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를 꼭 돌려보내야 하나요?”[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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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미스소니언 동물원의 판다 환송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판다들을 미국에 머물게 해달라’고 부탁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올해 8월 28일(현지 시간) 미 백악관 정례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이 이뤄지면 판다의 ‘거취’ 문제가 언급될 가능성이 있는지 물어본 것이다. 예상 밖의 질문이었는지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곧바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표정과는 다르게 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판다는 연말에 중국으로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 동물원에 사는 ‘샤오치지 가족’ 이야기다. 수컷 자이언트판다 샤오치지(3)와 그의 부모인 톈톈(26·수컷), 메이샹(25·암컷)은 12월 중국으로 돌아간다. 중국 정부와 동물원의 임대계약이 만료돼서다.
스미스소니언은 지난달 23일부터 1일까지 샤오치지 가족의 환송회를 열었다. 동물원은 영화 ‘쿵푸팬더’와 샤오치지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상영하고, 판다 그림 그리기 등의 행사를 열었다. 판다 티셔츠를 입고 동물원을 찾은 관람객들은 밝은 표정이었지만,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참고로, 샤오치지는 전 세계 팬들이 선정한 인기 1위 판다다)
워싱턴에 사는 간호사 노마 발렌티니(52)는 “이별을 견디기 힘들다”고 전했다. 그는 “저는 젊은 시절을 판다와 보냈다고 할 정도로 동물원을 자주 찾았다”면서 “최근 주 1회 이상 동물원에 와서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정말, 정말 슬프다”고 말했다.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마이클 카디날레(10)는 ‘판다 캠’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판다 캠은 판다 우리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다. 카디날레는 “판다는 저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였다”라며 판다의 귀환을 아쉬워했다.
미국 전역에서 판다와의 이별이 이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동물원과 테네시주 멤피스 동물원은 각각 2019년과 올해 초 판다를 중국에 돌려보냈다. 현재 미국에는 판다 7마리(샤오치지 가족 포함)가 살고 있는데, 조지아주 애틀랜타 동물원에 있는 나머지 4마리도 내년 말이면 중국과의 임대 계약이 끝난다. 미 AP통신에 따르면, 애틀랜타 동물원 역시 중국과 임대 계약 연장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 애틀랜타 동물원의 판다들마저 중국으로 돌아가면, 미국의 판다 팬들은 자국에서 더 이상 판다를 볼 수 없게 된다.
● 1300년 역사의 털북숭이 외교관들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동물원의 판다 한 쌍(수컷 ‘양광’과 암컷 ‘톈톈’)도 올해 12월 중국으로 돌아간다. 2011년 영국에 도착한 후 12년 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판다들의 임대 기간이 10년에서 2년 연장됐다. 알리슨 맥켈런 에든버러 동물원 육식동물팀장은 “12월 첫 주에 중국으로 돌려보내도록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호주 애들레이드동물원의 마스코트인 수컷 판다 ‘왕왕’과 암컷 판다 ‘푸니’는 내년 11월 ‘비자’가 만료된다. 왕왕과 푸니는 중국 정부의 임대 기간 연장으로 15년 동안 애들레이드동물원에서 지냈다. 호주 언론 애들레이드나우는 “판다들의 두 번째 임대 계약 연장은 양국 정부의 손에 달려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판다 소유권을 가지고 있어서다. 중국은 전 세계 약 2400마리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은 취약종 판다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오로지 대여 형식으로만 판다를 해외에 보내고 있다. 과거에는 그냥 선물로 주기도 했지만, 1981년 중국이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임대 방식으로 변경됐다.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의 소유권 역시 중국 정부에 있다. 판다들은 성체가 되는 생후 4년 차쯤 짝을 찾기 위해 중국으로 돌아간다. 한국 에버랜드 동물원에 있는 ‘푸바오’도 중국 반환이 임박했다. 푸바오는 최근 3살 생일을 맞았다.
미국의 판다들이 전부 중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국과 서방의 ‘판다 외교’가 반세기 만에 끝을 맺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51년 만에 저무는 ‘판다 외교’ 관련 내용은 ‘글로벌 현장을 가다’ 기사 참고.
