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요양병원 ‘페이백’ 이렇게 이뤄진 [창+] [현장고발]
[시사기획 창 '암환자를 삽니다' 중에서]
광주와 전남 지역 암 환자의 65%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화순 전남대병원
암병동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북적이고 있다.
정장 차림으로 사람들 사이를 바쁘게 오가며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탐색하는 몇몇이 눈에 띈다.
잠시 후, 그들은 환자에게 조용히 다가가 뭔가를 내밀었다
“환자 분들한테 뭐 나눠주신 거예요?"
"왜 물어보시는 거예요. 여기 암 환자 분들 많아서 저희가 이제 병원홍보차 홍보물 만들어서 사람들한테 나눠드리고 있어요”
그가 들고 있는 물티슈는 광주의 한 요양병원 홍보물이었다. 암환자의 요양에 특화된 병원이라는 홍보.문구와 상담 연락처가 적혀있다
“사실 이거 나눠주는 거 안 되는 거 아니예요?"
"병원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환자 유인행위는 법으로 금하고 있지만 암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요양병원들의 경쟁은 치열하다고 한다
"환자분들 이거 보고 많이들 연락 오세요?"
“생각보다 많이 꽤 많이 오세요. 서로 인사하고"
화순 전남대 병원을 오가며 암 전문병원이라고 홍보하는 요양병원 중 몇 곳에 전화를 걸었다.
기자 : 여보세요
요양병원 : 네 안녕하세요. 요양병원 상담실장이에요.
기자 : 보통 얼마 들어요. 선 항암하고 치료하면요.
요양병원: 다 받으시고 본인이 안 내게끔 제가 알아서 해드릴께요. 보험이 90% 짜리라고 하셨죠.
대부분 환자 상태보다는 지급가능한 보험 액수와 그에 따라 돈을 되레 환자에게 돌려주겠다는 얘기였다.
요양병원 : 네 안녕하세요. 암요양 병원입니다.
기자 : 입원 가능한가 싶어서요.
요양병원 : 가능하죠 실비 있죠. 항암치료 가시면 모셔다 드리고 우리 환자들한테 힘이 좀 보탬이 되라고 500을 쓰면 100만 원씩 다달이 줘요.
기자 : 어떻게
요양병원 : 제가 문자 보내드리겠습니다.
3년 전, 유방암 수술을 한 김 모씨 방사선 치료를 하는 동안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었지만 자금은 외래 진료만 받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이 분과 함께 광주의 한 요양병원을 찾아가봤다.
"상담오셨어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도와드릴께요."
병원에 들어가서 맨 처음 만난 사람은 상담실장
"저희 병원은 암 요양병원이예요. 그래서 일반 노인 요양하고 달라서 유방암 환자들이 거의 반 정도 계신다"
병원 소개를 끝낸 후, 먼저 실손 보험이 있는지를 묻는다.
"실비가 혹시 가입돼 있으신가요? 얼마 짜리? (1억 짜리) 1억이다. 보니까 치료를 많이 받고 싶으면 한 달에 천 만원 쓰시면 치료는 엄청 받아요"
치료와 관련해 간단한 설명을 한 뒤 30분 넘게, 입원하면 병원비 일부를 돌려준다는 설명을 이어간다.
"699만 9,900원까지는 이렇게(10%) 밖에 안 드려요. 700(만 원)을 넘겼을 때, 천만 원 사이가 20%에요. 결제하시고 나면 3,4일 후에 따로 (현금으로) 이게 제일 중요한 거예요
상담하러 갔더니 누가 이렇게 돈을 준다. 다 받았어요. 이런 거는 절대 하시면 안 돼요. 이건 불법입니다”
대놓고 불법이라고 말하면서, 페이백을 제시한 것이다. 장기간 보험금을 청구할 경우, 일정 기간 보험금 지급이 안 되는 면책 기간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페이백을 받을 수 있다며 입원을 적극 권했다.
