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찰스' 마샤, 하루 매출 1000만 식당 사장님 변신
2019년 성주에서 개업...3년 만에 4개로
대구에 10개 우즈벡 식당 여는 것이 목표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고향 마을에 방이 10개나 있는 집을 새로 지었어요. 수도 타슈켄트에 아들과 딸을 위해 아파트 두 채를 샀고, 오는 겨울에는 신축 건물을 하나 구매할 계획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창궐한 3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결혼이주여성 여성 마샤(35)씨는 코로나19가 막 시작되기 전인 2019년 여름에 식당을 열어 3년 만에 4개의 식당을 일구었다. 원래 가수 지망생이었으나 코로나19로 무대가 없어져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업'에만 매진한 결과였다.
'딸의 꿈' 위해 자신의 꿈 접고 식당 개업
식당을 열 즈음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21세에 한국인과 결혼해 우리나라로 왔으나 2013년 남편이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4살난 아들과 태어난 지 100일도 안 된 딸만 남겼다. 며느리를 딸처럼 아끼던 시어머니도 2년 뒤에 작고했다. 딸은 연예인이 꿈이었다. 뒷바라지에 여간 돈이 되는 상황이 아니었다. 평범한 직장 생활로는 수업료를 대기란 불가능했다.
"너무 힘들었지만 딸의 꿈을 꺾기는 싫었어요. 딸을 위해서 돈을 벌어야겠단 결심을 했어요."
자신도 모르는 사업가의 본능이 꿈틀댔다. 철저한 준비만이 실패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상권을 살폈다. 2015년에 구청 지원으로 식당을 열었다가 손님이 없어 문을 닫은 것도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 무려 2년 동안 경북 성주에서 식당 자리를 물색했다. 인근 공장이나 참외 농장에서 일하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많았으나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이 하나도 없었다. 충분히 수요가 있겠다는 판단으로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식당 자리를 구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우즈베스키탄 사람들뿐 아니라 몽골, 카자흐스탄, 키르키즈스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사람들까지 몰려들었다. "식당을 열어줘서 너무 고맙다"는 인사까지 들었다. 식당으로 오는 손님도 있었지만 공장이나 농장에서 단체 도시락 주문이 많이 들어왔다. 밤 12시까지 일할 때도 있었다.
"힘든 줄도 몰랐어요. 장사가 잘되니까 너무 재밌더라고요. 예전에 가수로 활동할 때 '이웃집 찰스'나 '아침마당'에서 방송을 하면 너무 즐거웠는데, 돈 세는 것도 그것만큼 재밌더라고요."
'지자흐 솜사'로 중앙아시아인들 입맛 사로잡아
2021년 8월에 친동생에게 식당을 맡기고 대구로 나왔다. 대구에서도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지난해 6월에는 강원 원주점, 올 2월에는 전북 군산점도 열었다. 전국을 돌면서 식당을 운영하는 생활이 시작됐다. 장사는 너무 잘 됐다. 추석 명절에는 직영점 3곳과 동생이 운영하는 성주 가게까지 합치면 하루 매출이 1,000만 원을 넘는 날도 있었다.
가장 잘된 곳은 대구 식당이었다. 지난 여름에는 식당 위의 2층 공간을 새로 얻어 러시아식 당구대를 갖춘 쉼터로 꾸미고 있다. 식사를 하러 온 고향 사람들이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최근 사업계획을 수정했다. 식당을 전국적 확장할 것이 아니라 대구에 집중해서 대구에 10개의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을 연다는 계획이다. 식당 외에도 마트까지 기획하고 있다. 현재 가게를 알아보고 있다.
마샤의 식당이 돌풍을 일으킨 데는 한국인은 알 수 없는 비결이 하나 있다. 바로 '지자흐 솜사'다. '솜사'는 고기 속을 넣어 만든 전통 빵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김밥이나 비빔밥 같은 메뉴다. 우즈베키스탄은 물론 인근 지역에서도 즐겨 먹는 음식이다. '지자흐'는 지명이다. 우즈베키스탄 내 여러 지역의 솜사 중에서 '지자흐' 지역의 솜사를 최고로 친다. 외국인의 눈과 입에는 분간이 되지 않지만,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을 한입 베어 물면 저절로 엄지를 치켜든다. 마샤는 "화덕을 갖추고 솜사만 구워서 파는 식당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한국 사람들도 그 맛을 아는 분들이 많아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에 한식당을 열 계획이다. 12월에 우즈베키스탄에 들어가면 2달 남짓 머물면서 신축 건물을 구매할 생각을 하고 있다. 메뉴는 구상 중이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김밥과 비빔밥과 함께 고급 메뉴인 한우 구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
대구 군위군에서 맛본 '마법의 맛' 한우
한우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시댁이 대구 군위군이어서 추석 때 성묘를 갔다. 성묘를 마친 후 돌아오는 길에 식당에 들러 고기를 구워 먹었는데 '마법의 맛'이란 걸 처음 경험했다.
"우즈베키스탄에 갔을 때 최고급 소고기를 사서 한국식으로 구워 먹어 봤으나 그 맛이 나지 않았어요. 한우처럼 부드럽지도 깊은 맛도 없었어요. 도대체 왜 이럴까 너무 궁금했어요."
고기를 좋아하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에게 한우는 말 그대로 마법의 메뉴다. 마샤의 친정 오빠도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후 제일 먼저 한우집에 데려다 달라고 졸랐을 정도였다. 계획대로 된다면 내년부터 우즈베키스탄 중심가에 김밥과 비빔밥, 그리고 한우 구이 등의 메뉴를 갖춘 한식당을 열 수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대구와 타슈켄트를 오가면서 식당을 운영하게 될 것 같아요. 한우 구이가 최고의 메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날 때 다섯 살이던 딸은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 됐다. 아들은 3학년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 현재 중학교 1학년이다. 11월에 아들과 딸이 연극 무대에 데뷔한다. '현재' 가장 큰 소망은 아침 드라마에서 아들과 딸을 보는 것이다.
"제가 무대를 꿈꿨기 때문에 연예활동에 대한 갈망을 너무 잘 이해해요. 딸과 아들이 꼭 자기 꿈을 이루었으면 좋겠어요. 유명해져서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가교 역할을 했으면 해요. 두 아이는 엄마의 고향도 좋아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한국을 더 사랑해요. 한국을 위해서도 우즈베키스탄을 위해서도 훌륭한 일을 많이 할 거예요."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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