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부진' LG 마레이 딜레마?
현재 KBL 최고의 외국인선수는 누구일까? 일단 SK 자밀 워니(29‧199cm)를 가장 먼저 언급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2019~20시즌 데뷔하기 무섭게 외국인선수상을 수상하며 존재감을 과시했한 워니는 현재까지 통산 3차례 해당 상을 받았는데 이는 조니 맥도웰, 라건아와 함께 최다 수상 공동 1위 기록이다. 이후 상을 추가하게 된다면 단독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아쉽게 우승 문턱 바로 앞에서 고배를 마시고 말았으나 SK가 지난 시즌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기록한 데에는 워니의 기복 없는 득점력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플레이오프 기간 내내 다양한 방식으로 득점쇼를 보여줬다. 탄탄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를 앞세워 묵직하게 포스트업을 치고 들어가서 훅슛을 성공시키는 것을 비롯 골밑슛이 실패해도 연거푸 리바운드를 잡아낸 후 우겨넣기로 마무리 지었다.
거기에 전가의 보도 플로터는 알고도 막기 어려운 난공불락 무기로 평가받는다. 손끝 감각이 뜨거운 날은 마치 ’던지면 들어간다‘는 수준의 정확성을 자랑한다. 수비가 있던 말던 거리가 멀건 가까우건 개의치 않고 성공시킨다. 거기에 파워툴마저 장착했는지라 수비수들이 겹겹이 둘러쌓은 상황에서도 좀처럼 밀리거나 중심을 잃지 않는다. 역대 외국인선수를 통틀어 최고 수준의 페인트존 득점력에 육중한 체구에 걸맞지 않게 속공시 트레일러 역할이 가능하고 상대팀 빅맨의 공격을 몸으로 버틸 수 있는 수비력까지 갖추고 있다.
3년차를 맞이하는 정관장 오마리 스펠맨(26‧206cm)도 빠트리면 서운한 선수다. 2018년 빌라노바대학 시절 NCAA 토너먼트 우승경력까지 가지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높은 커리어를 자랑하는 거물로 이른 나이에 KBL에 진출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은바 있다. 건강한 스펠맨은 워니와 최고를 다툴만한 외국인선수로 평가된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51경기에서 평균 19.86득점(전체 2위), 2.39어시스트, 9.94리바운드, 1.10블록슛으로 워니 다음가는 활약을 펼쳤으며 최종적으로 정관장의 통합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외곽까지 나가서 3점슛을 쏘고 자유자재로 페이스업이 가능할 만큼 테크닉이 뛰어나다. 단, 부실한 몸관리로 인해 조금만 쉬면 심하게 살이 찐 모습으로 주변을 놀라게 하는 것을 비롯 멘탈 또한 좋은 편은 아니다. 양날의 검으로 불리는 이유다.
디드릭 로슨(26‧201cm)은 지난 시즌을 통해 재평가되고 있는 외국인선수다. 좋은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탑급으로까지는 인정받지 못했으나 캐롯(현 소노)의 4강행을 이끈 것을 비롯 올시즌 확 달라진 DB의 중심에 서며 워니, 스펠맨 이상가는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포스트를 사수하면서도 외곽 공격력까지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BQ가 좋아 컨트롤타워 역할이 가능하다.
팀 사정이 좋지 못한 캐롯에서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음에도 끝까지 팀원들과 함께 시즌을 완주했을 정도로 멘탈 또한 좋다. 지도자는 물론 팀원들까지도 좋아할 만한 유형의 선수다. 그외, KCC 외국인 잔혹사를 끊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NBA 경력자 알리제 존슨(27·201cm)과 210㎝·150㎏의 육중한 체구를 자랑하는 '자메이카 킹콩' 삼성 코피 코번(24·210cm)도 기대되는 신입 외국인선수로 꼽힌다.
KBL 최초의 이집트 국적 및 순수 아랍권 출신 외국인 선수 '이집트 왕자', '킹 파라오' 아셈 마레이(31·206cm)도 빠질 수 없다. 올시즌까지 3년 연속으로 창원 LG에서 뛰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확실히 기량을 검증받은 현 KBL대표 외국인선수중 한명이다. 마레이는 다른 특급 외국인선수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폭발적인 득점력을 무기로 앞세우는 에이스 유형의 워니, 스펠맨, 전천후 컨트롤타워 로슨 등은 공격에서의 강점이 크다. 반면 마레이는 해결사도 아니고 경기를 풀어주는 유형도 아니다. 포스트 장악력을 바탕으로 수비나 궂은일에서부터 팀을 강하게 해주는 선수다.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면서 팀 동료들을 살려준다.
