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소개팅…“누구든지 연애하고 사랑할 수 있어요” [주말엔]
작년 방송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발달장애인도 사랑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인터넷상에서 뜨거웠습니다.
'판타지다',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 이야기다', '대한민국에 우영우는 없다' 등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이 드라마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었습니다.
그러면 타인과 소통이 어려운 발달장애인들은 과연 어떤 사랑과 연애를 꿈꿀까요?
지난주, 두 명의 발달 장애인 남녀가 인생 처음 소개팅을 가졌습니다.
■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지적 장애 또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이 우리나라에 약 25만 명.
"연애요? 만날 기회가 없는데요."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정보 서적을 만들고 있는 '소소한소통'의 백정연 대표가 한 청년에게 들은 얘깁니다.
"이 얘길 듣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연애 서적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만날 기회를 줘야겠다 생각했어요."
지난 4월 봄,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첫 단체 소개팅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사는 곳, 직업, 취미가 모두 다른 발달장애인들은 서로에 대해 진지하게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차근차근 대화가 진행될수록 참여자들의 얼굴에 떠오르는 웃음꽃을 보며 백정연 대표는 생각했습니다.
'성인이 되면서 사랑에 빠지고 연애하고 결혼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상의 흐름인데, 발달장애인분들에게는 정말 기회가 없었구나!'
■ 발달장애인 데이트 코칭 프로그램
최근 많은 장애인 복지관과 발달장애 지원기관에서 데이트 코칭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데이트 코칭 프로그램은 이들에게 이성을 만날 기회를 주는 목적도 있지만, 사회적 관계 형성에 도움을 주는 데도 의미가 있습니다.
한 공간에 있을 때 상대의 표정은 어떤지 자주 관찰하고, 어떤 감정을 가지는지 직접 물어볼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실제 데이트 코칭을 받은 발달장애인들이 눈에 띄는 변화를 보였다고 백 대표는 말합니다.
이들은 관심 있는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스스로 가꾸기 시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언어와 신체 표현력도 향상됐습니다.
'안 된다', '참아야 한다'는 과거의 부정적 교육이 아니라 건강하게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 "누구든지 연애하고 사랑할 수 있어요"
지난 10월 21일, 소개팅에 처음 나온 오지현 씨.
"(소개팅이) 믿겨 지지 않았어요. 너무 기대돼서 마음이 콩닥콩닥 설레요."
언니와 함께 밤새 이야기하며, 긴장된 마음에 밤잠을 설쳤다는 지현 씨.
'지현 씨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요?'라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다 이렇게 답했습니다.
"사랑에는 장애가 없어요. 비장애인, 장애인이든 떠나서 누구든지 사랑할 수 있어요. 평생 사랑하는 사람 만나고 싶어요."
발달장애인의 특성상 타인과 집중력 있는 대화를 이어 나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상대 참가자에게 호기심을 가지기 위한 질문 쪽지를 사전에 준비했습니다.
준비한 사전 질문지가 무색하도록 둘의 대화는 무르익어 갔습니다.
1:1 대화 이후 진행된 인생사진 찍어주기 미션.
어색했던 기류는 잠깐, 부쩍 가까워진 모습이었습니다.
소개팅이 끝나고 며칠이 지난 후, 지현 씨의 언니에게서 문자 한 통이 왔습니다.
'지현이랑 선교님 한 번 더 만나기로 했어요!'
장애인의 사랑과 성에 대해 거리낌 없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길 바라는 지현 씨와 선교 씨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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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me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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