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모은 우유팩을 나무로 환산하면? 밀크로드, 몽골 가다

전남CBS 박사라 기자 2023. 10. 2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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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팩 정거장 '밀크로드' 5년차 기념 프로젝트
"나비효과 일으키는 몽골 사막화 방지에 동참"
100그루 나무 심어…단체·시민 100여 명 펀딩 참여
유익컴퍼니,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 교육도 주력
몽골 도시숲 조성 프로젝트에 참여한 밀크로드 원정대. 유익컴퍼니 제공


"5년간 모은 우유팩 5톤을 나무로 환산하면 100그루가 되더라구요. '진짜 나무를 심는다면 어떨까' 라는 상상에서 시작됐죠."

전남 순천역 인근에 위치한 우유팩 정거장 '밀크로드'. 이곳은 순천 기반 사회적 벤처기업 ㈜유익컴퍼니가 시민들과 함께 우유팩을 모으는 곳이다. 이 우유팩들은 친환경 화장지를 만드는 인천의 부림제지로 보내진다.

지난 2018년부터 5년 동안 밀크로드에 모인 우유팩은 총 5t. 처음 시작한지 6개월 째는 1000ml 우유팩이 1000개 정도 모였고,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3년 차에는 1t 용달 트럭에 폐우유팩을 실어 나를 정도가 됐다. 밀크로드 사업을 주도하는 유익컴퍼니는 프로젝트 5년 차에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고민하던 중 그동안 모은 양만큼 나무로 환산해서 식수를 하기로 했다.

양진아 유익컴퍼니 대표는 "5년 치 모은 5t의 우유팩을 나무로 환산하니 100그루가 되더라구요. 어디에 나무를 심을까 고민하던 중 마침 지인이 한-몽 그린벨트 사업단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며 "몽골의 사막화를 방지하는 것도 의미있게다 싶어 그린벨트 사업단에 먼저 제안했다"고 말했다.

몽골 자연환경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60년간 세계 평균기온이 섭씨 0.7도 상승하는 동안 몽골은 무려 2.1도 상승했다. 사막화 현상도 심각해지고 있다. 1990년 전 국토의 40%가 사막이었는데 지금은 80~90% 가까이 늘었다. 지난 30년 사이에 사라진 강만 해도 1,000곳이 넘는다. 몽골의 사막화는 나비효과처럼 우리나라 유입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프로젝트 허가가 나자 양 대표는 몽골에 나무를 심을 '밀크로드 원정대'를 꾸렸다. 유익컴퍼니 4명, 하루디자인 대표, 달리는 사진가 최진성씨, 영상스튜디오 H&F Studio 관계자 3명, 테라사이클 코리아 5명, 그린웨이브 1명 등 마음 맞는 15명이 함께 나섰다.

몽골 울란바타르 도심에서 북쪽으로 7km 떨어진 밀크로드 식수예정지. 유익컴퍼니 제공

 

한-몽 그린벨트 사업단이 파놓은 100개의 구덩이. 유익컴퍼니 제공
밀크로드 원정대가 나무를 심고 있다. 유익컴퍼니 제공


2021년 개장한 '한-몽 우호의 숲'은 울란바타르 도심에서 북쪽으로 7km 떨어진 담브다르지에 위치한 40ha 면적으로, 울란바타르의 심각한 대기오염을 저감시키고, 시민들에게 녹색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조성됐다.

첫 날 간단하게 나무심기 교육을 받은 밀크로드 원정대가 선택한 나무 수종은 현지 토양에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는 소나무 5그루, 노랑아카시 95그루이다. 먼저 한-몽 사업단에서 중장비를 이용해 나무를 심을 땅을 파놨고, 원정대는 거기에 작은 묘목을 심으면 됐다.  

작은 묘목이니 식재가 간단할 줄 알았던 나무심기는 무척 고된 작업이었다.