‘샤오치지’ 가족과 작별 앞둔 美… 51년 만에 저무는 ‘판다 외교’[글로벌 현장을 가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0913/121170462/1
● 세상에서 가장 정치적인 동물
최초의 판다 외교는 7세기 당나라 때로 전해진다. 중국 최초이자 유일한 여황제인 측천무후가 원활한 외교 관계를 위해 일본 천황에게 곰 2마리를 선물로 보냈는데, 이 곰이 판다라는 해석이 있다. 현대식 판다 외교는 1941년 시작됐다. 장제스(蔣介石) 당시 중화민국 국민정부 주석의 부인 쑹메이링(宋美齡) 여사가 중일전쟁 지원에 대한 감사 표시로 미국에 판다 한 쌍을 선물했다. 이후, 1949년 공산당이 집권하고 중국은 한동안 판다의 국외 반출을 금지했었다.
냉전 시기로 강대국들이 치열하게 외교전을 펼치던 1972년 2월 21일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 부부가 중국을 찾았다. 라이벌 소련과의 패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중국과의 데탕트를 시도한 것.
닉슨 대통령은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를 만나, 소련군의 국경 배치 정보를 제공했다. 중국과 소련의 갈등 관계를 파고들면서 중국 정부의 마음을 얻으려 했다.
이날은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처음 방문한 역사적인 날이기도 했다. 저녁 만찬 자리가 열렸고, 당시 중국 최고 권력자였던 마오쩌둥(毛澤東)이 참여했다. 그의 옆자리에는 팻 닉슨 여사가 앉았다. 마오 앞에 놓인 담배를 유심히 보던 팻 여사가 입을 열었다. “이거, 귀엽지 않아요?” 담배통에는 판다 두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마오는 곧바로 “제가 좀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당황한 팻 여사가 “담배요?”라고 다시 물었고, 마오는 “아니요, 판다요”라고 말했다. 그 해, 판다 ‘링링’과 ‘싱싱’이 워싱턴 스미스소니언에 도착했다. (이들은 각각 1992년과 1999년 폐사했다)
판다는 ‘세상에서 가장 정치적인 동물’이 됐다.판다가 실제로 정치를 한다는 의미는 당연히 아니다. 중국이 판다를 정치적인 도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1957년부터 1983년까지 중국은 우방 9개국에 판다 24마리를 나눠줬다. 이때 ‘판다 외교’라는 용어가 생겼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마오는 살아 숨 쉬는 존재가 국제 협력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평했다.
● 판다노믹스
중국이 점점 자본주의화 되면서 판다는 경제적 도구로도 활용됐다. 1980년대부터 중국은 한 달에 5만 달러(약 6700만 원)씩 받고 판다를 임대하기 시작했다. 멸종 위기의 판다 연구에 사용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현재 판다를 보유한 동물원은 중국 정부에 연 10억 원가량(한 쌍 기준)을 보호 기금(번식 기금) 명목으로 내고 있다. 에버랜드의 푸바오처럼 해외에서 새끼 판다가 처음 태어나면 추가로 50만 달러(약 6억7000만 원)를 내야 한다. 두 번째 산 차(최근 태어난 푸바오 동생들)에는 30만 달러(약 4억 원)의 보호 기금을 제공해야 한다. 중국은 임대 국가의 경제력에 따라 수수료(보호 기금)를 책정해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그동안 중국이 판다를 아무 국가에나 막 빌려준 것도 아니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에 따르면 중국은 스코틀랜드, 캐나다, 프랑스 등 주로 무역 계약을 체결한 나라에 판다를 빌려줬다. 대상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아시아 국가’와 ‘천연자원과 첨단 기술을 중국에 공급한 나라’였다. 이 같은 추세는 2008년 중국 쓰촨성 지진으로 판다 보호 시설이 피해를 본 뒤 더 분명해졌다. 중국 내 보호 시설이 취약해지면서 판다를 경제 협력 도구로 더 활용한 것이다.
각국 동물원들은 판다의 귀여움을 무기로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각종 기념품을 팔았다. 2011년 영국 에든버러 동물원에 판다 한 쌍이 도착하고 2년 동안 방문객 수가 400만 명이나 증가했다. 스미스소니언의 판다 ‘톈톈’이 눈 속에서 뛰어놀고 있는 짧은 동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약 200만 번 공유됐다.
에버랜드도 최근 푸바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관련 굿즈 판매량이 이전보다 6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에버랜드 유튜브 구독자 수도 최근 100만 명을 돌파했는데, 푸바오와 7월 태어난 동생 ‘루이바오(睿寶·슬기로운 보물)’, ‘후이바오(輝寶·빛나는 보물)’ 덕분이었다.
