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축소에 열기 식은 전기차…반등 가능할까 [ESC]
지원금 300만원 줄고 차량값 상승
국내 등록 대수 1년 새 2.5% 감소
충전 인프라·배터리 성능 개선 중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9월까지 국내 등록 기준 전기차는 11만909대로 지난해 9월(11만3702대)에 견줘 1년 새 2.5% 줄었다. 특히 국산 전기차는 7.5%(9만9934대→9만2477대) 줄었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국산 승용차 판매가 8.2%(98만7229대→106만7797대)로 늘어난 것을 생각하면 감소 폭이 꽤 크다.
실구매가 1200만원이나 올라
월별 국산 전기차 판매량을 보면, 정부 보조금 확정이 늦어진 올해 1월을 제외하면 2~4월까지는 2022년보다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5월부터 판매가 꺾이기 시작했는데 특히 7~9월 사이 무려 1만5391대나 줄었다. 대체로 연말 보조금이 모두 소진되기 전에 전기차를 출고하므로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월평균 1만4743대가 팔렸던 것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상황인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에스엔이(SNE)리서치가 지난 9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중국의 전기차 판매가 2022년 대비 39.6% 늘었고, 유럽 33.9%, 북미 53.7%,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도 60.2% 증가했다. 유독 우리나라만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든 것이다.
왜 그럴까.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 외부 요인을 뺀다면 줄어든 보조금과 비싸진 전기차 가격을 꼽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 코나 이브이(EV)의 경우 화재 문제로 판매가 중단되기 전까지 2019년 기준 월평균 1천여대가 팔렸다. 그러나 코나 신형이 판매를 시작한 올해 5월 이후 판매량은 월평균 300여대에 그치고 있다. 차량 가격이 800만원 정도 올랐고 보조금은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 기준 중앙·지방정부 합산 보조금이 1350만원에서 980만원으로 줄었다. 소비자 실제 부담이 대략 1200만원 정도 늘어난 것이다. 만만치 않은 가격 요인이다.
실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국내 소비자가 전기차를 선택했던 주요이유 중 하나였다. 딜로이트컨설팅이 지난 2월 발표한 ‘2023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 결과를 보면, 앞으로 자동차를 구매할 때 전기차를 선택하려는 이유에 대해 정부 보조금이 두번째를 차지했다. 첫번째는 낮은 연료(충전) 비용이었다. 네번째로 조사된 낮은 유지·관리 비용까지 고려하면 전기차의 경제성은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낮은 연료비와 유지비는 차를 타면서 아끼는 비용이지만, 정부 보조금은 차량 구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기가 침체돼 당장 가계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인데 보조금이 줄어 실질 구매비용이 급등한 전기차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대당 지급 금액을 줄이는 방향으로 보조금 정책을 운영했다. 서울 기준 2021년 총 2만2980대에 승용차 기준 최대 12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던 보조금은 2022년 차량이 2만4400대로 늘어나며 최대 900만원으로 300만원 줄었다. 올해 8월 확정된 서울의 전기차 보급 물량 목표는 1만9876대(보조금 최대 860만원)였다. 그러나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공고된 올해 서울 전기차 출고 대수는 6369대(10월24일 기준)로 목표 물량의 32%에 그쳤다. 보조금 축소가 전기차 보급 부진으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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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차량가격 추가 인하 가능성
전기차 보급률이 예상에 못 미치자 지난 9월 말 정부는 보조금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자동차 제조사가 5700만원 미만의 차를 할인해 판매할 경우 보조금을 최대 100만원까지 더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전기차 구매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조건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데 있다. 대상 차종이 대부분 가장 낮은 트림(등급)의 기본형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대 아이오닉6 중 추가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모델은 롱레인지 익스클루시브 트림 정도인데, 여기에 운전자들이 많이 선택하는 사륜구동과 첨단주행보조 기능 등을 넣으면 기준 금액이 넘어서면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제한된 보조금 확대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이유다.
결국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해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정부의 방향성과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정량적으로 보급 물량을 늘리기 위해 예산을 정해 놓고 보조금을 줄이는 방식은 ‘비싼 전기차 가격’이라는 장벽 앞에서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다양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에 맞춰 보조금 지원 대상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잘못 작동하면서 판매고가 줄었지만 전기차 사용의 편의성과 성능은 점점 개선되고 있다.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를 비롯해 여러 곳에 급속 충전기가 크게 늘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전기차 생산 가격도 낮추고, 경차인 기아 레이에 전기차 모델이 추가되며, 내년 초 현대자동차 캐스퍼에도 전기차 소식이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또 중국에서 비야디(BYD), 미국에서 포드와 현대차그룹에 시장 점유율을 뺏기고 있는 테슬라가 추가 전기차 가격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전기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낮아질 공산이 큰 것이다.
전기차 구매 시점에서의 직접 보조금이 걸림돌이 된다면, 전기차 구매 때가 아니라 보유 기간 운행 거리에 따라 사후 보조금을 정산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주행거리가 많은 택시를 전기차로 보급하는 것과 같은 논리가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늘었다. 국내 전기차만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면, 한국이 기후위기에 대처해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방향성을 거스르는 나라가 될 것이 우려된다.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자동차생활’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여러 수입차 브랜드에서 상품기획, 교육, 영업을 했다. 모든 종류의 자동차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다양한 글을 쓰고, 자동차 관련 교육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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