양 대표는 "작은 묘목 한 그루가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웅덩이 흙에서 돌을 일일이 걸러냈고, 두 명이 나무의 중심을 잡고 웅덩이에 세워 놓고 흙밟기를 해주면, 다른 한 사람은 흙은 덮는 작업을 했다"며 "한 사람당 7~8개 나무를 심은 셈으로 꼬박 하루 걸려 100그루 심기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몽골에 나무 100그루를 심기 위해 드는 비용은 대략 500만 원. 유익컴퍼니는 이번 프로젝트에 함께할 참여자를 펀딩으로 모았다. 펀딩을 시작한 지 일주일만에 100여 명이 500만 원이 넘는 기금을 내줬다. 개인과 단체, 기업 등 다양한 이들이 동참했다.

양 대표는 "몽골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 가보자고 했고, 감사하게 저희가 먼저 펀딩을 제안한 밀크로드를 알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동참해 주셨다"며 "저희 원정대는 실행을 한 것뿐이고 이분들과 함께 일이다. 나무를 심은 자리에 이 분들 한명 한명 이름을 적은 현판도 세웠다"고 전했다.

나무기금 펀딩 참여자 현판. 유익컴퍼니 제공


밀크로드 원정대에게 또 다른 목표와 희망을 준 건 다음 날 찾은 룬솜 조림지에서 였다. 올란바토르에서 차로 2시간 정도 걸려서 나오는 룬솜 조림지는 축구장 40~50개 규모의 도시숲이다. 몽골 사막화를 막기 위해 10년 전 우리나라와 몽골 정부가 함께 추진한 녹화사업소로 방풍림의 역할도 하고, 땅을 비옥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어 방문한 '인천 희망의 숲'은 몽골 사막화에 따른 황사 발생과 국내 유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관협력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추진된 조림지였다.

"10년 된 도시숲을 눈으로 확인하니 '우리가 어제 심은 100그루 나무가 10년 뒤면 이렇게 되겠구나'라고 설레였다"며 "해마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해 우리가 전에 심은 나무가 자라는 과정을 보는 일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순천의 로컬 크리에이터인 유익컴퍼니는 이같은 밀크로드 사업과 함께 다른 일도 벌이고 있다.

순천 로컬 편집숍인 유익한 상점에서 친환경 제품, 공정 거래 상품 등을 판매하고, 갈대 빗자루 만들기 등 지역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지금은 유익한 상점의 한옥 외부와 정원을 재정비하고 복합문화공간 '유익'으로 리브랜딩하는 중기부 로컬크리에이터 협업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로컬 창업자를 양성해 내는 일도 주력하고 있다. 유익컴퍼니는 순천시와 함께 지난 9월부터 '2023 슬기로운 로컬브랜딩 워크숍&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도시재생 전문가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고선영 제주상회 대표, 윤현석 ㈜컬처네트워크 대표 등 오는 11월 14일까지 워크숍이 열릴 예정이다.

양 대표는 "도시 소멸 시대, 젊은 청년들이 돌아오는 활기찬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로컬 브랜드를 만들고 창업할 수 있는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기획했다"며 "저희와 같은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양성되고 지역을 활기차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순천역 앞에 위치한 유익한 상점. 유익컴퍼니 제공


또 유익컴퍼니는 밀크로드를 구례, 광양 등 인근 지역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우유팩을 재활용해 물건으로 재생산하는 2차, 3차 사업으로 넓혀가는 일도 계획 중 하나다.

"우유팩 중 멸균팩은 내부 인테리어 마감재로도 활용도가 높다"며 "이렇게 우유팩의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을 다각적으로 구상하고 능력을 키우는 게 앞으로 과제다"며 "누군가 한 자리에서 이 일을 계속하다 보면 같은 일을 하고 싶은 분들과 접촉점이 형성되고 점점 확장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 자리를 지키는 일도 앞으로의 과제다"고 양 대표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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