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스쿨존 참사’ 6개월…위험한 현장 얼마나 개선됐나
"제2의 예서 다시는 나오지 않아야… 꾸준한 노력 필요"
(부산=뉴스1) 이현동 기자 =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에 다니던 황예서양(10)이 아침 등굣길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지 꼭 반년이 지났다. 사고 이후 현장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지난 4월 28일 오전 8시 30분께 학교로 향하던 예서양은 갑자기 내리막길을 굴러 내려온 1.5톤짜리 원통형 화물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사고 직후 지역사회에서는 해당 지역의 통학로 안전대책이 너무나 미흡했다는 지적과 함께 아이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6개월이 지난 현재, 이 지역 통학로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안전하게 변화했는지 뉴스1 취재진이 ‘부산지역문제해결플랫폼’(이하 플랫폼)과 함께 현장을 둘러봤다.
플랫폼은 주민이 직접 지역문제를 발굴하고 정부·지자체·공공기관과 협업해 이를 해결하고자 구성된 시민단체다. 영도구에는 ‘청학언덕길 안전한 통학로 만들기’를 주제로 12명의 주민이 참여해 실태조사·분석, 사업 설계·실행,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연계기관으로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함께한다.
지난 26일 찾은 청동초 인근 통학로는 예서양 사고 전과 비교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존에 없던 중앙분리대나 ‘고원형 횡단보도’(통행로를 도로면보다 높게 해 차량 감속을 유도하는 시설)가 설치돼 있었고, 운전자의 시야에 더 잘 보이도록 신호등의 위치가 조정됐으며 신호등이 새로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4월 사고 당시 지게차가 작업을 하던 지점 인근에서부터 내리막 약 100m 구간은 여전히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차량 우회전 지점과 횡단보도가 맞물려 사고 위험이 있는 곳도 눈에 띄었다.
아래쪽으로는 대부분 구간에 노란색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예서 양이 사고를 당한 지점에만 안전펜스가 여전히 재설치되지 않은 채로 남겨져 있어 그날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플랫폼 위원들은 “이 노란색 펜스도 원래 없었는데, 지난해 7월 정화조 차량 전복 사고 이후 생긴 거다. 설치 요구를 꾸준히 해 왔는데 진전이 없다가 꼭 누가 다치거나 죽으니까 바로 생기더라”며 “그런데 이 시설 역시 사람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반드시 더 튼튼한 시설로 교체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도로를 지나 학교로 진입하는 통학로는 한 주택 앞을 가로지르는 길이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통행한다는 이곳에는 ‘가장 적합하지 않은 학교 통학로로 선정된 곳’이라는 안내문이 버젓이 걸려 있었는데, 좁은 길에 사람과 차가 뒤섞이는 환경인데다 건물 반대편으로는 벼랑도 있어 한눈에 보기에도 초등학생의 등하굣길로는 위험해 보였다.
이날 동행한 청학언덕길마을교육공동체 배우리 대표는 “여기가 정말 신경 쓰이고 걱정되는 곳인데, 사유지라서 안전과 관련한 설치 사업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쩔 수 없이 등하교 시간에 맞춰 학부모 등 인력을 배치해 일일이 안전 관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 상황을 점검한 후 한 위원은 “영도구는 경사가 급한 지형이 많다. 청동초뿐만 아니라 모든 학교의 통학로에 안전대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하고, 운전자나 주민들의 안전불감증 해소를 위해 캠페인도 꾸준히 병행돼야 한다”며 “예서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와선 안 된다.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주기 바란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구 교통과 관계자는 “영도구 내 초등학교 통학로 안전 관리 예산으로 약 8억원이 예정돼 있다, 행정안전부·시와 협의를 통해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최대한 빨리 사업을 실시할 것”이라며 “성능·디자인이 개선된 방호 울타리, 시종점 표시 및 표지판, CCTV, 시인성 강화사업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이들의 통학로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lh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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