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프티 사태, 치열했던 4개월···남은 변수는? (종합)

허지영 기자 2023. 10.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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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피프티 피프티 / 사진=어트랙트
[서울경제]

4개월 간 이어지던 피프티 피프티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멤버 키나가 소속사 어트랙트의 품으로 돌아오고, 남은 3명의 멤버는 본안 소송에서 계속 싸움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배후로 지목된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는 경찰 조사를 받으며 사태는 변곡점을 맞이한 분위기다. 복잡다단했던 지난 4개월의 분쟁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며 향후 어떤 변수들이 남아있는지 짚어보자.

피프티 피프티와 어트랙트의 전속계약 분쟁은 지난 6월 시작됐다. 피프티 피프티 멤버 4인 키나, 새나, 아란, 시오는 소속사 어트랙트을 대상으로 법원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당시 피프티 피프티는 곡 '큐피드(Cupid)'로 대성공을 거둔 상황이었다. 6월 22일 기준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 100'에 13주 연속 진입에 성공하며 ‘K-팝 걸그룹 중 최장기 진입'이라는 기록을 써냈다.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 / 사진=서울경제스타DB

피프티 피프티 측은 어트랙트가 정산자료 제공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고, 신체적·정신적 건강관리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어트랙트 측은 정산 및 계약 구조는 멤버들이 사전에 동의한 사항이며, 의도적인 정산금 누락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외주 용역업체인 더기버스 측이 멤버들을 빼가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피프티 피프티 측은 전속계약해지 사유로 ▲정산자료 제공 의무 위반 ▲신체적·정신적 건강관리 의무 위반 ▲연예 활동을 위한 인적·물적 자원 부족 등을 들며 소속사와 신뢰 관계가 파탄났다고 주장했다. 어트랙트는 정산 자료 누락은 단순 실수이며, 건강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중요한 쟁점이 된 어트랙트와 스타크루이엔티, 인터파크뮤직 간 선급금 유통 구조에 대해서도 '이미 양측이 동의한 거래구조'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화해를 권유했다. 지난 8월 조정기일을 열고 2시간 가량 조정에 나섰다. 그러나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법원은 같은달 말, 어트랙트의 편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프티 피프티가 지급 받을 정산금이 없는 점 ▲소속사가 아티스트 간 신뢰관계를 파탄시킬 정도의 정산 의무 위반·건강 관리 의무 위반을 하지 않은 점 ▲피프티 피프티 측이 아무런 시정 요구 없이 갑작스럽게 계약 해지를 통보한 점 등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이에 피프티 피프티 측은 즉시항고를 결정했다. 가처분 기각결정과는 관련없이, ▲음반·음원 수입에 관한 정산구조 ▲음원유통사가 지급한 선급금 중 피프티 피프티 제작을 위해 사용된 내역 및 항목에 대한 미고지 ▲그와 관련된 채무자 대표이사의 배임 여부 등을 본안 소송에서 가리겠다는 이유에서다.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 / 사진=어트랙트

법정 다툼을 벌이는 멤버와 소속사를 제외하고, 피프티 피프티 사태의 핵심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외주용역업체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다. 안성일 대표는 어트랙트와 지난 2021년 6월부터 5년간 PM(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업무용역 계약을 맺고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를 제작한 인물이다. 글로벌 히트곡 '큐피드(Cupid)'를 만들었다.

어트랙트는 지난 6월부터 '불순한 외부 세력'으로 더기버스를 칭했다. 더기버스 측이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을 빼돌리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성일 대표를 업무 방해, 전자기록등손괴, 업무배상임 혐의로 고소했다. 1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더기버스 측은 '빼돌리기 할 이유가 없다'며 팽팽하게 맞섰다.

양측의 진실 공방이 이어지던 중, 멤버 키나의 작심으로 피프티 피프티 사태는 새 국면을 맞았다. 멤버 네 명 중 홀로 항소심을 포기하고 소속사 어트랙트로 돌아온 것. 키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안성일 PD는 전홍준 대표가 1집 끝나고 너희들을 버리려고 했다는, 내부고발을 가장한 이간질을 했다"고 폭로했다. 안성일 대표는 지난 25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논란이 벌어진 지 4개월 만이다.

피프티피프티 용역업체 대표, 첫 조사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걸그룹 피프티피프티 소속사 어트랙트의 외주용역사 더기버스 대표 안성일 프로듀서가 사기 및 업무상 배임 혐의 등의 조사를 받기 위해 24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2023.10.24 mon@yna.co.kr (끝)

피프티 피프티 사태는 연예계에 템퍼링(전속계약 만료 전 사전 접촉) 경종을 울렸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불순한 세력의 기회주의적 인재 가로 채기는 케이팝의 근본을 일궈낸 제작자와 아티스트 성장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밝히며, 어트랙트가 주장한 '외부 세력 개입'에 힘을 실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 역시 "아티스트와 제작자 및 매니저의 관계는 단순히 계약을 협의한 사이가 아닌, 믿음을 쌓아가는 파트너"라며 아티스트 빼가기, 탬퍼링 등의 부정한 행위를 방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피프티 피프티 사태는 여론전의 연속이었다. 더기버스와 어트랙트 간 진실 공방에서 어트랙트는 '통화 녹취록' 카드를 번번이 꺼내 들었고, 더기버스는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무색하게 반박에 반박을 이어갔다. 멤버들은 전속계약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후에도 SNS에서 전홍준 대표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고 있으며,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편파 방송 논란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대중은 혼란함과 피로함에 피프티 피프티에게 등을 돌렸다. 이 사태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 본인인 셈이다.

그룹 피프티 피프티 / 사진=서울경제스타DB

지난 23일 피프티 피프티의 소속사 어트랙트는 키나를 제외한 멤버 3인 새나, 시오, 아란에게 전속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멤버 3인 측도 "쌍방이 계약해지를 밝혔으므로 전속계약은 해지됐다고 할 것이고 변화된 사정으로 가처분을 다툴 이유는 소멸됐다"며 "본안 소송에서 본 사안의 본질을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키나의 복귀 및 멤버들의 전속계약 해지로 피프티 피프티 사태는 변곡점을 맞았다. 어트랙트는 JTBC와 손잡고 '제2의 피프티 피프티'를 키워내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남은 사안은 본안 소송으로 넘어간 멤버 3인과 어트랙트 간 법정 다툼, 안성일 대표의 조사와 소송 과정이다. 이를 통해 피프티 피프티 사태의 복잡한 타임라인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허지영 기자 he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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