마레이는 송골매 군단의 주춧돌 같은 존재다. 탄탄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에 더해 좋은 BQ와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마인드까지 가지고 있어 수비에서 공헌도가 매우 높다. 리바운드에 더해 스틸 능력 또한 좋아 코트에 있고 없고에 따라 팀 전체 수비력이 달라질 정도다.
빠른 템포, 공간활용, 높아진 외곽슛의 비중 등 현대농구는 예전과 많은 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변화폭이 크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다름아닌 '리바운드의 힘'이다.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리바운드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면 얻어지는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마레이는 2년 연속 리바운드왕이다. 지지난시즌 13.47개로 골밑의 지배자로 떠오른데 이어 지난 시즌(12.48개) 역시 리바운드 1위를 차지했다. 거기에 더해 스틸 부분(지난 시즌 1위, 지지난시즌 2위) 역시 접수해버렸다. 개인 능력치도 좋지만 루즈볼을 향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날리는 등 매경기 투지 넘치는 모습까지 보여주는지라 동료들에게 끼치는 영향력도 크다.
1옵션 외국인선수가 헌신적으로 몸을 불태우는 모습에 팀 전체 사기가 올라가는 보이지 않는 효과까지 만들어낸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공격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평균 15득점 이상은 잡아준다. 에이스형 외국인선수들처럼 내외곽을 오가며 다양한 방식으로 득점을 쏟아붓는 정도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좀 더 빅맨스러운 선수답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비진을 공략한다. 특히 포스트업은 마레이의 가장 강력한 무기중 하나다.
마레이는 클래식하다. 슈팅 거리도 길지 않고 아주 빠르다거나 높이 뛰지도 못한다. 대신 우직하다. 원체 힘이 좋은데다 기술적인 완성도까지 높아 마레이가 포스트업을 치고 들어가면 상대는 알면서도 득점을 허용하기 일쑤다. 포스트 인근에서의 손끝 감각이 매우 좋다. 기술의 특성상 도움수비가 자주 들어오기도 하지만 아랑곳없이 2~3명 사이를 뚫고 득점을 성공시키기 일쑤다.
올시즌 또한 마레이는 LG의 기둥으로 뛰고 있다. 3경기에서 평균 16득점, 1.67어시스트, 15.67리바운드, 1스틸로 녹슬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LG는 개막전 이후 3연패를 기록하며 첫승도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 딜레마다. 선수층은 좋지만 확실한 에이스가 없다.
야전사령관이자 토종 주포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는 '돌격대장' 이재도(32·179cm)의 부상 결장이 뼈아프다. 전체 1순위 출신 양준석 등이 대신 주전으로 뛰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빈자리가 너무 크다. 그만큼 현재 LG는 득점 부재가 심각하다. 시즌 초반 고득점을 올리는 팀들이 여럿이지만 LG는 평균 72득점으로 9위에 그치고 있다.
3점슛 또한 경기당 6개로 7위에 머물고 있는데 일단 화력전에서 너무 밀리다 보니 아무리 수비를 열심히해도 경기를 가져올 수가 없는 상황이다. 팀 리바운드(3위)가 높음에도 득점생산력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에이스 역할을 기대하고 데려온 양홍석(26·195cm)도 아직까지는 조용하기만 하다.
’리그 최고의 수비형 빅맨이자 리바운더를 데리고 있으면 뭐하냐‘는 얘기가 터져 나오고 있는 이유다.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폭발적인 득점력을 갖추고 있는 외국인선수가 있었다면 1, 2승 정도는 가져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때문에 아직 성급하기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마레이와의 동행 여부도 다시 검토해봐야 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물론 최상의 상황은 양홍석을 비롯한 토종 득점원들이 기대치만큼 득점을 해주면서 다시금 마레이 효과를 보는 것이다. LG팬들은 연패가 딜레마가 되지를 않기를 바라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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