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다와 미술을 함께 느껴 보세요"…일광해수욕장 '북적'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과거처럼 보는 이를 압도하는 큰 작품은 줄었지만, 관람객에게 던져주는 주제가 쉽게 가슴에 와닿는 것 같아요."
"올해 작품은 아기자기한 일광해수욕장과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지난 14일 부산 기장군 일광해수욕장 일대를 무대로 개막한 2023 바다미술제에 대한 일반 관람객들의 평가다.
개막 보름을 넘어서면서 짙어가는 가을 바다와 함께 전시 작품을 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전시 주최 측인 부산비엔날레 관계자는 "지난 주말부터 전시회를 찾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최근엔 현장에서 미술 수업을 하는 단체 관람객도 눈에 많이 띈다"며 "주변에 먹거리도 많아 입소문을 타고 관람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28일 전했다.
일광해수욕장에서 바다미술제가 열리기는 지난 2021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바다미술제 참여 작가는 영국, 브라질, 슬로베니아,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덴마크 등 20개국 31팀 43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부산에서 작품에 쓰일 재료를 구입하고 현지에서 작품을 직접 제작해 설치했다.
예년에 비해 규모가 큰 작품은 줄었지만 이번 전시 주제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Flickering Shores, Sea Imaginaries)에 충실한 작품이 많다는 게 미술계의 평가다.
직면한 이상기후 현상 등 위기 앞에 불안한 듯 '깜빡이는 해안'을 직시하고, 해안가 지역 사회의 대안적 미래를 위한 가치와 행동을 상상해 보고 바다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작품은 보여준다.
낚싯줄로 엮어낸 작품, 파도가 치면 피리 소리를 내는 설치작품, 물에 잠겨 있는 기와지붕, 해변 곳곳에 세워진 메시지 간판 등 해변과 강변을 따라 걷기만 하면 관람객들은 작품으로 들어간다.
찐빵골목 인근에 있는 옛 일광교회 전시장에 가면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사우디아라비아관 작가로 참여한 무한나드 쇼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수많은 가닥으로 엮어낸 낚싯줄은 빛을 받아 광선처럼 공간을 자르고 줄은 내부에서 옆 건물 옥상으로 뻗어 나간다. 그 시선을 따라가면 바다로 이어진다.
찐빵골목에서 일광역 쪽으로 다리를 건너면 일광천에 뿌리를 내린 레나타 파도반 작가의 '맹그로브 시리즈' 작품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조금 더 해수욕장 쪽으로 내려가면 물에 잠긴 파란 기와지붕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시마 누스라트의 '떠 있는 작품'. 무분별하고 급격한 도시성장으로 인한 자연 및 문화유산과 도시개발의 부조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해수욕장 중앙으로 가면 이번 전시에서 최고 포토존으로 부상한 짙은 노랑 풍선 모양의 설치 작품을 마주한다.
이 작품은 손몽주 작가의 '일광 스윙'으로 작품 중앙에 설치된 그네를 타보며 땅에서 잠시 발을 떼고, 파도의 움직임을 느껴보는 자리다.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작품 중 하나다.
해변에 또 눈길을 끄는 펠릭스 블룸 작가의 '바다의 풍문'은 소리로 관람객의 발길을 끌어들인다.
파도가 치면 해변에 세워진 수많은 대나무가 오케스트라처럼 다양한 피리 소리를 내며 바다의 속삭임을 들려준다.
관람객들은 안전을 위해 1명씩 들어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밖에 해변 곳곳에는 이색 메시지를 담은 간판 작품을 볼 수 있고 해변 중간쯤에 위치한 실내 전시장에서도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붕장어회를 주로 파는 상가를 지나 고목이 있는 신당에도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번 바다미술제 전시감독을 맡은 그리스 국적의 이리니 파파디미트리우 씨는 "이곳 해안은 어업과 잠수, 해조류 양식의 중심지로서 전통적으로 바다와 연결되고, 동시에 해안 개발, 기후변화의 영향 등을 직접 경험하면서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일광은 예술적 행위, 협업, 대화를 위한 독특한 배경이 된다"고 말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일광 일대는 이번 전시의 주제와 잘 어울리는 장소"라며 "많은 부산시민이 일광을 찾아 전시작품을 보며 가을 바다를 즐기기 바란다"고 관심을 당부했다.
2023 바다미술제는 내달 19일까지 열린다.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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