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비 내리는 일상, 나를 찾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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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가을은 다소 쓸쓸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그 아래 지나는 한 여인, 제대로 차려입은 옷차림이지만, 비바람에 곧은 자세를 잡기 쉽지 않다.
모네를 후원한 동료 화가인 구스타브 카유보트(1848~1894) 대표작 중 하나로서, 비 내리는 풍경을 그린 작품도 풍성한 느낌을 준다.
실내에 머무르기보다는 밖으로 나가 비를 즐기고 싶게 만드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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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비 내리는 가을은 다소 쓸쓸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비에 젖어 떨어지는 낙엽 탓이기도 하고, 비 내린 뒤 다가올 쌀쌀함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봄비가 '도약'이라면, 가을비는 '우수'다.
러시아 화가 알렉산드르 브누아(1870~1960)가 그린 '바젤 강변의 비'(1896)는 스산한 가을에 대한 징표 같다.
강변 나무는 잎을 모두 떨어뜨렸다. 그 아래 지나는 한 여인, 제대로 차려입은 옷차림이지만, 비바람에 곧은 자세를 잡기 쉽지 않다.
남자는 더 조심스럽다. 잔뜩 웅크려 걷는 모습이 이미 많은 비를 맞은 듯하다. 우산은 곧 뒤집어질 것처럼 보인다.
검정 개 한 마리만이 거센 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걷고 있다.
1886년 클로드 모네(1840~1926)가 그린 비 내리는 들판도 어떤 계절보다 늦가을을 제일 먼저 연상시킨다.
모네가 프랑스 낭트 서쪽 바다 섬, '벨르 일르(Belle-Ile)'에 머물면서 그린 작품이다.
특유의 붓질로 그린 거친 빗속 들판 너머엔 작은 집 몇 채가 늘어서 있고, 왼쪽으로 풍차도 보인다. 붉고 푸른 들녘은 가을걷이를 마친 것일까? 다가올 겨울을 앞두고 '버티거나 견디는' 가을이 감지된다.
독일 인상주의 화가 레세르 우리(1861~1931)는 비와 밤을 유독 즐긴 화가다. 쓸쓸하거나 쌀쌀하지 않다. 그의 대표작인 '밤의 빛'(1899)이다.
레세르에게 밤은 역설적인 시간이었다. 빛이 넘치는 화려한 시간이었고, 눈부신 공간이었다. 불 밝힌 밤의 시간을 '재생'시킨 재료가 바로 비였다. 비가 내림으로써 거리는 젖고, 젖은 거리에 반영된 빛은 두 배, 세 배로 증폭됐다.
모네를 후원한 동료 화가인 구스타브 카유보트(1848~1894) 대표작 중 하나로서, 비 내리는 풍경을 그린 작품도 풍성한 느낌을 준다. 나무의 푸름을 볼 때 가을보다는 여름 같다.
연못을 장식하는 다양한 크기의 동심원을 보며 세차게 내리는 한여름 소나기를 떠올릴 수 있다. 실내에 머무르기보다는 밖으로 나가 비를 즐기고 싶게 만드는 그림이다. 동심(同心)은 동심(童心)이 된다.
다시 모네가 그린 그림을 한 편 본다. '빗속의 에트르타'(1886)라는 작품이다.
모네가 1880년대 즐겨 찾던 노르망디 해안 '에트르타(Etretat)'에 쏟아지는 소나기 너머엔 높은 파도와 절벽뿐이다. 망망한 자연 앞에서 작가는 고독했을까? 편안했을까?
'일상'이란 흔하다는 뜻이다. 흔한 일에서 깊은 감상을 얻곤 한다. 화가들이 붓을 들거나, 음악가들이 곡을 짓거나, 시인들이 시를 읊는 일 대다수도 특수한 경험보다는 잔잔한 일상을 맞닥뜨릴 때다.
비 내리는 자연과 도시를 보는 일도 그중 하나다. 비뿐만 아니다. 단풍과 낙엽, 햇살의 계절이다. 고독에 스며들든, 평온함을 느끼건, 때로 풍성함이나 우울함에 빠지든, 자연의 변화를 바라보거나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는 시간은 나 자신을 응시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일상(日常)을 '일상(溢常)', 즉 '넘치는 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시간이다. 일상은 위대하다. 소홀히 할 일이 아니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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