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수 "학폭 의혹, 단 한 번도 피한적 없습니다"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2023. 10. 2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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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사진=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배우 박혜수(28)가 학폭(학교폭력) 의혹으로 드리운 긴 어둠의 터널을 뚫고 '너와 나'로 재기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박혜수는 최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한 카페에서 아이즈(IZE)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021년 2월 학폭 가해 논란 이후 첫 작품, 영화 '너와 나'(감독/각본 조현철)로 복귀의 문을 두드리며 처음 취재진과 마주 앉은 박혜수다.

당시 출연 예정이던 드라마에서 하차하는 등 연예계 활동이 올 스톱되었던 바, '너와 나' 연출자이자 배우 조현철만이 박혜수를 품으며 약 3년 만에 복귀가 가능해졌다. 25일 '너와 나' 개봉을 앞두고 박혜수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긴 하지만 사실무근 입장엔 변함이 없다. 앞으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진실을 밝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정면돌파 승부수를 띄웠다. 

소속사 고스트 스튜디오 측은 "수사기관에서는 피고소인이 허위사실 적시하여 고소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한 점이 상당하여 명예훼손 혐의가 소명된다는 이유로 송치(기소 의견 송치) 하였고, 현재 추가 수사 진행 중에 있다. 위 형사 고소 사건과 별도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등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하였다. 박혜수와 당사는 명확한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알리기도 했다.

3년 만에 정면돌파를 결심한 계기는 무엇일까. 박혜수는 "어쨌든 논란이 터진 당시부터 바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계속 수사는 진행 중이다. 저는 이렇게 한 번도 피하려고 한 적이 없다. 수사에 너무 최선을 다해 협조하고 있었고 남아있는 사진이라든지 포렌식 조사 등 모든 것에 열심히 임하고 있었다. 근데 이걸 소리 내서 언급하진 않으니까 잘 알지 못하시는 거 같아서 언급이 필요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너와 나' 출연은 조현철과 함께한 2020년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직후 일찌감치 확정했던 바. 이듬해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던 터에 학폭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박혜수는 "'너와 나' 촬영을 막 앞두고 있을 때였다. 가장 크게 들었던 감정은 '너와 나' 팀에 대한 죄송함이었다. 제가 함께하는 게 소중한 작품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너무 컸다. 조현철 감독님, 제작사 필름영 PD님이 함께하자고 해주셨을 때 이분들에게도 정말 엄청난 용기가 아닐까 싶었다. 용기를 내주셔서, 저도 더 용기를 내서 정말 잘해야겠다 생각했고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해야겠다 다시금 마음먹었다"라고 떠올렸다.

당시 조현철 감독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했을까. 박혜수는 "감독님과 그냥 저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나눴던 거 같다. 수사 중이다 보니까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관해선 아무래도 함께 작업을 하다 보니 공유해야 할 부분이 있었다. 복합적으로 감독님, PD님이 저를 신뢰해 주시는 게 느껴져서 많이 감사했다"라고 전했다.

'너와 나'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박혜수)와 하은(김시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세미와 하은의 미묘한 우정을 중심으로 제주도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평범한 일상을 덤덤하게 비추며 세월호 참사, 2014년 4월 16일 잊힌 그날을 상기시키고 위로를 건넨다. 조현철 감독이 무려 7년간 공들인 작품으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어 평단과 관객들의 극찬을 받았다.

불미스러운 논란을 어깨에 짊어지고 촬영장으로 향했음에도 호연을 보여준 박혜수. 그는 "'너와 나' 현장이 연기하는 데 있어 어렵지 않게 만들어주셨다. 처음 제작사 사무실에 간 날이 기억난다. 엄청 오랜만에 집 밖으로 나왔던 날이었다. 세미로 준비를 시작한 첫날이 다 생생하다. 이미 모두가 저를 세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그때부터 '너와 나' 팀과의 호흡이 매끄러웠다. 사전 리딩이라든지 작업을 꾸준히 매일 하고 나니까 되게 편안했다"라고 끈끈한 팀워크를 과시했다.

퀴어 소재 표현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박혜수는 "여고생들끼리 우정인지 사랑인지 경계에 있는 것도 매우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세미가 하은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고 질투하고, 저한테는 모두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연기할 때 조심스러운 부분이 없었다. 여느 다른 작품에서처럼 사랑의 감정을 느꼈고, 여고생이다 보니 표현 방식이 서툴고 순수한 점만 달랐다고만 본다"라고 얘기했다.

박혜수는 "정말 단순하게 생각했다. 이런 영화가 세상에 나와야 한다는 것. '너와 나'를 보면 모든 사람이 각자 자기가 안고 있던 상처들을 치유하고 자기가 떠나보낸 사람들에 대해서 떠올리고 생각할 수 있겠다 싶었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영화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라고 작품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번 조현철 감독과의 협업으로 깨달은 바도 많다고. 박혜수는 "조현철 감독님이 영화에 담은 사랑의 세계를 이제 막 이해하게 된 거 같다. 제가 '너와 나'를 총 7번 봤는데 그전까지는 세미의 연기적으로 아쉬운 부분, 그런 거에 초점을 맞춰서 봤다면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구나' 느껴지고 정말 마음속 깊이 와닿았다. 감독님이 우리 팀한테나 세상에 하고 싶었던 얘기가 영화의 매 순간 담겼다는 게 지금은 다 느껴진다. 남겨진 이들에 대한 정말 진심이 담긴 위로를 하고 싶어 하신 거 같고, 어쨌든 우리가 느끼지 못한 순간에도 그 어디에나 도처에 사랑이 널려있다는 걸 말씀하고 싶어하신 거 같다"라고 전했다.