"보험회사에서 태클이 들어와. 환자분 직접적인 치료가 이미 끝났기 때문에 굳이 이만큼의 치료하실 필요는 없지 않냐. 저희가 이거를 예방하기 위해서 실비에서 쓸 수 있는 항목들만 저희가 스케줄을 달아준다고. 비급여지만 이렇게 들어가요. 자기 부담금 안 하셔도 돼요“
환자가 생업 때문에 장기간 입원이 어렵다고 하자 입원 중에도 얼마든지 나가서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밖에서 하실 일이 뭔데요? 어떤 거죠? 돈 버셔요. 돈 버셔? 병원에서 어떻게 24시간을 지냅니까. 나중에 보험사 태클이 들어올 수 있어서 굳이 늦게라도 들어오시고 간호사 협조만 잘하신다면 외박을 잡진 않아요. 오늘 갔다 내일 들어오시더라도 유도리 있게 이것만 지키시면 돼요"
입원 중에도 얼마든지 외박과 외출이 가능하다는 병원
"엘리베이터로 오시면 되고요."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병원 안내 표시가 따로 없고 CCTV도 없는 환자 전용 엘리베이터가 운영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도 충별 버튼에 병원 임을 알 수 있는 표시는 없었다.
유방암 환우
"최고 25%로까지 이야기하신 것 같더라고요. 천만 원이다 하면 250 이잖아요. 그걸 그냥 준다는데 충분히 유혹할만하죠. 진짜 아플 때는 사실 그게 보이겠어요. 항암 할 때는 정말 죽을 거 같은데“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병원이 정말 자선사업하듯이 암 환자 위로하는 차원에서 돈을 주는가 그건 아니거든요. 그러면 결국은 이 페이백의 근본적인 어떤 비용의 출처는 누구냐. 저는 일반 국민들이라고 생각해요. 일반 국민들이 실비보험에 대해서 보험료를 내고 결국은 실비보험에서도 그걸 가지고 사실은 이렇게 비용을 쓰고 있는 거잖아요."
전화와 방문 상담을 통해 확인한 요양병원들의 암 환자 유치 탈법 실태는 심각했다.
"비급여 치료 고용량 비타민 요법이나 영양제 같은 거 그런 거는 맞고 싶은데 실비 처리가 안 돼서 부담스러우신 분들도 계실 거 아니에요. 그러면 실비 처리가 되는 항목으로 청구를 하게끔 이제 올려드리는 거죠"
불법으로 실비 처리를 해주며 병원들이 또다른 이득을 챙긴다는 의혹도 있다.
"뭐 고주파 치료를 한다 하고 고주파 치료를 안 하고 약으로, 그러니까 고주파 치료 30만 원이잖아요. 그러면 약으로 한 24만원 어치를 준대요. 그럼, 6만 원이 이득이잖아요. 그런 식으로 변태적인 영업을 하는 거에요"
일부 병원에서는 보험 약관 상 입원 비용을 청구할 수 없는 면책 기간에도 입원 처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면책이어서 입원을 못하시면 입원 환자처럼 여기서 케어 받으시고 한 1,2주 정도는 저희가 그렇게 해드릴 수가 있으니까 그것도 하나 방법이세요"
그렇다면 병원들은 회계 서류상에 기록할 수 없는 페이백 비용을 어떻게 충당하는 걸까?
전직 요양병원 행정부원장
"현금 유통은 첫 번째는 제약회사나 주사제 업체 그리고 두 번째는 식자재 업체 그리고 기타 나머지 업체들에서 가능하고요. 저희 들어오는 물품의 플러스 10% 20%를 가산해서 거기서 세금 빼고 나머지 부분을 현금화해서 저희한테 갖다 주시죠. 규모에 따라 다르는데 70명 정도 있으면 한 달에 (페이백 현금)6천만 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기자 : 이런 식으로 현금을 확보를 하신다 라는 말씀인 거죠?
"맞습니다"
공공연한 비밀이자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는 페이백. 이런 불법을 저지르는 병원들의 공통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의 비급여 치료비 대부분을 실비보험이나 암보험으로 충당할 수 있는 환자들을 노린다는 것이다.
방송일시 : 2023년 10월 24일(화) 밤 10시 KBS 1TV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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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정 기자 (beingh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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