일본 NHK는 새끼 판다가 일본에 주는 경제효과를 267억 엔(약 2400억 원)으로 추산했다. 동물원 입장료와 인근 식당들의 매출, 기념품 판매 등을 합친 규모다. 2017년 일본 우에노동물원의 판다 한 쌍이 새끼를 낳았는데, 당시 동물원 근처에 매장을 보유한 중식당 체인 업체의 주가가 10% 가까이 급등했다. 새끼 판다가 공개되면 관람객이 증가해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과거에는 동물원들의 판다 유치 경쟁이 치열했다. 1972년 중국이 미국에 판다를 보내주기로 약속했을 당시 NYT는 미국 동물원들의 치열한 판다 유치전을 1면에 다루기도 했다.
● 하동 대나무 로켓배송
반면, 판다 유지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는 지적도 있었다. 에버랜드는 사육 공간과 체험 공간을 조성하는 데 200억 원을 투자했다. 호주 애들레이드 동물원도 판다 공간에 800만 호주달러(약 69억 원)를 쏟아부었다.
사육 비용도 만만찮다. 영국 BBC는 “판다 한 마리를 돌보는 데 연간 수억 원이 든다”며 “판다는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데 가장 비싼 동물로, 코끼리 사육비의 약 5배가 든다”고 했다.
판다가 먹는 대나무 비용이 이 중 대부분을 차지한다. 성체 판다는 하루에 약 12㎏의 대나무를 먹는데, 양뿐만 아니라 ‘품질’도 중요하다. 판다는 인상은 순해 보이지만 식성은 까다롭다. 젖어있거나 싱싱하지 않은 대나무 잎은 절대 먹지 않는다고 한다.
카타르 같은 중동이나 유럽에서는 항공이나 선박으로 좋은 대나무를 공수해야하기 때문에 특히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버랜드는 매주 1~2회 경남 하동에서 당일 배송으로 그날 벤 대나무를 공수해 온다. 대나무를 비용은 연 1억 원 정도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판다 비즈니스’에 대한 의구심을 종종 제기했다. 1999년 판다들이 애틀랜타 동물원에 도착했을 때 동물원 방문자 수가 60% 증가했다. 하지만, 몇 년 뒤 관람객은 판다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고 비용은 증가했다. BBC는 “판다를 비즈니스로 생각한다면, 투자 대비 수익이 나올까? 판다 사육비를 동물원 방문객 증가로 정당화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기자는 판다의 귀여움이 비용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중국 정부에 내는 높은 ‘임대료’도 부담이다. 미국 동물원들은 2006년 대표단을 꾸려 중국에 수수료를 최대 50% 인하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핀란드에서는 이 비용이 부담돼 임대 기간이 종료되기 전 판다를 조기 반환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 데탕트의 상징에서 애국심의 상징으로
물론, 미국 판다들이 비용 때문에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미국의 판다는 경제성보다는 미중 관계의 온도에 따라 ‘거취’가 달라졌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0년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회담을 결정하자 중국 정부는 미국에서 태어난 판다 두 마리를 중국으로 귀환시켰다. 이듬해,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하는 등 화해 무드가 조성됐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미국에 대한 판다 대여를 5년 연장했다.
미국 판다들이 올해 말 중국으로 돌아가게 된 데는 최근 악화한 미중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양측(중국과 미국)은 판다 대여에 정치가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만, 중국은 오랫동안 보상을 하거나 처벌하는데 ‘판다 외교’를 활용해왔다”며 “미국의 판다 복귀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계가 역사상 최악으로 치닫는 등 대부분 협력이 단절된 순간에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갈비 판다’ 논란으로 중국 내 여론이 악화한 것도 있다. 미 멤피스 동물원에서 20년 지낸 수컷 판다 ‘러러’는 올해 2월 중국 송환을 앞두고 숨을 거뒀다. 러러와 함께 온 암컷 판다 ‘야야’의 모습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중국 내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야야는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수척해진 상태였다. 중국에서 ‘조기 반환’ 요청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동물원은 올 4월 대여 기간이 끝나자마자 야야를 중국에 돌려보냈다. 멤피스 동물원은 러러의 사인을 심장마비로 판정했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학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야야의 중국 내 인기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까지 제쳤다. 야야는 중국 정부의 검진과 격리 기간 등을 거쳐 올 6월 베이징 동물원으로 옮겨졌는데, 여기에 중국인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테슬라 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중국을 찾은 머스크 소식이 묻혔다.
미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야야가 뛰어노는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2억30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머스크의 저녁 식사는 5100만 회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애국적 자부심을 자극하는 용도로 판다를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국보(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표현을 빌림)’인 판다를 집으로 데려오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애국적 자부심의 표현으로 홍보될 것”이라고 지난달 전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야야의 복귀는 중국 정부가 엄격하게 검열하고 관리하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비꼬았다.
