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나·이자람 "'순신', 총체극 실험…예술 한번 해보자 했어요"[문화人터뷰]

강진아 기자 2023. 10. 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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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의 내로라하는 창작진이 뭉쳤다.

'뮤지컬계 대모'로 통하는 이지나 연출과 '팔방미인' 소리꾼 이자람이 이순신을 소재로 한 창작가무극으로 의기투합했다.

용맹한 장수이자 충직한 신하이며 효심 깊은 아들이자 가슴 깊은 아버지로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순신의 삶과 고뇌를 그려낸다.

8년 전 다른 제작사에서 이순신을 소재로 한 뮤지컬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도 이자람부터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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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판소리·뮤지컬 엮어…서울예술단 신작 '순신'
[서울=뉴시스]이지나 연출과 소리꾼 이자람. (사진=서울예술단 제공) 2023.10.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처음부터 명작으로 터지긴 어려워요. 그런 욕심보다는 오랫동안 이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어요. 분명히 시행착오도 있겠죠. 흥행을 목표로 하는 상업 뮤지컬이었으면 시도조차 안 했을 거예요. 판소리에 무용, 뮤지컬을 붙여서 꼭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이지나 연출)

"그게 바로 실험 아니겠어요? 연출님이 처음에 '자람아, 예술 한번 해보자'고 하더라고요.(웃음)"(소리꾼 이자람)

공연계의 내로라하는 창작진이 뭉쳤다. '뮤지컬계 대모'로 통하는 이지나 연출과 '팔방미인' 소리꾼 이자람이 이순신을 소재로 한 창작가무극으로 의기투합했다. 오는 11월7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오르는 서울예술단 신작 '순신'이다.

'난중일기'에 기록된 이순신의 꿈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40여개의 꿈을 엮어 역사적인 사건과 교차 편집했다. 용맹한 장수이자 충직한 신하이며 효심 깊은 아들이자 가슴 깊은 아버지로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순신의 삶과 고뇌를 그려낸다.

역사적인 영웅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무게감도 컸다.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인근 카페에서 만난 이 연출은 "관객들이 갖고 있는 이순신의 무게가 있다. 걸음걸이 하나부터 이순신을 어떻게 표현할지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이지나 연출. (사진=서울예술단 제공) 2023.10.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책부터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작품에서 다뤄져 온 만큼 차별화를 고민했다. 그는 "인간적인 이순신은 이미 책이나 드라마에서 많이 보여줬기에 일대기를 나열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며 "두 시간여의 이 작품에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난중일기를 읽었을 때 뛰어나지 않았던 사람이 초인이 되어가는 과정 같았다. 꿈을 통해 이순신이 초인적으로 이겨낸 고통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하나의 장르로 규정되지 않는다. 무용과 뮤지컬, 판소리를 엮은 총체극 형태다. 이순신 역할은 무용수가 맡아 움직임과 춤으로 고뇌를 담아낸다. 노래는 하지 않고 대사도 거의 없다. 이순신의 내면은 코러스가 표현한다. 이순신의 주요 행적과 한산대첩을 비롯한 주요 해전 장면은 해설 역할의 전통 판소리로 풀어내고, 뮤지컬은 이야기를 끌어간다.

이 연출은 "소리 안에 뮤지컬도, 합창도 넣어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더라. 많은 시도를 했지만 실패한 것도 있어 아쉽다"며 "여러 장르가 섞여 있어서 톤을 맞추고 조화를 이루는 게 관건이었다. 뮤지컬, 판소리, 무용 각각의 장르가 주는 감동을 잘 전달하도록 호흡을 연결하는 게 제 숙제"라고 말했다.

이어 "관객들은 8~9분의 판소리를 듣다가 2분여의 무용, 5분짜리 뮤지컬까지 계속해 달라지는 호흡에 낯설어할 수도 있다"며 "이를 김문정 음악감독이 음악으로 일관성 있게 붙여준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소리꾼 이자람. (사진=서울예술단 제공) 2023.10.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작창을 맡은 이자람은 '무인' 역할로 30분 가량 직접 무대에 오른다. 다양한 역할로 변모하며 극 중 해설자 역할을 한다. 전통 판소리에 뮤지컬과 연극의 어법을 더해 구조를 새롭게 짜고 수차례 수정을 거쳤다. 그는 "소리 안에 극적인 요소를 넣으려 했다"며 "전쟁 장면은 처음부터 자신 있었다"고 말했다.

"전쟁 장면의 구성을 바꾸고 작창을 완성하면서 울컥울컥했어요. 제가 만들면서 역사에 반응하고 진동했죠. 그걸 제가 무대에 서서 부른다면 그 감정이 그대로 전해질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12년 전 뮤지컬 '서편제'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팬을 자처하며 이번에도 남다른 호흡을 자랑했다. 이자람은 "딛고 있는 땅이 다르지만, 놀랄 정도로 잘 맞는다"고 했다. 당시 이 연출은 이자람의 '사천가' 영상을 보고 '서편제'의 '송화'로 그를 섭외했다. 8년 전 다른 제작사에서 이순신을 소재로 한 뮤지컬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도 이자람부터 떠올렸다.

이 연출은 "이자람은 저의 스타다. 너무 멋있다. 소리를 너무 사랑해서 그렇지 어떤 연기를 해도 엄청난 배우가 됐을 것"이라고 했고, 이자람도 "연출님은 제 인생의 귀인이다. 더 많은 대중을 만나게 하고 제게 연기를 진짜 잘한다고 말해준 첫 사람"이라고 화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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