조현철이 연출자에 앞서 같은 배우이기에 교감의 깊이는 남달랐다. 박혜수는 "현장에서 확실히 배우들 마음을 하나하나 다 이해하시더라. 어떤 한 명이 아니라 모두가 편안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드는 게 정말 뛰어나시다. 디렉션을 주실 때도 배우이다 보니 배우가 이해하기에 좋게 말씀해 주신다. 뭔가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디렉션을 주시는 거 같다. 마냥 놀이터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세미와 하은이 주고받는 대사가 길어도 정말 하나의 불편함 없이 물 흐르듯 지나갔다. 감독님이 꾸린 현장이고, 모든 스태프분이 이 작품에 얼마나 진심인지 온전히 느껴졌다. 감독님이 계속 영화를 만들어서 머릿속에 품고 계신 많은 메시지를 세상에 널리 알리셨으면 좋겠다"라고 감탄했다.

박혜수는 "'너와 나'를 준비하며 몰랐던 세상을 접하게 되었다. 이 영화를 찍으면 만난 사람들이 저한테 또 다른 삶을 선물해 줬다고 생각한다"라고 표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세월호 유가족 어머님들이 하시는 연극을 보러 간 적이 있다. 그때 어머님들을 보면서 더욱더 이 영화에 대한 책임감이 커졌다. 그냥 우리가 만든 '너와 나'의 애도 방식이 그 누구한테도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진심을 말하기도 했다.

또한 박혜수는 "2년 조금 넘은 시간이 흘렀는데 그동안의 시간을 생각해 보면 저를 좀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 과정엔 '너와 나'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결국엔 지금 이 시간도 흘러가서 사실을 밝혀낼 거라고 믿고 있다"라며 "'너와 나'를 다 찍고 나서는 개봉까지 시간이 길 거라고 예상했는데 막상 2년이 흘러 개봉할 때가 되니, 이 시간을 되돌아보니 이런 자리에 나와서 말할 힘이 생길 만큼 다 필요한 시간이 되었다고 본다. 나중에 결과가 나오게 되면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는 때가 되었을 때 지난 과정들이 필요한 시간이었구나 하고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거 같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실 '너와 나' 촬영 기간은 길지 않았다. 한 달 정도 찍었다. 준비 기간을 포함하면 길어봤자 3~4개월이었을 텐데 그 시간이 지금까지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기간이 아니었나 싶다. 이전까지 보지 못한 걸 보게 되었으니까. '너와 나'가 이야기하는 바가 결국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통해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느낄 줄 알게 되었고 또 제 안에 사랑을 줄 수 있는 힘이 남아있다고 많이 느낀 시간이었다"라고 되돌아봤다.

긴 공백기를 겪으며 사뭇 달라진 태도가 돋보였다. 박혜수는 "제가 연기하는 걸 진짜 좋아하고 정말 사랑하는 것도 있지만 이 지난 2년간 시간으로 느낀 건 지금까지 살아온 박혜수로서 온전히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게 가장 중요하고 그래야 연기도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거 같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진심으로,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뚜렷한 감정이 기억에 난다기보다 다 제 안에서 다듬어졌다. 물론, 처음에 감정을 받아들이고 다듬고 지금으로 오기까지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무척 명쾌하다. 이 상황을 피하지 않고 결과적으로는 사실이 밝혀지면 되겠다 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힘든 시기를 견뎌낼 수 있었던 힘으로는 "일단 첫 번째로는 가족이다. 그리고 연락이 오랫동안 끊겼던 친구들에게도 연락이 오고 하니까, 오히려 신기하기도 했다. 그전까지 보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의 응원이나 제가 놓쳤던 부분이 더 많이 보이게 되었다"라고 꼽았다.

뿐만 아니라 유기견 봉사활동도 마음을 다 잡는 계기가 되었다고. 박혜수는 "하루 24시간이 저한테 온전히 주어져서, 저만의 힘으로 보내야 하는 시간이 길었다. 낯설기도 하고 하루가 꽤나 길더라. 일상적인 것들에 초점을 맞췄다. 제주도에서 '너와 나' 마지막 촬영을 하고 두 달 정도 혼자 제주도에 머무르면서 계속 유기견 봉사활동을 다니기도 했다. 원래는 관심이 없었다가 처음으로 유기견 임시보호도 맡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임시보호에 그치지 않고 그렇게 입양까지 하게 되었다는 박혜수. 그는 "사실 '너와 나'에서 반려 앵무새의 죽음을 슬퍼하는 하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었다. 반려견을 키우게 되니까 이제 알겠더라. 생명을 키운다는 게 어떤 무게감인 줄도 모르고 임시보호를 했던 건데 보내야 하는 시간이 왔을 때 못 보내겠더라. 학대당한 친구였는데 처음엔 너무 짖고 소통이 안 돼서 저를 믿고 사랑하도록 만드는 시간을 몇 달 정도 겪었다. 이 과정을 통해 이런 게 사랑이구나 알았고 저한테 정말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인간이 아닌 존재와 사랑을 나누면서 한 사람을 일어나게 하는 힘이 된다는 것도 처음으로 경험했던 거 같다. 종은 몰티즈이고 이름은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에 나오는 '부'이다.  매일 부와 산책하는 게 제 하루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라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벌써 3년째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바. 그는 향후 활동에 대해 묻는 말에 "(작품 출연에) 욕심이 난다기보다 그냥 '너와 나'를 만나서 개봉까지 왔듯이 힘든 과정이지만 이를 지나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무언가 찾아오는 게 있으면 운명처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박혜수는 "아무래도 어느 날 갑자기 기적처럼 아무 일이 없던 걸로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뚫고 지나가야 하는 길들이 있을 텐데 지금처럼 저 자신도 잃지 않고 주변 사람들이 보내주는 마음도 잃지 않으면서 임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라는 각오를 남기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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