● 지구상 가장 번식이 어려운 동물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의 판다 활용법이 달라진 배경으로 ‘개체수’를 꼽았다. 블룸버그는 “판다가 더 이상 멸종 위기에 처해 있지 않기 때문에 시 주석은 판다로 민족주의 정치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간 판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국제적인 협력이나 보호 기금 등의 필요성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2016년 멸종 위험도 적색목록에서 자이언트 판다 지위를 ‘멸종 위기(endangered)’에서 ‘취약(vulnerable)’으로 한 단계 격하시켰다. 판다 숫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중국 쓰촨(四川)성 판다 보호구역에 서식하는 판다는 1986년 500마리에서 2015년 1300여 마리로 3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2006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쓰촨성 보호구역은 판다 최대 서식지다.
세계자연기금(WWF)은 현재 판다 1800여 마리가 야생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물원에 사는 판다는 600마리 정도다. 1900년대 성행했던 판다 밀렵이 사라지고 판다 서식지 인근에서 벌목이 줄어든 덕분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판다 사냥은 합법이었지만, 지금은 판다를 죽이면 2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당시, 판다 가죽은 국제 암시장에서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의 고가에 팔렸다.
판다 ‘번식’ 기술의 발전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판다는 신체적 특성과 기질 때문에 번식이 가장 어려운 동물로 꼽힌다. 얼마나 어려운지 스미스소니언 동물원은 지난해 ‘판다의 성생활(The Sex Lives of Giant Pandas)’이라는 특별 팟캐스트까지 제작했다.
판다가 임신에 성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1년 중 고작 24~72시간밖에 안 된다. 이 시기가 지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판다의 기질 탓에 둘을 붙여 놓는다고 사랑이 불타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까지 번식과 새끼 사육에서 실패한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 글로벌 판다팀의 짝짓기 연구
그러다가, 서구 연구진의 도움으로 반전이 일어났다. 중국 과학자들은 스미스소니언 보존생물학 연구소 연구진 등 글로벌 팀을 구성해 연구를 거듭했다. 현재 중국에서 사용하는 판다 ‘번식 프로토콜’을 개발한 것도 이 연구진이다.
중국 사육사들은 분위기 조성을 위해 판다의 짝짓기 장면이 담긴 ‘판다 포르노’를 틀었다. 비아그라와 성인용품까지 동원했다. 장허민 사육사는 “쓰촨성 청두의 성인용품점을 찾아가 점원에게 ‘예열에 쓸만한 성인용품을 달라’고 말했다. 동시에 정부에 비용을 돌려받기 위해 영수증을 요청했다”고 회상했다. (비아그라와 성인용품은 큰 효과를 못 봤다고 한다)
연구진은 암컷이 발정기에 있을 때를 세밀하게 평가하는 기술을 만들고, 수컷 정자를 이용한 인공 수정도 프로토콜에 포함했다. 유전학자 조나단 발루(스미스소니언 연구소)는 “판다는 사육 중인 동물 중 유전적으로 가장 다양한 동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중국인들이 판다 번식에 적용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발루의 동료인 데이비드 와일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새끼 판다들이 무더기로 태어났다”고 회상했다.
중국 정부와 해외 연구진이 판다를 위해 손을 잡은 일은 이전에도 있었다. 1980년 세계 최대 비영리 국제 자연보전기관인 세계자연기금(WWF)이 서양 단체로는 처음으로 중국 정부와 판다에 관해 협력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WWF는 저명 야생 생물학자 조지 샬러를 중국에 파견 보냈고, 그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판다 기초 연구를 수행했다”고 전했다.
판다의 숫자가 늘어난 데에 서구의 연구 기술이 한몫한 셈이다. 팡왕 중국 푸단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현재 수준의 판다 개체수 증가는 20년 전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판다는 매우 성공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자국 내 판다 서식지 역시 지속해서 늘려왔다. 쓰촨(四川), 간쑤(甘肅), 산시(陝西)성 등 3개 성에 걸쳐 조성한 판다 국립공원의 면적은 2만7134㎢에 달한다. 홍콩(2754㎢)의 10배,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8991㎢)의 3배 수준이다. 중국은 현재 3개 성의 대왕판다 보호구역을 통합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나중에는 중국 정부가 더 이상 판다를 해외로 보낼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판다 팬들도 중국에 가야만 판다를 볼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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