레스토랑의 핵심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레스토랑은 결국 휴먼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라 함은 고객이 될 수도 있고, 직원이 될 수도 있고, 협력업체 분들이 될 수도 있다. 로봇과 AI가 많이 개발되고 있지만,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감성과 느낌, 그리고 온기를 통해 맛과 감동은 사람만이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브랜드와 메뉴가 좋아도 일하는 직원이 없으면 영업할 수 없고, 직원이 교육되지 않으면 사업을 확장할 수 없고, 고객이 없으면 이 모든 것이 의미가 없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김 셰프는 늘 그게 누구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항상 사람에 집중하고 사람에 대한 고민을 가장 먼저 하는 김 셰프의 요리가 따스한 이유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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